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발생한 저축은행 뱅크런 사태의 피해자들이 2012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뉴스1


2011년 저축은행 부실 사태 후 전 금융권이 부채를 갚아 온 '공동 통장'이 오는 연말 문을 닫는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로 31개 저축은행이 문을 닫으면서 대규모 예금자 피해가 발생한 사건으로 당시 정부는 예금보험공사를 통해 업계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아직 1조5000억원가량의 부채가 남은 가운데 국회가 연장 법안 심사를 멈추면서 시한은 두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는 지난달 15일 예금보험기금 '저축은행 특별계정'의 운영기한을 2027년 말로 1년 늘리는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을 보류했다. 당시 추계 자료를 다시 확인해야 한다는 이유다. 특별계정은 부실 저축은행 정리 비용을 분류하기 위해 만든 계정이다. 저축은행은 예금보험료 전액을, 은행·보험·금융투자 업권은 예보료의 45%를 계정에 넣어 왔다.



당국은 정리 비용을 15조원으로 봤지만 31개 저축은행에 27조2000억원이 들어갔다. 한 곳의 예금 인출 사태가 다른 저축은행으로 번지면서 정리 대상이 불어났다. 권대영 당시 금융위 부위원장은 소위에서 "당시 추정의 적정성에 미진한 점이 있었다"고 했다.

상환 속도도 예상에 미치지 못했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예보료는 수신 평균잔액에 요율을 곱해 내는 구조라 수신이 줄면 예보료도 준다. 최근 몇 년 동안 업권 규모가 확 줄면서 부족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안 연장이 무산되면 남은 빚 1조5148억원은 저축은행 고유계정으로 넘어간다. 이 계정은 2003~2009년 16개 저축은행이 경영 부실로 쓰러진 여파로 이미 2조원가량 적자다. 둘을 합해 3조5000억원이다. 넘어올 빚만 지난해 업권 순이익(4173억원)의 3.6배, 올해 상반기 순이익(7658억원)의 2배다.



적자 부담은 저축은행 이용자에게 번질 수 있다. 올해 4월부터 예보료를 대출금리에 넣을 수 없고, 법정최고금리(연 20%)에 막혀 금리를 올리기도 어렵다. 업계 관계자는 "비용 절감 말고는 방법이 없다"며 중·저신용자 대출 심사가 깐깐해질 수 있는 점도 부인하지 않았다.

이번 혼선은 정산 규칙이 없어서 생겼다. 2011년 법에서는 운영기한만 담겼을 뿐, 추정이 빗나갔을 때 부족분을 누가 어떻게 낼지는 정하지 않았다. 미국은 달랐다.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2023년 실리콘밸리은행 파산의 손실을 은행들에 8분기로 나눠 물리면서, 실제 손실이 확정되면 차액만 한 번 더 거둬들이도록 처음부터 못 박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