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년 1월 시행을 2개월여 앞둔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소득에 대한 과세가 또다시 연기될 전망이다. 청와대는 25일 "자산 사다리 존중 등 청년층 목소리를 감안해 시행을 미루는 방향으로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가상자산 소득 과세는 2020년 12월 개정된 소득세법에 따라 가상자산을 양도하거나 대여해서 얻은 연간 소득에서 기본공제 250만 원을 뺀 금액에 22%(지방소득세 포함)의 세금을 물리는 제도다. 원래 2022년 1월 시행에 들어갈 예정이었지만 2023년·2025년·2027년으로 세 차례나 미뤄졌다. 이번에 또 미뤄지면 네 번째가 된다.
가상자산 과세가 거듭 유예된 배경은 소득세법 개정 뒤 가상자산 시장 침체와 함께 개인 투자자들의 반발이 컸기 때문이다. 국내 주식은 소액주주의 양도차익에 세금을 물리지 않으면서 가상자산에만 과세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주장이었다. 여기에 국내 주식 과세를 강화하는 금융투자 소득세 도입마저 무산되면서 과세 형평성 논란은 더욱 커졌다.
이번 유예 움직임에는 가상자산의 주요 투자자인 청년층의 민심 악화를 우려한 정치적 판단도 깔려 있다. 2025년 기준 전체 가상자산 투자자 중 20·30대 비중은 51.9%에 이른다. 최근 증시 하락으로 투자자들의 불만이 커진 상황에서 가상자산 과세까지 강행할 경우 청년층의 반발이 거세질 수 있다. 게다가 경상수지 흑자가 세계 2위에 오를 정도로 대외 경제지표는 양호하지만 청년고용은 47개월째 하락하는 등 청년들의 경제적 소외감도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예정대로 가상자산 과세를 시행하는 것은 당정에 적지 않은 정치적 부담이었을 것이다. 지난달 인사청문회에서 내년 1월 과세 시행이 바람직하다고 했던 이형일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지난 22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전문가와 업계 의견을 더 들어보고, 국회에서 나온 의견도 있기 때문에 최대한 숙고해서 판단하도록 하겠다"고 한발 물러선 것도 이런 기류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가상자산에 대한 과세 시스템이 제대로 정비되지 않았다는 업계의 지적도 가볍게 볼 일은 아니다. 해외 거래소를 통한 가상자산 거래의 과세자료 확보가 어려운 데다 거래 유형별 과세 기준이 여전히 불명확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예정대로 과세를 시행하기 보다는 과세자료 제출 시스템을 구축하고 검증할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주장에도 일리가 있다.
하지만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조세 원칙에 따라 2020년에 과세 법안까지 마련해놓고 정치적 상황에 따라 시행을 네 차례나 미루는 것은 정상이 아니다. 정부 스스로 조세 신뢰도를 해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세 준비가 미흡하다면 그 책임 또한 6년 가까이 시간을 허비한 정부에 있다. 청년 투자자들의 어려움을 외면해서는 안되지만 정책에선 일관성과 형평성, 그리고 예측가능성이 중요하다. 정부는 조세 형평성 측면에서 과세 기준과 인프라 등을 정비하고 시행 일정을 포함한 명확한 로드맵을 함께 내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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