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택 전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장이 12일 서울 여의도 대한민국헌정회 회장실에서 열린 정대철 대한민국헌정회장과의 대담에서 발언하고 있다./조현호 기자


지난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대한민국 헌정회관. 정대철 대한민국 헌정회장과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명예교수(전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장)가 한국 정치의 과제와 해법을 논의하기 위해 나란히 앉았다. 이상배 동행미디어 시대 정치경제부장이 사회를 맡은 가운데 유신 시절 정계에 입문한 원로 정치인과 정당·선거 분야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정치학자는 1시간30여분 간 한국 정치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다.

→①편에서 계속.



-이상배 (이하 이): 개헌이 필요할까. 개헌을 한다면 바람직한 권력구조는 무엇인가.

▷정대철(이하 정): 개헌이 필요한 이유로 우선 12·3 비상계엄 사태의 교훈이 있다. 대통령이 갑자기 제왕적으로 권한을 행사할 가능성을 없애야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한다. 사회가 산업사회와 정보사회를 지나 인공지능 시대까지 달라진 만큼 헌법도 변화를 담아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의원내각제를 선호한다. 책임정치를 위해 좋다고 생각한다. 다만 궁극적으로는 국민이 선택해야 한다. 헌정회는 분권형 대통령제로 가자는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국회에서 총리를 선출하는 책임총리제 등 내각제적 요소를 가미하고, 상원을 두는 양원제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상원이 하원의 독주를 견제하고 균형을 맞추자는 것이다. 중앙정부의 민생 업무를 지방으로 넘겨 풀뿌리 민주주의를 키우는 것도 중요하다.

▷강원택(이하 강): 오랫동안 개헌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방향은 권한의 분산이다. 수평적으로는 대통령의 권한을 의회 등에 나누고 사법부의 독립성을 강화해야 한다. 수직적으로는 중앙정부의 권한을 지방으로 분산해야 한다. 그런데 요즘은 내용보다 절차가 더 걱정된다. 1987년 개헌 당시 8인 정치회담에는 여야가 네 명씩 참여했다. 의석수가 많은 쪽이 협상 인원을 더 많이 갖는 방식이 아니었다. 처음부터 헌법을 숫자로 고치지 않고 타협과 합의로 만들겠다는 의미였다. 지금은 헌법보다 낮은 단계의 법률을 놓고도 제대로 토론하지 못한다. 이런 상황에서 개헌까지 다수결로 밀어붙이면 안 한 것보다 못할 수 있다. 더 큰 후유증과 정치적 혼란이 남을 수 있다.



-이: 이재명 대통령이 지지율을 회복할 방법은.

▷정: 야당을 설득해 공통분모를 찾아야 한다. 야당이 무엇을 걱정하는지 보고 그 우려를 풀어줘야 한다. 임기 연장뿐 아니라 대통령이 자신의 재판을 무효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해소해야 한다. 대통령이 임기 중 자신의 공소 취소를 추진하지 않고 주변 사람들에게도 시키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면 설득력이 생길 것이다. 야당이 원하는 것도 들어주면서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 자기 것만 챙기면 대화가 되지 않는다. 대통령과 여당이 달라지는 모습을 보여야 개헌도 제대로 된다.

-이: 거대양당 구도와 위성정당 문제를 극복하려면 선거제도를 어떻게 바꿔야 하나.

▷정: 선거제 개편에는 몇 가지 원칙이 있다. 우선 지역주의에 기댄 기득권 양당의 독식을 타파해 비례성과 대표성을 살려야 한다. 소수정당이 국회에 들어와 다당제가 가능하도록 하고 사표도 줄여야 한다. 도시와 농촌의 여건을 고려해 대선거구제와 소선거구제를 함께 적용하고, 비례대표는 권역별 연동형으로 가는 방향을 지지한다. 중요한 것은 대표성과 비례성이 제대로 살아나는 것이다. 소선거구제의 승자독식 문제를 보완하려고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했는데 위성정당을 만들어 다시 의석을 가져가는 모습이 나타났다. 제도의 취지가 살아나도록 고쳐야 한다.

▷강: 지금의 지역주의와 보수·진보 구분에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현실과 맞지 않는 부분이 많다. 사회는 달라졌는데 기존 정당들이 그 변화를 담아내지 못한다. 민주당 또한 검찰 개혁 이야기는 많이 하지만 스스로의 기득권을 내려놓는 정치 개혁에 관한 논의는 하지 않은 지 오래됐다. 이미 기득권이 된 것이다. 두 집단이 기득권이 돼 서로를 지키려 한다. 매우 적대적인 것 같지만 사실 공생 관계다. 새로운 정당의 진입 장벽을 낮추려던 선거제 개편도 위성정당이라는 꼼수 때문에 취지가 훼손됐다. 소수정당은 오히려 어려워졌다. 경쟁이 없는 지역도 너무 많다. 공천이 곧 당선이 된다. 유권자가 뽑는 것이 아니라 당의 공천권을 가진 사람이 사실상 국회의원을 선택하는 것이다. 그러면 의원은 국민보다 공천권자에게 잘 보여야 한다.

▷정: 꼭대기, 공천권자에게 잘 보이려는 것이다. 승자독식 구조 때문에 대표성과 비례성이 무너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개헌보다 선거법부터 고쳐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이: 공천 단계에서 국민 참여를 늘리는 오픈 프라이머리(개방형 국민경선제)가 해법이 될 수 있나.

▷강: 오픈 프라이머리가 반드시 더 나은 방식은 아니다. 모든 사람이 경선에 참여하진 않는다. 정치적 관심이나 정파적 성향이 강한 사람들이 주로 참여하면 그들의 입맛에 맞는 후보가 선출될 수 있다. 더 본질적인 것은 본선의 경쟁성이다. 경쟁이 있으면 공천권자가 아무나 내려보낼 수 없다. 당선될 만한 사람을 보내야 한다. 공천 방식보다 '공천이 곧 당선'이 되지 않는 구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이: '존중받는 개인, 부강한 대한민국'을 지향하는 숙의미디어인 동행미디어 시대가 신문을 발행한다. 당부하고 싶은 언론의 역할은.

▷정: 서로 다를 수 있다는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을 강조해야 한다. 우리 사회에는 나와 다른 생각을 잘못된 것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다양성을 인정하고 이해하는 폭을 넓히는 데 언론이 앞장서줬으면 한다. 보수와 진보, 상대가 대안 세력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국민에게 심어줘야 한다. 대통령에게는 야당과 시민사회 대표를 만나 대화하고 설득하고 조정하라고 요구해야 한다. 정치 개혁을 정치인에게만 맡겨서는 안 된다.

▷강: 생각이 다르면 적이 되는 현실부터 바꿔야 한다. 상대를 악으로 규정하면 공존할 수 없다. 내가 상대의 생각을 받아들이거나 따르지는 않더라도 그 생각은 존중한다는 태도가 필요하다. 또 정보는 많아졌지만 믿을 만한 정보는 오히려 찾기 어려워졌다. 시대도 사람들이 어렵고 헷갈릴 때 찾아보고 믿을 수 있는 언론이 됐으면 한다.
강원택 전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장이 12일 서울 여의도 대한민국헌정회 회장실에서 열린 정대철 대한민국헌정회장과의 대담에서 발언하고 있다./조현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