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찰의 상징이던 '대나무'가 공소청 로고로 다시 사용될 수 있을까.
지난 2일 출범한 공소청이 정부 상징인 태극 문양을 임시로 사용 중인 가운데, 검찰청 폐지를 앞두고 대검찰청은 기존 대나무 문양을 살린 공소청 로고 시안을 만들어 전국 일선 청의 의견수렴까지 마친 것으로 동행미디어 시대 취재 결과 확인됐다. 이미 간판 변경에만 예비비 65억원을 편성했는데, 새로운 로고가 확정되면 추가 교체 비용이 또 발생할 수 있다.
12일 시대가 확보한 '공소청 CI 의견 조회 안내' 문건에 따르면 대검은 지난 8월31일 전국 검찰청에 공소청 기관 상징(CI)의 글자체를 고르기 위한 의견 수렴에 나섰다. 후보 5개는 모두 기존 검찰의 대나무 문양을 유지하고 그 아래 '검찰' 대신 '공소청'을 넣었다. 각 청이 자체적으로 1~3순위를 정해 9월2일까지 회신하면, 대검은 최다 1순위 시안과 전체 선택 결과 등을 종합해 최종안을 정하겠다고 안내했다. 검찰 로고를 그대로 사용하고 공소청 글자체만 바꾸는 방안을 놓고 내부 의견을 모은 것이다.

그러나 공소청 개청 당일 적용된 것은 검찰의 대나무 CI가 아닌 임시 태극 문양이었다. 그 배경에는 수장 공석이 자리 잡고 있다. 공소청 관계자는 "중앙 행정기관이 독자 고유 문양을 사용하려면 행정안전부 장관과의 협의 및 승인을 거쳐야 한다"며 "그러나 현재 검찰총장과 법무부 장관이 모두 공석이어서 행안부와 공식 협의를 진행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공소청 내부에선 기존 검찰 로고를 다시 사용하고 싶어하는 기류가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2004년 만든 검찰 CI는 대나무의 올곧음을 본떠 다섯 직선을 나란히 배치했다. 왼쪽부터 공정·진실·정의·인권·청렴을 뜻한다. 위쪽 곡선은 저울의 받침을, 가운데 직선은 칼을 형상화해 공평한 사고와 냉철한 판단을 표현했다. 이름은 바뀌었지만 이런 가치까지 버릴 필요는 없다는 게 공소청의 기류다.
하지만 검찰 로고 유지는 검찰 폐지에 앞장선 여권 강경파의 반대에 부딪힐 수 있다. 앞서 법무부가 검사 정원을 그대로 유지한 채로 공소청 직제를 발표하자 여권은 "정치검찰 부활을 위한 트로이 목마", "간판만 바꾸는 개혁"이라고 비판했다. 법무부는 결국 검사 정원 축소로 방침을 바꿨다. 공소청 관계자는 "검찰총장과 법무부 장관이 최종 결정을 내리는 게 맞다고 본다"며 "새로운 CI가 기존 CI일 수도 있고, 완전히 새로운 CI일 수도 있다"고 했다.
문제는 CI를 확정짓지 못한 사이 '검찰 지우기' 작업은 그대로 진행되면서 세금 낭비가 가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전국 67개 청사에서 검찰 명칭과 문구를 지우는 비용으로만 이미 예비비 65억원을 편성했다. 청사 내부 안내판이나 각종 기물 등 CI와 함께 변경해야 하는 작업들은 최종 상징이 정해지지 않아 집행이 중단된 상태다. 새로운 로고가 언제, 어떻게 만들어지느냐에 따라 65억원보다 더 많은 예산이 필요할 수 있다. 임시로 태극 문양을 언제까지 쓸지도 정해지지 않았다. 기관 정체성 확립과 예산 절감을 위해 명확한 일정을 마련해야 하지만, 수장 부재 속에서 불필요한 논란과 예산 낭비만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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