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전 8시 30분 중대범죄수사청 직원들이 출근하기 위해 줄을 서 있다. 보안요원이 일일이 공무원 신분증 등을 확인하면서 출근 첫날 줄이 길게 만들어졌다./이지수 기자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공소청이 2일 나란히 출범했다. 두 기관의 출범 첫날 풍경은 극명하게 대비됐다. 중수청 개청식은 정부와 국회 등에서 온 각계 인사들로 크게 붐볐지만, 공수청은 외부 초청인사 없이 '조용한 개청식'을 열었다.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과 함께 문을 연 검찰청이 78년 만에 수사권을 완전히 잃은 공소청으로 바뀐 것을 실감하게 하는 풍경이었다.

2일 오전 8시30분, 중수청 본청과 서울청 사무실이 있는 서울 중구 르네스퀘어 빌딩 앞엔 첫 출근에 나선 수사관들이 길게 줄을 섰다. 보안문을 통과하기에 앞서 일일이 신분을 확인하면서 빚어진 '출근 정체'였다. 아직 많은 사무실이 '공사 중'이어서 출근 첫날 중수청은 어수선한 모습이었다. 컴퓨터나 책상, 의자 등은 갖췄지만, 전기선 등이 여전히 정리되지 않았고, 각종 공사 비품도 여기저기 어지럽게 널브러져 있었다.



오전 10시 중수청 개청식이 열린 2층 로비는 수사관들로 가득 찼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을 비롯해 김영진 국회 행정안전위원장, 서영교 법제사법위원장, 노경필 법원행정처장, 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등이 개청식 행사에 참석했다. 인원이 워낙 많아 일부 수사관들은 준비된 의자에 앉지 못한 채 서서 개청식을 지켜봤다.

개청식이 끝난 뒤 윤 장관을 비롯한 주요 참석자들이 중수청 현판 제막에 나섰다. 휘장을 걷어내는 순간 상단 중수청 현판의 한쪽 나사가 빠지면서 현판이 흔들거렸다. 장내는 술렁였고, 개청식 직후 관계자가 현판 정비에 들어갔다. 아직 출범 준비가 덜 된 중수청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는 듯했다.

2일 중대범죄수사청 개청식에 주요 인사들이 참석해 박수를 치며 축하하고 있다. 주요 인사들이 현판 제막을 위해 휘장을 걷어내자 상단 중수청 현판(빨간 원)의 오른쪽 나사가 빠지면서 현판이 흔들거렸다./이지수 기자


현재 중수청 인원은 정원(2874명)의 66.1% 수준인 약 1900명으로 꾸려져 있다. 특히 5급 이상은 정원 629명 중 212명만 지원해 중대범죄 수사 전문성을 발휘하기 힘들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중수청은 르네스퀘어 빌딩 2~17층을 쓰는데, 9~17층은 아직 공사 중이다. 인력도, 사무실도, 전산시스템도 제대로 갖추지 못하면서 '개문발차(開門發車)'가 아니라 상당 기간 중대수사를 담당하지 못하는 '개문주차(開門駐車)'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다.



반면 공소청은 같은 시간 차분한 분위기에서 개청식을 열었다. 중수청과 달리 공소청은 외부 인사를 초청하지 않고 내부 구성원 위주로 비공개 개청식을 열었다. 공소청 관계자는 "가뜩이나 외부에서 우려가 많이 나오고 있어 조용하고 겸손하게 개청식을 진행한다"고 말했다.

이정현 검찰총장 직무대행(공소청 차장검사·맨 앞줄 오른쪽에서 두 번째) 등 공소청 간부들이 2일 개청식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뉴시스


다만 서울 서초구 공소청 청사 밖에선 정치권과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모여 규탄 집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신장식 조국혁신당 대표는 "공소청과 중수청의 출발은 조직과 구성원을 완비하지 못한 '개문발차'인 만큼 법무부 탈검찰화 등 후속 숙제를 끝까지 감시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중수청과 공소청이 나란히 출범하면서 수사권과 기소권을 완전히 분리하는 새로운 형사사법체계가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

경찰에 수사권이 집중된 상황에서 검찰의 보완수사권이 사라지면서 사건 은폐와 암장 우려는 여전히 큰 상황이다. 경찰은 전날 "새로운 형사사법체계가 온전히 뿌리내릴 때까지 비상대응 체제로 전환한다"고 선언했다. 공소청은 수사기관의 부실·위법 수사를 방지하기 위해 전국 12개 지방청에 '불송치사건심사부'를 신설했다.

검찰 미제사건 16만건 이상이 경찰 등 수사기관으로 이관됨에 따라 업무 폭증에 따른 수사 지연 우려도 커지고 있다. 또 공소청의 보완수사 및 재수사 요구 등으로 수사 절차가 복잡해지면서 피해자 및 고소·고발인의 법률 비용이 늘고 피해구제가 늦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수청과 경찰, 공수처 등 수사기관 간 수사권 관할 조정 문제도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