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케이테크인(DKT) 내부 경영 이슈로 대표직에서 물러난 이원주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대표가 카카오엔터프라이즈 수장 자리에서도 내려온다. 후임에는 이재한 카카오엔터프라이즈 클라우드부문 사업본부장이 내정됐다.
22일 IT업계에 따르면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이날 오전 이사회를 열고 이재한 사업본부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내정했다. 이 내정자는 오는 8월6일 주주총회를 거쳐 공식 취임할 예정이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내부 공지를 통해 설립 8년 차를 맞아 클라우드 사업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성장과 도약을 이뤄야 할 전환점에 섰다고 대표 교체 배경을 설명했다.
회사는 "그동안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사업의 내실을 다지고 핵심 역량을 강화하며 성장의 기반을 마련해 왔다"며 "이제는 그간의 성과를 바탕으로 클라우드 사업을 중심으로 한 본격적인 성장과 도약을 이뤄야 할 중요한 전환점"이라고 밝혔다.
이어 "회사의 새로운 도약을 이끌 적임자가 필요하다는 판단 아래 이번 대표이사 내정을 결정했다"고 했다. 다만 이 대표의 퇴임이나 DKT에서 불거진 경영 이슈와의 연관성은 별도로 언급하지 않았다.
이 대표는 지난해 3월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대표로 공식 선임된 지 약 1년4개월 만에 물러나게 됐다. 앞서 DKT 내부 경영 이슈를 이유로 DKT 대표직에서도 자진 사임하면서 양사 겸직 체제도 막을 내리게 됐다.
카카오는 이 대표를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대표로 선임할 당시 DKT와 카카오엔터프라이즈의 기술력 및 사업 역량을 결합하겠다는 구상을 내세웠다. 이 대표도 양사의 시너지를 극대화해 카카오가 'AI 네이티브 컴퍼니'로 도약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가 DKT 경영 과정에서 친분이 있는 업체를 지원해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겸직 체제가 흔들렸다. 해당 거래의 절차와 조건이 적절했는지, 의사결정 과정에서 이해충돌이나 업무상 배임 소지가 있었는지 등을 놓고 조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이 대표의 DKT 사임에 대해 "DKT 내부 경영 이슈로 인해 자진 사임했다"고 설명했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에서도 이원주 대표는 경영 과정상 여러 비위 혐의가 제기된 상황이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 관계자는 "공식 입장 이외에 별도의 설명은 제공하기 어렵다"고 밝힌 바 있다. 내부에선 한쪽만 사퇴하는 것은 책임있는 경영 자세가 아니라는 지적도 빗발쳤다.
양사의 부진한 경영 실적 역시 이 대표에게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DKT는 약 17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카카오엔터프라이즈도 연결 기준 약 342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의 적자 규모는 전년보다 약 50% 줄었지만 흑자 전환에는 실패했다.
카카오는 지난해 5월 카카오엔터프라이즈 유상증자에 참여해 2570억원을 출자했다. 대규모 자본 투입과 구조조정에도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경영 정상화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후임인 이재한 내정자는 카카오엔터프라이즈에서 클라우드 사업을 이끌어온 내부 인사다. 이번 인사는 인공지능(AI)·클라우드 인프라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고 수익성 개선에 속도를 내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이 내정자에게는 적자 축소를 넘어 흑자 전환을 달성해야 하는 과제가 놓였다. 임금·단체교섭 과정에서 악화한 노사 관계를 수습하고 반복된 구조조정으로 낮아진 내부 신뢰를 회복하는 것도 숙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