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29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문해력 특별위원회 위촉식 및 제1차 회의에서 차정인 국가교육위원회 위원장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뉴스1


지난 4월 출범한 대통령 소속 국가교육위원회 문해력특별위원회가 임기 종료를 앞두고 있다. 1~10차 회의록 보고서를 입수해 살펴보니 문해력 해법으로 납득하기 힘든 내용들이 담겨 있었다. 사교육 우려로 2017년 폐기된 한자 교육이 다시 거론됐다. OECD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읽기 영역에서 남학생 점수가 여학생보다 낮게 나온 것을 두고 국내 교육 방식과 평가 방법이 여학생에게 유리한 것은 아닌지 진단하고 개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도 했다.

한국어 어휘에 한자어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이라는 점을 근거로 한자 교육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한자 획을 외우는 학습은 문해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의견이 많다. 문해력 저하의 본질을 살피지 않고 논쟁 끝에 접은 정책을 다시 꺼낸 것은 익숙한 오답으로 돌아가는 일이다.



PISA 읽기 성취도의 성별 격차 논의도 마찬가지다. 남학생들의 읽기 부진은 들여다볼 만한 문제지만, 이는 한국만의 현상은 아니다. 읽기에서 여학생이 남학생보다 높은 성적을 보이는 건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세계적 추세다. PISA 2022에선 81개국 가운데 79개국에서 여학생의 읽기 점수가 높았다. 살펴야 할 것은 평가의 유불리가 아니라 남학생이 왜 읽기에서 멀어지느냐다.

특위가 놓친 질문은 따로 있다. 21세기에 필요한 문해력이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물음이다. 오늘날 문해력은 읽고 쓰기를 넘어 자신만의 시각으로 창의력을 발휘하고 사회에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내는 힘까지를 아우른다.

"이것도 모르냐는 식으로 타인의 문해력을 비난하는 사람들이야말로 문해력이 약한 거죠." 취재 과정에서 만난 한 교육계 관계자의 말이다. '심심한 사과'와 '금일'의 뜻을 모른다는 이유로 아이들을 낮잡아보는 시선을 만든 건 우리 모두의 책임일지 모른다. 언어를 통해 누군가를 배제하고 지식의 우열을 가르는 태도가 과연 높은 문해력의 증거일 수 있을까.



이달 말 특위는 그간의 논의를 바탕으로 국교위 본회의에 보고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보고서가 답해야 할 질문은 분명하다. 교실에서 진정 필요한 변화는 무엇이고, 학생들의 문해력을 키우기 위한 평가 체계를 어떻게 혁신할 것인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