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법인세율 인상·배당소득 분리과세 추진안을 발표했지만 유통·식음료 업계는 과세보다 소비·원가가 실적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 보고 있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 /사진=뉴시스

정부의 세제개편안 발표 이후 산업계가 대응책 마련에 나선 가운데 유통·식음료 업계에서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이번 개편안의 핵심이 자본시장 및 기업 과세 체계 개편에 맞춰져 있어서다. 업계에서는 소비 경기와 원가, 환율 등 본업을 둘러싼 경영환경이 실적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라고 보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이번 세제개편안은 법인세율과 배당·증권거래세 등 자본시장 과세 체계를 손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유통·식음료업 특유의 규제나 영업 환경과는 직접 관련이 없어 소비 진작책이나 업종별 규제 완화와는 별개의 개편이라는 평가다.


유통업계는 소비심리와 소매판매 흐름이 실적을 결정하는 대표 변수로 꼽힌다. 최근에도 기업들은 점포 효율화와 비용 절감, 생산성 향상 등을 통해 수익성 개선에 집중하고 있다. 세제 변화보다 소비 회복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이유다.

식음료 업계 사정도 비슷하다. 밀·콩 같은 곡물과 팜유 등 국제 원자재 가격, 환율 변동에 따른 원가 부담이 수익성을 좌우한다. 주요 식품기업들은 지난해부터 원가 안정과 제품 구성 조정, 해외 사업 확대 등을 통해 수익성 개선에 주력해 왔다.

업계 관계자는 "세제 변화보다 소비자의 지갑이 얼마나 열리느냐가 실적을 결정한다"며 "이번 개편안이 현장의 영업 전략이나 상품 운영 방식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기업 규모에 따라 영향은 엇갈릴 수 있다. 정부는 법인세율을 과세표준(세금을 매기는 기준이 되는 소득 금액) 구간별로 1%포인트씩 올려 2022년 수준으로 되돌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수천억원대 이익을 내는 대형 유통·식품 기업들의 세 부담이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된다. 현재 법인세율은 소득 구간에 따라 9~24%인데, 개편안은 이를 10~25%로 올리는 내용을 담고 있다.

롯데쇼핑, 이마트 등 대형 유통사와 CJ제일제당, 오리온, 농심 등 주요 식품기업들은 법인세율 변화에 따른 세후 순이익 영향을 점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용 절감과 효율화로 수익성을 끌어올리는 상황에서 세 부담 증가는 실적 관리에 부담을 주는 변수가 될 수 있다.

투자자들이 더 관심을 두는 부분은 배당 관련 제도 변화다. 정부는 배당성향 40% 이상이거나 최근 3년 평균 대비 배당을 5% 이상 늘린 상장사의 배당소득에 대해 분리과세를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배당금 규모에 따라 14~35% 세율을 적용하는 구조로, 기업이 배당을 더 늘리도록 유도하는 취지다.

유통·식음료 업종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바탕으로 꾸준한 배당 정책을 유지해온 기업이 많다. 이에 따라 배당을 많이 하는 기업들이 이번 세제개편을 계기로 배당 확대, 자사주 매입 및 소각 등 주주환원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거론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유통·식음료 업종은 성장주보다 안정적인 배당주 성격이 강하다"며 "배당 관련 세제 혜택이 확대될 경우 기업가치 제고와 주가 방어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세제개편은 유통·식음료 업계의 영업 환경을 직접 변화시키기보다는 법인세 부담과 주주환원 정책에 영향을 주는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업계 역시 세제 변화 자체보다 소비 회복, 원가 안정, 수익성 개선 등 본업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면서 기업가치 제고 전략을 병행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