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법사위가 최길수 특별감찰관 후보자의 인사청문보고서를 채택한 22일 최길수 후보자가 사무실을 나서고 있다./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이 23일 최길수 특별감찰관 임명안을 재가했다. 2016년 9월 이석수 초대 특별감찰관 사퇴 이후 10년 1개월 만이다. 그러나 그사이 국회는 특별감찰관법을 한 번도 직접 고치지 않았다. 22대 국회에 계류 중인 개정안은 감찰 대상과 비위 범위를 넓히는 데 쏠려 있다. 실질적으로 더 중요한 조사 수단과 대통령 보고 체계를 고치는 내용은 빠져 있다.

23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대 국회 이후 발의된 특별감찰관법 개정안 16건은 모두 폐기됐거나 계류 중이다. 여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은 탄핵 정국이던 2017년 2월 최교일 당시 자유한국당 의원안 1건뿐이다. 나머지 15건은 발의 당시 야당 의원이 냈다.



22대 국회에 계류 중인 6건 가운데 국민의힘 의원들이 낸 3건은 감찰 대상을 넓히는 내용이다. 박균택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법안 2건은 후보 추천 방식을 바꾸고 특별감찰관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도 고발할 수 있게 한다. 황운하 조국혁신당 의원안은 특별감찰관이 비위를 고발할 기관을 사건별 관할 수사기관으로 정하는 내용이다.

현행법은 감찰 대상을 대통령의 배우자와 4촌 이내 친족, 대통령비서실 수석비서관 이상 공무원으로 한정한다.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안은 이를 대통령비서실 1급 이상으로, 이종욱 의원안은 비서관 이상으로, 김희정 의원안은 비서실 전 직급으로 넓힌다. 9월18일 인사청문회에서 국민의힘은 김현지 청와대 제1부속실장을,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을 겨냥해 각각 인사 개입 의혹을 감찰해야 한다며 맞섰다. 다만 현행법으로는 두 요구 모두 실현이 어렵다. 1급 비서관인 김 실장은 감찰 대상이 아니고, 퇴임한 전임 정부 인사는 감찰할 근거가 불분명하다.

유상범안과 이종욱안은 비위의 범위도 넓힌다. 현행법은 인사와 관련해서는 '부정한 청탁'만 비위로 본다. 유상범안은 권한을 넘어선 영향력 행사를, 이종욱안은 인사권에 부당하게 지시·간섭하는 행위를 비위에 더했다.



박 의원은 윤석열 정부 시절인 2024년 9월 대통령 소속 정당을 후보 추천에서 빼는 개정안을 냈다. 대통령이 추천을 받고 3일 안에 임명하지 않으면 후보자 중 연장자가 임명된 것으로 보는 조항도 담았다. 이 법안은 지난해 1월 법제사법위원회 소위원회에 회부된 뒤 계류 중이다. 법안대로라면 이번에는 민주당이 후보를 추천할 수 없었다. 22일 법사위가 채택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에도 최 감찰관이 여당 추천 인사여서 독립적인 감찰이 어려울 수 있다는 부적격 의견이 적격 의견과 함께 실렸다.

조사 수단은 2014년 법 제정 이후 바뀌지 않았다. 특별감찰관은 관계 기관에 자료 제출을, 감찰 대상자에게 출석과 답변을 요구할 수 있다. 그러나 상대가 거부해도 제재할 규정이 없어 속수무책이다. 금융거래정보를 요구할 근거도 없다. 2017년 9월 윤상직 당시 자유한국당 의원이 금융거래정보 요구권과 현장 감찰 근거를 담은 안을 냈지만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이 대통령은 대선 때 특별감찰관 '권한 확대'를 공약했다. 그러나 22대 국회에서 조사 권한을 강화하는 법안은 1건도 나오지 않았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대상만 늘리고 수사를 의뢰할 수 있는 정도로는 실효성을 발휘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대통령 보고 조항도 쟁점이다. 현행법은 특별감찰관이 감찰을 시작하고 끝낼 때 즉시 대통령에게 보고하도록 한다. 1개월인 감찰 기간을 늘리려면 대통령의 허가도 받아야 한다. 2019년 9월 김정재 당시 자유한국당 의원이 '직무 독립성 확보'를 내세워 감찰 개시 보고를 없애는 안을 냈지만 이 역시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임명도 개정도 멈춘 배경에는 여야의 공수 교대가 있다. 2017년 12월 문재인 정부 청와대와 여당인 민주당은 공수처법을 먼저 처리한 뒤 특별감찰관 추천을 논의하겠다며 임명을 미뤘다. 야당이던 국민의힘은 2020년 10월 공수처 출범에 맞춰 특별감찰관과 북한인권재단 이사를 함께 임명하자고 요구했다. 정권이 바뀐 뒤인 2022년 8월에는 야당이 된 민주당이 임명을 요구했다. 그러자 주호영 당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율배반'이라며 북한인권재단 이사 동시 임명을 조건으로 걸었다.

조 교수는 "야당일 때는 대통령 측근 비리를 밝혀야 하니 특별한 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가 정권을 잡으면 미뤄온 역사가 있다"며 "거대 양당이 본인의 발목을 조이는 제도 개혁을 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특별감찰관이 어마어마한 권한을 갖는다는 게 과연 좋을지 모르겠다"며 "특별한 제도를 강화하기보다 공수처 같은 상시 기구를 정착시키는 게 더 안정적"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