미국에서 교민 시장에 머물던 소주가 위스키·사케와 같은 독립적인 주류 카테고리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롯데칠성음료가 과일소주 '순하리'를 앞세워 코스트코·타깃 등 주요 유통채널을 중심으로 시장 선점에 속도를 내고 있다. 동남아를 중심으로 한 음료 사업에 이어 미국 주류사업을 새로운 성장축으로 키우는 모습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닐슨 아이큐(NIQ)는 지난 5월 보고서를 통해 미국의 주요 소주 브랜드 5개를 소개하며 순하리를 가장 먼저 언급했다. 해당 브랜드들은 미국 소주 판매의 97%를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롯데칠성음료는 복숭아·딸기 등 9종의 순하리 수출 전용 제품을 운영하며 해외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2024년부터 코스트코·타깃·크로거·알버슨 등 대형 유통채널에 입점하며 소비자와의 접점을 넓혀왔다. 지난해에는 현지 주류 유통사 E&J갤로와의 협업을 기반으로 판매 채널을 2만4000여곳 이상으로 확대했다.
판매 기반을 넓히면서 수출 실적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1분기 소주 수출 매출(별도 기준)은 191억270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6% 증가했다. 이는 전체 수출 매출 556억2300만원의 34.4%에 해당한다. 미국과 일본이 주요 수출 시장이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국가별 현지 상황을 고려한 체험 콘텐츠 등 맞춤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며 "해외에서 소주가 위스키·맥주처럼 독자적인 주류 카테고리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제품 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 세계적으로 주류시장이 침체를 겪는 상황에서도 미국 소주 시장은 가파른 증가세를 보인다. NIQ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최근 1년간 미국 소주 판매액은 6570만달러로 직전 1년보다 28.2% 증가했다. 같은 기간 소주를 구매한 가구는 83만4000가구로 165% 늘었다.
이는 소주가 미국에서 아시아계 주류에 그치지 않고 별도의 카테고리로 인식되기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해석된다. 한인 마트와 아시아계 식당에 머물렀던 유통망이 대형 유통채널로 확대되면서 현지 소비자의 접근성이 좋아졌다. K팝과 K푸드 등 한류 콘텐츠를 통해 한국 문화를 접한 소비자들이 소주까지 경험하는 흐름이 형성되면서 소비층이 아시아계를 넘어 일반 소비자로 넓어지는 모습이다.
미국 소주 시장은 아직 성장 초기 단계다. 소주 구매 가구가 빠르게 늘었음에도 미국 법적 음주 가능 가구 대비 침투율은 0.6%에 불과하다. 절대적인 시장 규모는 작지만 교민·아시아계 중심의 틈새시장을 넘어 일반 소비자 시장으로 확장될 여지가 크다는 의미다.
업계에서는 소주가 위스키나 사케처럼 원산지와 제조 방식, 음용법이 구분되는 독자적인 주류 카테고리로 자리 잡을수록 성장세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류를 계기로 한 번 경험하는 술을 넘어 일상적으로 선택하고 반복 구매하는 주류로 안착할 수 있어서다.
이는 롯데칠성음료의 해외 사업 다변화에도 힘을 실을 전망이다. 필리핀 법인을 중심으로 음료 사업의 해외 기반을 넓혀온 데 이어 주류 부문에서는 미국을 새로운 성장시장으로 육성하면서 포트폴리오를 넓히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미국 소주 시장은 교민 중심의 제한된 시장에서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독립적인 주류시장으로 넘어가는 단계"라며 "현지 유통망과 브랜드 인지도를 먼저 확보한 기업을 중심으로 시장 확대의 수혜가 기대되는 만큼 미국 시장이 롯데칠성음료 주류사업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자리 잡을 여지도 충분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