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대한민국 헌정회관. 정대철 대한민국 헌정회장과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명예교수(전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장)가 한국 정치의 과제와 해법을 논의하기 위해 나란히 앉았다. 이상배 동행미디어 시대 정치경제부장이 사회를 맡은 가운데 유신 시절 정계에 입문한 원로 정치인과 정당·선거 분야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정치학자는 1시간30여분 간 한국 정치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다.
두 사람이 공통으로 강조한 것은 양보와 타협을 통한 '정치의 복원'이었다. 정 회장은 대통령과 집권 여당이 먼저 양보하고 야당과의 협치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교수는 다수당의 독주가 관행으로 굳어지면 정권이 바뀌어도 같은 행태가 반복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두 사람은 개헌과 선거제도 개혁을 통해 승자독식의 정치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데도 뜻을 같이했다. '존중받는 개인, 부강한 대한민국'을 지향하는 시대에는 서로 다른 생각을 존중하고 사회적 논의를 이끄는 언론의 역할을 당부했다.
-이상배(이하 이): 이재명 정부 출범 1년4개월이 지났다. 그동안의 국정 운영을 어떻게 평가하나.
▷정대철(이하 정): 이재명 정부가 전 정부에 비해 국민과의 소통을 늘린 것은 대단히 좋게 평가한다. 언론 인터뷰와 정책 설명 등을 통해 소통의 폭이 넓어졌다. 단임으로 끝내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점도 긍정적이다. 반면 인사 검증과 입법 독주는 우려스럽다. 민주당이 다수라고 해서 너무 빨리 밀어붙이고 야당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 정치가 거의 전쟁 상태를 방불케 한다. 이것이 현 정부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야당과 합의해 상생·협치·통합의 정치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 사법부에 관여하거나 장악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받고 있다. 대통령 재판과 관련한 공소 취소 논의 역시 국민이 걱정하는 부분이다.
▷강원택(이하 강): 가장 큰 공은 혼란을 극복했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불안해하던 상황에서 헌정 질서를 회복했다. 다만 일차적인 위기는 극복했지만 그 위기를 몰고 온 원인에 대한 처방은 아직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이제는 망가졌던 틀을 복원하고 민주 정치가 제대로 자리 잡도록 해야 한다. 핵심은 정치의 복원이다. 권력자가 됐고 다수당이 됐다면 대통령과 다수당이 양보와 협상을 통해 합의를 이끌어내는 역량을 보여야 하는데 지금은 다수당이 독주하고 야당은 무시당하고 있다. 정치에서 중요한 것은 관행이다. 지금의 독주가 관행으로 굳어지면 다수당이 바뀌어도 같은 일이 반복될 수 있다. 한 번은 이런 관행을 끊어야 한다.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한 원인도 고민해야 한다. 정책을 충분한 검토 없이 불쑥 내놓는 경향이 있다. 농지 전수조사가 대표적인 사례다. 안보 측면에서도 대북 문제에 지나치게 소극적으로 대응한다는 인상을 준다. 이런 모습이 쌓이면서 국민에게 국정을 유능하게 운영하지 못한다는 인식을 주는 것 같다.
▷정: 대통령과 여당이 상당히 양보해야 한다. 야당에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는 정치가 필요하다. 내가 유신 시절 정치를 시작했는데 그 엄혹한 시절에도 주고받는 것이 있었다. 지금은 다수결로 밀어붙이면서 자신들에게 정당성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나 정치가 거기서 그쳐서는 안 된다. 대통령제에서 대통령의 역할은 굉장히 크다. 대통령이 나서서 야당에 양보하고 함께 가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한다.

-이: 대법관 제청을 둘러싼 대통령과 대법원장 간 갈등의 해법은.
▷정: 대통령의 임명권과 대법원장의 제청권, 국회의 동의권은 각각의 권한이다. 서로 협조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각자의 권한을 지켜야 한다. 대통령이 큰 정치인의 모습을 보여줬으면 한다. '내가 져준다'는 마음으로 대법원장의 제청을 받아 국회에 임명동의를 요청하는 것이다. 계속 대치하기보다 통 큰 정치인의 모습으로 갈등을 풀기를 바란다. 사법부를 장악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국민에게 주지 않아야 한다.
▷강: 대통령이 법 구절을 놓고 세세하게 다투는 모습은 작아 보인다. 사법부의 권한을 존중한다고 대통령의 위신이나 권위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더 큰 지도자라는 인상을 줄 수 있다. 우리 헌법에 사법부가 정치로부터 독립하도록 하자는 취지가 깔려 있다면 그 의미를 이해하고 존중해야 한다. 선출된 권력이 사법부보다 위에 있다는 것은 굉장히 오만한 생각이다. 대통령의 국가원수 규정도 과거 권위주의 시대와 같은 의미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지금 시대에 맞게 이해해야 한다.
-이: 이 대통령과 민주당에 대해 20·30대의 민심 이반이 나타나고 있다. 청년들의 정치적 소외감과도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청년의 정치 참여를 확대하고 이들의 정치적 과소대표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정: 청년을 미래의 유권자로만 보지 말고 현재의 유권자라는 관점에서 봐야 한다. 청년이 정책 결정에 참여하고 자기 의견을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다양한 의견을 담는 민주주의가 가능하다. 전문가들은 정당 가입뿐 아니라 선거운동에 참여할 수 있는 연령도 낮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나는 어느 정도까지 낮추는 것이 적절한지 더 연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강: 개인적으로 이 사안에 대해서는 좀 과격해진다. 세대교체가 너무 오랫동안 이뤄지지 않았다. 기존 정치 세대는 자신들이 30대에 들어온 뒤 문을 닫아 놓았다. 86세대가 계속 정치를 장악하면서 새로운 세대에게 열어주지 않는 것이다. 지금의 정치 갈등 가운데 상당 부분은 1980년대에 학습한 기억으로 2020년대, 2030년대 대한민국을 통치하려는 시대착오적인 생각과도 관련이 있다고 본다. 젊은 세대는 불공정과 여러 문제에 분노하고 있다. 다음 총선에서도 기존 세대가 기득권을 지키려 한다면 세대 간 갈등이 정치적으로 표출될 수 있다. 젊은 세대가 대거 들어와 새로운 질서와 국가의 미래를 그려야 한다.
→②편에서 계속.


![[뉴스언팩] 금메달의 보상 꼭 병역특례여야 하나 / 신한·국민·하나까지 해킹, AI에 줄줄이 뚫린다](https://i.ytimg.com/vi/sNh-vxA0x5Q/maxresdefault.jpg?width=1920&quality=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