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가 작업자의 순간적인 실수가 화학사고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화학사고 안전신호등' 시스템을 민간사업장까지 확대한다. 공공시설 실증을 바탕으로 표준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국가 화학물질 안전관리 모델로 발전시킨다는 구상이다.
인천시는 지난해 인천환경공단 13개 사업장 103개 화학물질 취급시설에 화학사고 안전신호등을 적용한 데 이어 올해부터 민간 유해화학물질 취급사업장으로 사업을 확대한다고 4일 밝혔다.
화학사고 안전신호등은 화학물질별 전용 색상을 저장탱크와 배관, 밸브, 주입구까지 동일하게 적용하고 서로 다른 화학물질의 주입 호스가 연결되지 않도록 전용 커플링을 설치하는 예방 시스템이다. 작업자의 순간적인 착오가 오인·오주입이나 혼입 사고로 이어지는 것을 구조적으로 차단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번 사업은 지난해 인천에서 잇따라 발생한 화학물질 오주입 사고를 계기로 추진됐다. 지난해 8월 인천환경공단 공촌사업소에서는 차아염소산나트륨을 황산알루미늄 저장탱크에 잘못 주입해 작업자 4명이 다쳤고, 9월에는 미추홀구의 한 반도체 제조공장에서 염소산나트륨을 염산 저장탱크에 잘못 주입해 25명이 부상했다.
인천시는 사고 원인을 단순한 작업자 부주의가 아닌 작업환경의 구조적 문제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사람이 실수하더라도 사고로 이어지지 않도록 시각적 식별체계와 물리적 연결 차단장치를 함께 적용하는 예방 중심의 안전관리 체계를 구축했다.
화학물질종합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25년까지 인천에서는 모두 49건의 화학사고가 발생해 5명이 숨지고 92명이 다쳤다. 사고 원인의 93.9%는 시설 결함과 안전기준 미준수로 나타났다.
인천시는 지난해 공촌사업소 사고 이후 환경공단 시설 개선을 완료하고 약품탱크와 주입구에 화학물질명과 전용 색상을 표시했으며 주입구 시건장치와 물질안전보건자료(MSDS) 보관함, 회전경고등 등을 설치했다.
올해는 희망 민간사업장을 대상으로 맞춤형 컨설팅을 실시해 시설별 위험 구간 분석과 색상 표시, 전용 연결장치 적용 방안을 지원할 계획이다. 2026~2027년에는 현장 적용 사례를 축적해 업종·시설별 표준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장기적으로는 국가 안전관리 기준에 반영될 수 있도록 제도 개선도 추진할 방침이다.
윤은주 환경안전과장은 "화학사고 안전신호등은 작업자의 주의에만 의존하지 않고 실수 자체가 사고로 이어지지 않도록 작업환경을 개선하는 예방 정책"이라며 "공공에서 검증한 모델을 민간으로 확산해 국가 화학물질 안전관리의 새로운 표준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