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등학교 교실에서 '콩주머니 던지기' 활동 중 넘어져 다친 학생의 부모가 사건 발생 2년 만에 담당 교사를 고소하는 사건이 발생해 교육계가 충격에 빠졌다. 실외 체육활동이 학부모의 잦은 민원으로 점점 줄어드는 상황에서 그나마 대안으로 여긴 '교실 내 실내체육'마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교사였던 A씨는 최근 경찰 조사를 받았다. 2024년 6월25일 서울 금천구 G초등학교 4학년 교실에서 A씨는 머리 위로 콩주머니를 20~30㎝ 높이로 던져 받는 체육활동을 진행했다. 그때 한 학생이 넘어졌다. 오른쪽 무릎 관절이 돌출된 것처럼 보였다. 바로 보건교사를 통해 119에 신고했고, 병원으로 옮겨졌다. 2020년 정년퇴직한 A씨는 당시 시간강사로 일하고 있었고, 이후 특별한 얘기가 없어 학생 부상 건은 잘 해결된 줄 알았다. 하지만 2년 뒤인 올해 6월25일 학생의 부모는 A씨를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고소했다. 당시 부상으로 6주 이상 치료를 받았고, 지금까지 통증과 저림 증상 등이 반복돼 신체활동에 제약을 받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사건이 알려진 뒤 교육계가 술렁였다. G초교 교감은 A씨를 위해 경찰에 탄원서를 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도 '교사가 형사사건의 피의자가 되는 현실을 더 이상 방치하면 안 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교사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학부모의 민원이 많아 실외 체육활동이 위축된 상황에서 교실 내 실내체육 활동마저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게 됐다는 점이다.
경기 평택에서 놀이 체육을 가르치는 김모 교사는 [시대]에 "콩주머니는 위험한 도구가 전혀 아닌데 (A씨 사건 소식을 들은 뒤) 나도 신체 활동에서 콩주머니 던지기를 뺐다"고 했다. 이어 "야외 놀이 중 초등학교 1학년 학생 머리에 모래가 묻자 학부모로부터 '왜 운동장에서 지켜보면서 모래가 들어가는 걸 막지 못했느냐'는 민원을 한 학기 내내 받은 적이 있다. 이렇다 보니 실내활동을 늘릴 수밖에 없는데 이제 실내활동도 여간 조심스럽지 않다"고 걱정했다.
부산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는 윤모 교사도 "교육과정에 수록된 구르기를 하다가 목 근육에 무리가 온 학생의 학부모가 학교로 찾아와 동료 교사에게 심한 말을 한 것을 본 적이 있다. 강당에서 뛰는 것조차 미끄러져 다치면 어쩌나, 하는 마음에 초조해진다"고 심리적인 부담을 호소했다.

교실 체육은 교실에서 뛰지 않고 진행하도록 개발한 프로그램들이다. 2020년 코로나19 때 교실 체육 프로그램이 많이 개발돼 일선 학교로 보급됐다. 그중 하나가 '침묵 피구'다. 다른 교실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몸짓만으로 소통하며 공을 굴리는 피구다. 하지만 이 활동조차 민원의 예외가 아니라고 한다. 윤 교사는 "침묵 피구를 진행한 뒤 한 학부모가 교실로 찾아왔다. '왜 아이에게 말을 못 하게 하느냐'고 항의하는데, 정말 할 말을 잊었다"고 한탄했다.
이 때문에 많은 교사가 교실 체육 활동 시 위험 요소를 최소화하는 데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한다. 김 교사는 "(교실에) 블록과 보드게임 등을 구비해두고 학생들이 교실에서 나가지 않도록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모 교사는 "교사가 아무리 애써도 막을 수 없는 일들이 수없이 일어나는 곳이 학교다. 내가 신이 아닌 이상 어떻게 모든 상황을 통제할 수 있겠나. 콩주머니 사건을 접하니 무기력함이 커진다"고 토로했다.

안전사고 우려로 현장 체험학습이 크게 위축되자 정부는 지난 5월 '현장 체험학습 지원 방안'의 하나로 학교안전법 개정 추진을 발표했다. 이에 발맞춰 김문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8월 '학교안전사고 예방 및 보상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로 발의했다. 여기엔 '안전 지침을 현저히 위반하는 등 고의·중과실이 있는 경우'가 아니면 안전사고에 대한 교사의 면책 범위를 넓히는 내용이 담겨 있다.
개정안이 현재 시행 중이라면 A씨는 보호받을 수 있을까.
이수담 대표변호사(법률사무소 수담)는 "(콩주머니 사건이) 알려진 것처럼 교육청 연수 등에서 권장한 활동이고, 사전 주의사항을 전달한 뒤 진행했다면 중과실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개정안에선 사소한 부주의(경과실)의 경우 교사에게 책임을 묻지 않으니 A씨도 형사처벌 받는 일은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다만 교사의 부주의로 인한 안전사고에 대한 면책조항이 생긴다 해도 학부모의 고소까지 막을 수 있는 건 아니다. 이 변호사는 "개정안이 통과되면 수사기관이 수사 초기 무죄 판단을 빨리할 수 있으니 교사들에게 도움이 되겠지만, 그렇다고 (고소 시) 조사 자체를 받지 않는 것은 아니다"며 "결국 수사 과정에서 교사가 피의자 신분으로 무죄를 입증해야 하는 부담은 여전히 남게 된다"고 지적했다.
수사 과정에서 교사가 혼자 법적 대응을 하지 않도록 제도적 안전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변호사는 "현재 아동학대 신고 사건에 적용되는 '교육감 의견서 제출 제도'를 학교 안전사고까지 확대하는 것이 현실적 대안일 수 있다. 사고 직후 교사의 주의 및 조치 사항을 학교나 교육청이 공식 기록으로 남기는 절차가 마련되면 경찰 단계에서 빠른 불송치 결정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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