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니가 K팝 여성 솔로 아티스트 최초로 롤라팔루자 헤드라이너 무대에 올라 18곡을 선보인 가운데 현지 반응은 엇갈렸다. 사진은 지난 1일(현지시각) 미국 시카고 그랜트파크에서 열린 '롤라팔루자 시카고 2026' 무대에 선 제니 모습. /사진=제니 인스타그램

제니가 K팝 여성 솔로 아티스트 최초로 롤라팔루자 헤드라이너에 오르며 새 기록을 썼다. 다만 상징적인 기록 뒤로 현지 언론과 관객들 사이에서는 찬사와 아쉬움의 목소리가 동시에 나왔다.

제니는 지난 1일(이하 현지시각) 미국 시카고 그랜트파크에서 열린 세계적인 음악 페스티벌 '롤라팔루자 시카고 2026' 셋째 날 공연에 헤드라이너로 무대에 올랐다. 올해 롤라팔루자는 지난달 30일부터 나흘간 진행됐다.


K팝 여성 솔로 아티스트가 롤라팔루자의 헤드라이너로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블랙핑크 멤버가 아닌 자신의 이름으로 세계적인 페스티벌의 메인 무대를 책임졌다는 점은 의미가 클 수밖에 없다.

'최초'라는 기록은 분명 역사적인 의미가 있다. 하지만 이와는 별개로 제니의 무대에 대한 현지 반응은 엇갈렸다. 미국 매체 시카고 선타임스는 초반 공연에서 제니의 에너지가 충분히 살아나지 않았다고 평했다. 블랙핑크로 무대에 섰을 때와 비교해 솔로 무대에서는 아쉬움이 있었다는 지적이다. 대형 무대의 규모에 제니의 존재감이 묻히는 순간도 있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세트리스트 역시 아쉬움을 남겼다. 제니는 이날 약 1시간 동안 18곡을 밴드 라이브로 선보였다. 첫 솔로 정규 앨범 '루비'(Ruby) 수록곡을 비롯해 신곡과 미공개 곡을 다수 포함했다. 팬들에게는 새로운 음악을 만날 수 있는 공연이었지만 페스티벌을 찾은 일반 관객에게는 다소 낯설 수밖에 없었다.

신곡에 엇갈린 반응…헤드라이너의 과제

시카고 선타임스는 신곡이 이어지는 동안 공연을 따라가기 어려워하는 관객들이 있었다는 지적과 함께 열성 팬들과 달리 일부 관객은 집중력을 잃는 모습도 보였다고 평가했다. 페스티벌 무대의 특성상 아티스트의 음악을 잘 모르는 관객도 함께 즐기는 것이 중요한 만큼 신곡 중심의 세트리스트가 아쉬웠다는 반응이다.


제니 개인의 음악적 완성도와는 다른 문제다. 정규 1집 'Ruby'는 해외 음악 매체에서 이미 긍정적인 평가를 받아왔다. 피치포크는 'Ruby'가 블랙핑크 멤버들의 솔로 앨범 가운데 비교적 뚜렷한 음악적 정체성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NME 역시 "제니가 앨범을 통해 보컬리스트로서 정체성을 부각하며 폭넓은 음역대를 선보였다"고 긍정적인 견해를 나타냈다.

결국 대형 음악 페스티벌의 헤드라이너에게는 음악적 완성도뿐만 아니라 자신의 음악을 잘 모르는 관객까지 공연에 몰입하게 하는 힘이 필요하다. K팝 콘서트가 아티스트의 음악을 잘 아는 팬들을 중심으로 진행된다면 롤라팔루자 같은 페스티벌은 다양한 배경의 관객을 상대로 공연을 펼쳐야 하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제니를 향한 일부 현지 관객들의 반응에서도 이런 차이가 드러났다. 라이브 보컬과 백트랙 사용, 무대 에너지 등을 지적하는 부정적인 의견들이 있었다. 반면 제니의 팬들은 무대 비주얼과 카리스마, 솔로 아티스트로서의 성장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공연 후반부에는 분위기가 달라졌다. 제니의 대표곡들이 이어지면서 무대의 에너지가 살아났다. '만트라'(Mantra) '엑스트라L'(ExtraL) '라이크 제니'(like JENNIE) 등 팬들에게 친숙한 곡들이 등장하면서 현장 분위기가 달라졌다. 이에 대해 시카고 선타임스 역시 후반부에는 제니가 왜 롤라팔루자의 헤드라이너로 선택됐는지를 보여줬다는 취지의 평가를 내놨다.
제니가 롤라팔루자 헤드라이너로 나서 글로벌 무대에서 존재감을 드러냈지만 신곡 중심의 세트리스트를 두고는 아쉬운 평가도 나왔다. 사진은 지난 1일(현지시각) 미국 시카고 그랜트파크에서 열린 '롤라팔루자 시카고 2026' 무대에 선 제니 모습. /사진=OA엔터테인먼트

제니, 증명한 가능성…그리고 남은 과제

특히 'like JENNIE'는 제니의 스타성을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준 무대였다. 자신의 이름을 음악의 핵심으로 내세운 곡이다. 때문에 현장에서 제니라는 아티스트의 존재감을 드러내기에 적합했다. 신곡 중심의 구성에서 다소 벌어졌던 관객과의 거리를 대표곡을 통해 좁힌 셈이다.

이번 공연을 둘러싼 호평과 혹평은 제니가 이제 'K팝 아이돌'이라는 이름만으로 평가받는 단계에서 벗어났다는 점을 보여준다. 글로벌 페스티벌의 헤드라이너로 무대에 선 만큼 현지 관객과 언론 역시 제니의 음악과 공연 자체를 기준으로 평가하기 시작한 것이다.

한때 K팝 아티스트에게 해외 음악 페스티벌은 '진출' 자체에 의미가 있었다. 하지만 이제 세계적인 페스티벌에서 헤드라이너로서 어떤 무대를 보여주느냐가 중요한 단계가 됐다. 제니 역시 이번 무대를 통해 그 시험대에 올랐다.

서로 다른 평가가 나온 만큼 완벽한 무대였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제니가 자신의 이름으로 롤라팔루자의 헤드라이너 무대에 올라 18곡을 소화한 점은 그가 글로벌 무대에서 확고하게 아티스트로 자리잡았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호평과 아쉬움이 동시에 나왔다는 사실 역시 제니에 대한 기대치가 반영된 결과인 만큼 큰틀에서 긍정적인 신호로 볼 수도 있다.

롤라팔루자 무대는 제니에게 가능성과 과제를 동시에 남겼다. 무대 장악력이라는 분명한 강점을 과시한 반면 일반 관객까지 끌어들이는 힘은 더 증명해야 할 부분으로 남았다. 이번 경험을 발판으로 향후 글로벌 무대에서 어떤 발전된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