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막바지에 접어든 이재명 정부 2년차 국정감사를 놓고 어느 해보다 수준과 질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쏟아진다. 고성·막말과 함께 '쇼츠(짧은 동영상)' 만들기 경쟁이 국감 저질화를 부채질한다는 지적이다. 올해 국감장은 국정 감시의 장인지, 쇼츠 촬영장인지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올해 국감 첫 주 유튜브에 올라온 관련 쇼츠는 852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6.2배에 달했다. 정책 대결은 자취를 감추고 SNS와 유튜브 쇼츠 영상으로 가공될 '한 컷'을 위해 여야의원들은 카메라 앞에서 고성을 지르고, "이재 명을 끊을 때" "여자 깡패" 같은 인신공격성 막말을 서슴지 않았다.
국감장에서는 여야 의원끼리 "쇼츠 찍냐"며 다투는 일이 매일같이 벌어진다. 지난 2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시작과 동시에 여야 의원끼리 고성이 이어졌다. 국민의힘 의원 보좌진이 여당 의원들 뒤편에 서서 영상을 찍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항의한 것이다. 민주당 의원들은 "의정 활동을 쇼츠 찍으려고 하느냐"고 했지만 이들도 야당 의원들을 비난하는 장면을 쇼츠로 만들어 소셜미디어에 올리고 있다 .육군 대장 출신인 민주당 김병주 의원은 계룡대 육군본부 국감을 하러 가서 허가 없이 영상을 촬영해 소셜미디어에 올렸다가 논란이 되자 삭제하기도 했다.
국감의 질을 낮춘다는 우려도 있지만 여야 지도부는 쇼츠 제작을 독려하고 홍보에 활용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최근 임이자 정책위의장 명의로 각 의원실에 "이번 국감에서 의원 활약상을 담은 15초 쇼츠를 보내라"는 공문을 보냈다. 민주당은 최근 당 공식 유튜브에 야당 의원들의 자극적인 발언을 편집한 쇼츠를 게시했다. 정책 검증보다 조회 수와 '좋아요'를 챙기는 데 여야 구분이 없는 것이다.
1998년 이후 매년 전국 국감 현장을 모니터링하고 평가해 온 국정감사NGO모니터단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국감에 2년 연속 'F학점'을 매겼다. 모니터단은 "국감의 본령을 상실한 부실한 감사"라고 질타했다. 부끄러운 일이다.
쇼츠 경쟁에 골몰하면서 국감은 예년보다 더 부실해졌다. 모니터단의 평가에 따르면 전체 피감기관 775곳 중 245곳은 기관장이 질문을 한 번도 받지 못했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20일 54개 기관을 대상으로 8시간9분간 감사를 진행했다. 기관당 9분꼴이었다. 같은 날 재정경제기획위원회가 지방국세청 11곳을, 법제사법위원회가 대구고등법원 등 11곳을 감사하는 데 걸린 시간은 각각 2시간도 안 됐다.
부실 국감의 피해는 결국 국민에게 돌아간다. 국감이 정치적 쇼로 소비되는 동안 정작 국회가 다뤄야 할 국가적 과제들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행정을 바로잡아야 할 국감이 도리어 행정의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국가적 에너지 소모만 부추기는 역효과를 내고 있다. 여야는 지금이라도 쇼츠 국감을 멈추고 정책 질의에 집중해야 한다. 의원들이 질의시간을 자극적인 장면 연출과 자기 홍보에 계속 허비한다면, 국감 무용론은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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