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대 국회의 필리버스터 실시와 강제종결 횟수. / 그래픽=신재민 편집위원

더불어민주당 등 범여권이 쟁점 법안을 밀어붙이면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로 맞서는 '극한 대립'이 무한 반복되고 있다. 필리버스터는 22대 국회 2년여간 32번으로 역대 최다인 데다 이 중 28번은 강제종결 표결로 끝났다. 협치가 실종된 극한정치의 비용은 결국 국민의 피해로 돌아간다는 지적이다.

국회는 21일 오후 본회의에서 '윤석열·김건희에 의한 내란·외환 및 국정농단 행위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 일개정안'(종합특검 개정안)을 재석 173인 가운데 찬성 173인으로 가결했다.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로 맞섰으나 범여권은 필리버스터 시작 24시간 뒤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 찬성으로 토론을 종료할 수 있다는 국회법에 따라 이를 강제종결했다. 국민의힘은 표결에 불참했다.


국회사무처와 정희용 국민의힘 의원(재선·경북 고령군성주군칠곡군)에 따르면 강제종결되지 않은 4건도 결과는 같았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란봉투법)·방송문화진흥회법·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은 필리버스터 도중 회기가 끝나 자동 종결됐다. 3건은 국회법에 따라 다음 회기에 지체 없이 표결에 부쳐져 범여권 주도로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투표법은 지난 3월 국민의힘이 대구·경북 통합법 처리를 조건으로 필리버스터를 중단하면서 토론할 의원이 없어 종결됐고 당일 범여권 주도로 통과됐다. 필리버스터가 진행된 32건의 법안이 모두 처리된 셈이다.

제22대 국회의 필리버스터 강제종결 아닌 법안 처리 여부. / 그래픽=신재민 편집위원

역대 국회와 비교하면 이례적인 수치다. 2012년 국회선진화법으로 필리버스터가 부활한 이후 19대 국회는 1건, 20대는 2건, 21대는 5건 실시에 그쳤고 19대와 20대엔 강제종결이 한 건도 없었다. 22대 국회의 필리버스터 강제종결 표결(28건)은 임기 절반 만에 직전 21대 국회(2건)의 14배다. 연도별로도 ▲2024년 6건 ▲2025년 13건 ▲2026년 9건으로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급증세다.

필리버스터는 다수당의 일방적인 법안 처리를 소수당이 토론으로 견제할 수 있도록 미국 상원에서 발전한 제도다. 하지만 한국의 현재 필리버스터는 민주당 단독 입법을 24시간 늦추는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회법 제106조의2에 따르면 필리버스터는 개시 24시간이 지난 뒤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 찬성으로 강제종결할 수 있다. 민주당 등 범여권 의석은 이 요건을 충족한다.


전문가들은 극한 대치의 원인을 협치 실종에서 찾았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날 동행미디어 시대(이하 시대)와의 통화에서 "협치의 공간이 사라지다 보니 한쪽은 입법을 독주하고 다른 한쪽은 필리버스터에 나서는 것"이라며 "법은 의도치 않게 부작용이 낳을 수밖에 없는데, 합의가 안 되는 법안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이상 그 결과는 일방적으로 책임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시대와의 통화에서 "범여권이 압도적으로 의석수가 많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입법 독주가 이뤄지고 있고 국민의힘도 필리버스터를 통해 대치하는 게 전략적으로 이득이라고 판단하는 것"이라며 "극단정치가 낳은 폐해이고 결국 잘못된 입법의 사례가 나올 경우 국민이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조정식 국회의장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