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훈(왼쪽) 고용노동부 장관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사진=뉴시스

산업통상부와 고용노동부를 이끄는 두 장관이 주요 현안에서 번번이 정반대 목소리를 내며 정부 내 마찰음을 키우고 있다. 산업 담당부처와 노동권·산재 담당부처 간 태생적 긴장감을 감안하더라도 이전 정부에서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웠던 장면이다. 경제관료 출신 장관과 노동운동가·정치인 출신 장관의 일하는 방식 차이라고 보는 평가도 나온다.

7일 노동부에 따르면 김영훈 장관은 지난 5일 정부세종청사 출입기자단 오찬간담회에서 "반도체 기업들이 주 52시간 예외를 적용받지 않는데도 엄청난 이익을 내고 있다"며 메가특구특별법을 둘러싼 근로시간 규제 완화 논의 자체가 "과잉됐다"고 밝혔다.


그러자 하루 뒤인 6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정반대 목소리를 냈다. 그는 "가장 큰 경쟁 상대인 중국과 비교해야 한다"며 첨단산업 전반의 근로시간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하겠다는 사람의 의지를 강제로 막아선 안 된다"는 게 그의 논리다.

두 장관의 의견차는 지난 5월 삼성전자 임금협상 과정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난 바 있다. 당시 김영훈 장관은 '초과이윤의 사회적 분배'를 주장했다. 반도체 기업들이 메모리 초호황으로 예상을 뛰어넘는 이익을 낸 만큼, 그 일부를 노동자 성과급이나 원·하청 상생기금 등으로 되돌려야 한다는 논리다. "양극화를 해소하고 결국에는 기업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며 "대기업의 초과이익을 어떻게 사회적으로 분배할 것인지 사회적 대화를 해야 한다"고 했다.

반대로 김정관 장관은 줄곧 '투자 우선론'을 내세웠다. "한 시대의 횡재가 다음 시대의 경쟁력으로 이어지지 못하면 그 부는 결코 오래가지 못한다"는 주장이다. 김정관 장관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 노사 협상으로 촉발된 '영업이익 N% 성과급' 논의에 대해서도 "'공유'의 대상이 아니라 미래 시장 선점을 위해 전액 재투자되어야 한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과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해 6월 한 행사에 나란히 참석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스1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과 관련해서도 두 장관은 시각차가 선명하다. 김영훈 장관은 앞서 노란봉투법에 대해 "원·하청 간 격차를 해소하고 동반성장 구조를 만드는 '진짜 성장법'"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김정관 장관이 "법은 안정적이어야 하는데 오히려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이 돼서는 안 된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인 것과 대조적이다.

관가에서는 산업·노동 정책을 총괄하는 두 장관의 상반된 메시지가 잇따르는 것을 두고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과거에도 산업부와 노동부 정책이 엇갈린 사례는 많았지만 지금처럼 장관이 공개적으로 정반대 목소리를 내지는 않았다는 점에서다.

일각에서는 정통 경제관료 출신 장관과 노동운동가·정치인 출신 장관의 차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세종청사의 한 고위공무원은 "일반적으로 관료 출신 장관은 기존에 추진 중인 정책과의 정합성이나 실현 가능성을 고려한다"며 "반면 정치인 출신 장관은 여론과 현장 체감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메시지형 행보'를 앞세우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김정관 장관은 행정고시 36회로 공직에 입문해 기획재정부 정책기획관 등을 지낸 정통 경제관료다. 반면 김영훈 장관은 철도노조 위원장과 민주노총 위원장을 지낸 노동운동가다. 2017년 정의당에 입당했다가 더불어민주당으로 자리를 옮겼다. 2024년 총선 때는 더불어민주연합 비례대표 후보로 출마했다 낙선한 뒤 이재명 정부에서 노동장관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