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장인이 손으로 40개만 만들었습니다."
관계자의 설명이 끝나자 해외 바이어들은 한복 장신구인 괴불노리개를 손에 쥔 채 앞뒤를 번갈아 살펴봤다. 국가무형유산 박영애 침선장과 협업한 조각보 작품 앞에서는 제작 방식과 의미를 묻는 질문이 이어졌다. LF 헤지스가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해 내세운 차별화 포인트는 '한국적 미감'이었다.
헤지스는 23일 서울 중구 명동 '스페이스H 서울'에서 2027년 봄·여름(SS) 글로벌 수주회를 열고 신규 글로벌 컬렉션 '헤지스 블루'(HAZZYS BLUE)를 공개했다. 영국 헤리티지에 한국 전통의 색과 공예를 접목해 글로벌 시장에서 차별화를 꾀하겠다는 전략이다.
행사장에는 프랑스와 러시아, 인도 등 해외 바이어들이 방문해 컬렉션을 살펴보고 주문 상담을 진행했다. 헤지스는 이번이 세 번째 글로벌 수주회다. 약 2주 동안 국내외 바이어 200여명이 행사장을 찾을 예정이다. 회사 측은 글로벌 바이어를 초청해 이 같은 형태의 독자 수주회를 운영하는 국내 패션 브랜드는 헤지스가 유일하다고 설명했다.
바이어들의 발길이 가장 오래 머문 곳은 헤지스 블루 전시 공간이었다. 달항아리를 모티브로 꾸민 전시장에서는 카메라 셔터 소리가 이어졌고 바이어들은 재킷을 직접 몸에 대보거나 원단을 만져보며 상품을 살폈다.
헤지스 블루는 달항아리와 무명, 쪽빛, 조각보, 오방색 등 한국 전통의 색과 소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컬렉션이다. 특히 데님을 단순한 청바지 소재가 아닌 하나의 문화적 소재로 접근한 점이 특징이다. 염색하지 않은 무명의 질감과 한국 전통의 쪽빛을 데님에 담고, 여기에 한국 공예의 미감을 더했다.
국가무형유산 박영애 침선장과 협업한 조각보 작품도 관심을 모았다. 버려질 데님 원단을 이어 붙여 만든 조각보에는 전통 공예와 지속가능성의 의미를 담았다. 함께 전시된 괴불노리개는 모두 핸드메이드 방식으로 제작됐으며 생산 수량은 40개에 불과하다. LF는 향후 한정 판매를 검토하는 한편 침선장 외에도 염색장 등 전통 장인들과의 협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김훈 헤지스 글로벌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한국적인 것을 억지로 표현하려 한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녹여내고 싶었다"며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이라는 점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수주 방식에도 변화가 있었다. 헤지스는 기존 엑셀 기반 주문 방식을 대신해 AI 기반 디지털 룩북과 글로벌 B2B 주문 시스템을 처음 도입했다. 상품 정보를 확인하고 주문하는 과정을 하나의 플랫폼으로 통합해 업무 효율성을 높였다는 설명이다.
최우일 헤지스 사업부장은 "글로벌 브랜드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헤지스만의 경쟁력이 필요하다"며 "헤지스 블루가 그 역할을 할 핵심 컬렉션"이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는 해외 매장 하나를 헤지스 블루만으로 구성할 수 있을 정도로 라인업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헤지스는 현재 중국 약 600개 매장을 비롯해 대만, 베트남, 러시아 등에 진출해 있다. 올해는 홍콩에 첫 매장을 열고 내년에는 태국과 인도, 프랑스, 중동 시장 진출도 추진할 계획이다.
이날 수주회에서는 한국 전통 요소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헤지스 블루 컬렉션이 해외 바이어들의 가장 큰 관심을 받았다. 헤지스는 헤지스 블루를 브랜드를 대표하는 글로벌 컬렉션으로 육성해 해외 시장 공략의 핵심 축으로 키운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