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노조가 2026년 임금·단체협약(임단협) 교섭 결렬에 따라 조합원을 대상으로 쟁의행위 찬반투표에 들어갔다. 합법적 쟁의권을 확보하기 위한 절차로 가결되면 노조는 파업을 포함한 쟁의행위에 나설 수 있다. 기아가 올 상반기 내수와 미국, 유럽에서 동시에 최대 실적을 낸 직후 나온 파업 수순이어서 업계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기아차지부는 23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8시까지 전 조합원을 대상으로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실시한다.
노사는 올해 임단협을 두고 본교섭 6차와 실무교섭 9차, 단체협약 2회독 등 단체교섭을 15차례 진행했다. 노조는 본교섭 5차에서 임금과 성과금, 별도요구안, 단체협약 전반을 아우르는 일괄제시안을 공식 요구했다. 노조는 사측이 본교섭 6차에서도 제시안 없이 기존 입장만 되풀이하자 결렬을 선언했다.
기아 노조는 소식지를 통해 "노동조합은 끝까지 교섭의 문을 열어두고 사측의 결단을 기다렸다"며 "교섭 결렬의 모든 책임은 전적으로 사측에 있다"고 밝혔다. 노조는 지난 20일 임시대의원대회에서 쟁의발생 결의를 만장일치로 의결하고 총력투쟁 체제로 전환했다.
문제는 노사 갈등이 기아의 실적 정점과 겹쳤다는 점이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1~6월 기아 승용차 신규 등록 대수는 26만8868대로 창사 이래 상반기 최대 기록을 세웠다. 같은 기간 현대자동차(21만7962대)와 제네시스(4만7824대) 합산치인 26만5786대를 3082대 앞섰다. 반기 기준으로 기아가 현대차·제네시스 합산 대수를 넘어선 것은 통계 집계 이후 처음이다.
해외 시장에서도 기아의 성장세는 이어졌다. 기아는 상반기 미국에서 43만727대를 팔아 전년 대비 3.4% 늘어난 역대 최고 실적을 냈다. 미국 전용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텔루라이드는 상반기에만 7만3602대가 팔리며 전년 동기보다 약 20% 증가했다. 유럽에서도 지난 5월 4만9382대를 판매해 전년 동기 대비 14.9% 늘었다. 같은 기간 현대차 유럽 판매가 18.8% 감소한 것과 대조적이다.
수출 물량 비중이 큰 만큼 국내 공장 가동 중단은 곧바로 해외 판매 공백으로 이어진다. 완성차 생산은 재고를 쌓아두고 대응하기 어려운 주문형 구조여서 한 번 밀린 물량은 특근으로도 온전히 회복되지 않는다. 과거 완성차 업계 파업 국면에서 수개월간 출고 대기가 이어지며 고객 이탈로 번진 전례도 있다.
부품 협력사 부담도 커진다. 완성차 라인이 멈추면 1차 협력사가 즉시 납품을 중단하고 2·3차 협력사로 충격이 연쇄 전파된다. 여름 휴가철 집단 휴무와 맞물릴 경우 가동 중단 기간이 실질적으로 길어질 수 있다는 점도 변수로 꼽힌다.
실적 측면에서도 부담이 작지 않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기아의 2분기 매출액 컨센서스는 32조2187억원, 영업이익은 2조7935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2분기 영업이익 2조7648억원과 비교하면 1% 남짓 늘어난 수준이다. 매출은 9.8% 증가하지만 수익성 개선 폭은 크지 않아 하반기 생산 차질이 겹치면 실적 방어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쟁의권을 확보한 현대자동차 노조는 이미 파업 강도를 높이고 있다. 현대차 노조 중앙쟁의대책위원회는 이날 '중앙쟁의대책위 지침 4호'를 통해 오는 29일부터 31일까지 사흘간 4시간 부분파업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파업은 근무조별로 진행되며 1직과 상시1직은 오전 10시50분부터 오후 3시30분까지, 2직은 오후 7시30분부터 다음 날 오전 0시10분까지 작업을 멈춘다. 계획대로 진행되면 현대차 노조의 올해 누적 파업 시간은 기존 36시간에서 48시간으로 늘어난다.
기아 노조가 과거에도 쟁의권 확보 후 실제 파업 없이 막판 타결한 사례가 적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번 투표가 곧바로 전면 파업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조정 기간 사측이 추가 제시안을 내놓을지가 교섭 재개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