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심에서 피선거권이 박탈되는 시장직 상실형을 받아 일생 최대의 정치적 위기를 맞았던 오세훈 서울시장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극적으로 사법리스크의 큰 고비를 넘기면서 오 시장의 차기 대권가도에 청신호가 커졌다는 분석이다. 그동안 추진해온 서울시 역점 사업에도 다시 힘이 실릴 전망이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7부(구회근 부장판사)는 이날 오 시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항소심에서 벌금 1000만원과 추징금 21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유일한 직접 증거인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의 진술을 믿기 어렵다고 봤다. 함께 기소된 강철원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과 사업가 김한정씨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오 시장은 2021년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명씨에게 여론조사를 의뢰하고 후원자인 김씨가 비용 약 3300만원을 대신 내도록 한 혐의로 지난해 12월 김건희 특별검사팀(특별검사 민중기)에 기소됐다. 1심은 지난 7월 여론조사 10건 가운데 5건의 의뢰와 2100만원 대납을 유죄로 인정했다. 항소심에서는 명씨가 김씨에게 "오세훈이는 몰라요"라고 말한 통화 녹음파일이 명씨 진술의 신빙성을 다투는 탄핵증거로 채택됐다. 같은 재판부는 지난 7일 명씨에게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받은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도 무죄를 선고했다.
정치권의 시선은 오 시장의 대권 행보에 쏠린다. 오 시장은 지난 6·3 지방선거에서 사상 첫 5선 서울시장에 오르며 차기 대권 주자로 입지를 다졌다. 오 시장의 임기는 2030년 6월까지이고 차기 대통령 선거는 같은 해 3월로 예정돼 있다. 임기를 정상적으로 이어가면 서울시장직을 수행하면서 대선을 준비할 수 있는 셈이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국민의힘 내 세력 재편이 빨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 정치권에서 제기된다. 최요한 정치평론가는 "국민의힘 내부에서 한동훈 무소속 의원에게 비판적인 세력이 오 시장 쪽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며 "당내 힘이 오 시장 쪽으로 쏠리게 될 것으로 본다. 오 시장으로서는 강력한 대선 후보로서 날개를 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도 "이제 범야권 대선 주자 가운데 오 시장을 이길 만한 사람이 없다고 본다"며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도 (오 시장을) 이기기 쉽지 않고 당 밖에 있는 한 의원은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장 대표와 한 의원 모두 보수 진영 주도권과 차기 대권을 둘러싼 경쟁에서 오 시장을 의식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장 대표는 선고 직후 페이스북에 "오세훈 서울시장 전부 무죄! 사필귀정"이라며 특검에 상고 포기를 촉구했다. 한 의원도 SNS에 "항소심 재판부가 1심 판결을 바로잡아 다행"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대권 주자군이 넓어지는 데 의미를 두는 분위기다. 최수진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은 선고에 앞서 시대에 "대법원은 법리 해석을 중심으로 판단하는 만큼 항소심 결과가 중요하다"며 "무죄 판결로 유력 대선 주자 한 명이 더 생기는 것은 당 차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박충권 국민의힘 수석대변인도 "정부·여당의 먼지털이식 정치 탄압이었다"면서도 "정치권의 흐름이 그렇게 크게 바뀌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당 지도부 운영에도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더불어민주당은 판결에 반발하고 있다. 한병도 민주당 원내대표는 선고 뒤 페이스북에 "국민 상식과 눈높이에 부합하지 않는 판결"이라며 "특검은 즉각 상고해 항소심 재판부의 법리 오인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밝혔다.
항소심 무죄 선고로 내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가능성은 크게 낮아질 전망이다. 다만 특검이 판결 선고일부터 7일 안에 상고하면 대법원 판단이 남는 만큼 사법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김건희 특검법은 상고심 선고를 원심 선고일부터 3개월 안에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줄면서 서울시정에도 다시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 안팎에서는 오 시장의 시정 장악력이 한층 강해지고 주택 공급과 한강버스 등 역점 사업에도 속도가 붙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시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2심에서는 변호인단을 강화했고 오 시장과 측근들도 재판에 굉장히 예민하게 대응해왔다"며 "명태균씨 관련 녹취 등 유리한 상황이 나올 때마다 무죄를 확신하는 분위기가 강했다. 이번 선고를 계기로 그간 주춤했던 시정 현안들이 속도를 낼 것"이라고 분석했다.
오 시장은 선고 직후 법정 앞에서 기자들을 만나 "공직생활을 하면서 검찰과 법원에 출석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게 돼 정말 송구스럽다"며 "한창 재판을 받는 중에 선거를 치렀는데도 제 결백을 믿어주시고 다시 서울시장으로 일할 수 있도록 투표해주신 시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민 여러분의 믿음과 혜안에 어긋나지 않도록 더욱 열심히 일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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