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거래소가 24시간 거래 추진을 본격화한 가운데 인프라와 안전망 구축이 우선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단순히 주식을 사고팔 시간을 연장한다는 개념을 넘어 시장이 사고와 장애 없이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역량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코리아 프리미엄 위크 2026'에서 24시간 거래 추진 계획을 밝혔다. 지난 28일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향후 24시간 거래 체계를 단계적으로 확대하겠다"며 "자본시장 인프라를 혁신하며 선진 거래 환경을 갖추도록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전산 인프라를 정비해 정규장과 프리·애프터마켓의 호가 주문이 연결되는 단일 보드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29일 진동화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장보는 "단일 보드의 IT 인프라를 2027년 말까지 구축하겠다"며 "정규 시장 개장 전 프리마켓을 개설해 12시간 거래 체계 구축을 먼저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글로벌 거래소들은 경쟁력 강화를 위해 잇따라 거래시간 연장을 추진하고 있다. 투자자들이 시차를 넘어 움직이는 만큼 이들의 거래 수요를 잡기 위해서다. 나스닥은 오는 12월부터 주 5일 하루 23시간 거래를 시작하며 런던증권거래소(LSE)는 2027년 상반기 중으로 24시간 운영 플랫폼을 출범시킬 예정이다. 홍콩거래소(HKEX)도 점심 휴장 시간 폐지와 거래시간 연장을 검토 중이다.
한국거래소도 지난 14일 애프터마켓을 출범시켜 거래시간을 오후 8시까지 연장했다. 시스템이 완성되면 거래시간은 단계적으로 12시간 및 24시간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 거래시간 연장이 성공적으로 안착하려면 시장 인프라와 안전망이 우선 구축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안정적인 거래를 위해서는 매매를 넘어 청산 결제, 시장감시 등 다양한 기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종일 거래를 앞둔 미국은 시스템부터 바꿨다. 미국 증권예탁결제원(DTCC) 산하 중앙청산기관(CCP)인 NSCC는 이미 지난 6월28일부터 주 5일 24시간 청산 업무를 시작했다. 야간에 체결된 거래와 청산 절차 사이의 시차를 줄이기 위함이다. 시장 감시체계도 보강했다. 야간 시장 교란을 막기 위해 별도의 감시팀을 마련했고 시장 안정을 위한 거래정지 및 가격보호 장치도 도입된다.
그럼에도 놓여진 과제는 적지 않다.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는 지난 17일(현지시각) 라운드테이블을 열고 24시간 거래 지원 준비 상황을 검토했다. 거래소와 증권사들의 준비 상태와 야간 감시 및 종가 처리, 청산 및 결제 인프라 변경, 투자자 보호 조치, 야간 운영을 위한 유지보수와 인력 운용 등 다양한 과제를 검토했다.
마크 우예다 SEC 위원은 회의에서 "거래시간 확대를 두고 기술적 제약은 더 이상 걸림돌이 아니지만, 운영 및 위험관리에 대한 새로운 질문들은 계속 제기되고 있다"며 "청산과 결제, 지급과 채무 불이행 관리 시스템, 시장 모니터링 역량과 인력 강화, 사이버 보안과 장애 복원력 등 많은 과제가 있다"고 말했다.
정수민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도 비슷한 점을 지적했다. 그는 "거래시간 연장에 있어 중요한 점은 단순히 거래할 수 있는 시간을 많이 제공하는 것을 넘어 시장이 신뢰와 안정성을 기반으로 운영될 수 있는 체계를 갖추는 것"이라며 "장을 움직일 뉴스는 정규장뿐만 아니라 밤에도 발생하지만 현재 시스템은 정규 근무 시간을 기준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은 만큼 그에 맞춰 인프라를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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