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신사의 25년 성장사. 2001년 고등학생 조만호 창업자가 만든 인터넷 신발 동호회에서 출발했다. 2009년 온라인 쇼핑 시작, 2012년 위탁판매를 도입했다. 이후 무신사 스탠다드 출시, 29CM 인수 등을 거쳐 글로벌 K패션 플랫폼이됐다. /그래픽=신재민 편집위원


패션의 유행은 거리에서 시작되지만 시장을 움직이는 힘은 오랫동안 백화점과 대형 브랜드에 있었다. 그 질서에 변화를 가져온 것은 신발을 좋아하던 한 고등학생의 인터넷 동호회였다. 25년 뒤 그 곳은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의 주요 유통망이자 기업가치 10조원에 도전하는 패션기업으로 성장했다. 무신사의 성장은 한국 패션산업이 소비자와 브랜드를 연결하는 방식을 바꿔온 역사이기도 하다.

무신사는 2001년 당시 고등학생이던 조만호 창업자가 인터넷 커뮤니티 프리챌에 개설한 '무진장 신발 사진이 많은 곳'에서 출발했다. 스니커즈를 좋아한 조 창업자가 운동화 사진과 정보를 나누려고 만든 동호회다. 좋아하는 신발을 더 많은 사람과 나누려는 열정이 사업의 출발점이었다.



2003년 무신사닷컴을 열고 2005년 웹매거진을 선보이면서 관심은 신발에서 스트리트 패션 전반으로 넓어졌다. 무신사는 거리의 옷차림과 신생 브랜드를 콘텐츠로 소개했다. 소비자는 새로운 브랜드를 발견했고, 자본력이 부족한 디자이너들은 백화점이나 대형 광고에 기대지 않고 이름을 알릴 수 있었다.

처음부터 순탄하지는 않았다. 2009년 쇼핑 기능을 도입했으나 한동안 유니클로 등 패션기업의 디지털 마케팅 대행이 주요 수익원이었다. 전환점은 2012년 위탁판매 도입이었다. 브랜드가 상품을 공급하고 무신사가 판매를 중개해 수수료를 받는 구조다.

이 전환은 국내 패션 유통을 바꿨다. 매장이 없는 인디 브랜드가 무신사에서 소비자를 만나면서 신진 디자이너의 시장 진입장벽이 낮아졌다. 무신사는 콘텐츠로 모은 관심을 구매로 연결했고 입점 브랜드는 판매를 통해 성장했다. 브랜드가 늘수록 상품 선택의 폭이 넓어지면서 더 많은 소비자가 몰렸다. 기존 유통망에서 주목받기 어려웠던 신생 브랜드와 플랫폼이 함께 크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사업 영역은 판매 중개 밖으로 넓어졌다. 2017년 자체 브랜드 '무신사 스탠다드'를 출시했고 이듬해부터 입점 브랜드의 생산자금 지원을 본격화했다. 2021년 29CM를 인수, 2022년 글로벌 스토어를 연 데 이어 2025년 중국 상하이에서 해외 오프라인 사업을 시작했다.

성장 속도는 거래 규모와 매출에서 확인된다. 연간 거래액은 2023년 4조원을 넘었고 2024년 4조5000억원, 지난해 5조원 안팎에 이르렀다. 패션 소비가 위축된 가운데 무신사를 거쳐 팔리는 상품은 해마다 늘었다. 매출은 2023년 9931억원에서 2024년 1조2427억원, 지난해 1조4679억원으로 2년 새 4748억원(47.8%) 증가했다. 무신사 스탠다드는 지난해 거래액 4700억원을 기록하며 한때 마케팅을 대행해준 유니클로와 국내 SPA 시장에서 맞붙는 브랜드가 됐다.

무신사는 2019년 세쿼이아캐피탈의 첫 외부 투자 때 기업가치 2조원대를 인정받아 유니콘에 올랐고, 2023년 투자 유치 때는 3조원 중반으로 평가받았다. 지난 9월에는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하며 기업공개(IPO) 절차에 나섰다. 시장에서 거론되는 기업가치는 8조~10조원이다.

무신사의 경쟁력은 취향을 읽는 능력에 그치지 않는다. 신생 브랜드가 클 판로를 만들고 그 성장을 플랫폼의 힘으로 연결했다. 무신사는 국내 브랜드를 세계 시장으로 잇는 유통망 구축에 나섰다. 신발 사진을 모으던 동호회가 한국 패션 유통의 판을 바꿨다면 다음 25년의 성패는 K패션의 해외 시장을 얼마나 넓히느냐에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