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진 금감원장은 8개 은행지주 이사회 의장 간담회에서 AI 해킹에 대비한 IT 보안 강화와 지배구조 개선, 실질적인 사회공헌 확대, 해외점포 내부통제 강화를 주문했다. 사진은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재정경제위원회 종합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하는 모습./뉴시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은행지주 이사회에 정보기술(IT) 보안 강화와 지배구조 개선, 내부통제 강화를 주문했다. 은행권의 사회공헌 활동이 일회성 지원이나 보여주기식 행사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사회적 가치 창출로 이어져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2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 원장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KB·신한·하나·우리·NH농협·BNK·iM·JB 등 8개 은행지주 이사회 의장과 조찬 간담회를 열고 금융권 주요 현안과 이사회의 역할을 논의했다.



이 원장은 글로벌 통화정책의 긴축 전환과 인공지능(AI) 기업의 수익성 우려 등 불확실한 금융환경 속에서도 은행지주가 견조한 실적을 내고 있지만, 예상치 못한 위기는 언제든 현실화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사회의 책임 있는 판단과 대응에 따라 위기의 파급효과와 회복 속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우선 금융회사에 IT 보안 대응 역량을 강화할 것을 당부했다. 최근 금융회사 침해사고가 전자금융거래와 직접 관련이 없는 영업지원 시스템 등 비핵심시설로 확대되고 있으며, AI가 해킹 수단으로 활용되면서 보안 위협도 고도화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금융회사가 IT 자산을 철저히 관리하고 보안 취약점을 능동적으로 찾아 제거하는 자율 방어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IT 보안을 규제 준수 차원의 부수 업무나 비용으로만 여겨서는 안 되며, 고객의 재산과 정보를 보호하고 금융 신뢰를 지키는 핵심 업무로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배구조 개선과 관련해선 사외이사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높이고 이사회의 실질적인 경영진 견제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마련 중인 지배구조 개선방안에는 이사회의 독립성과 책임성을 강화하고 최고경영자(CEO) 승계 절차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는 방안 등이 논의되고 있다.

이 원장은 사외이사가 금융산업과 경영 현안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도록 체계적인 교육을 제공하고, 주요 경영 현안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자료를 요청하거나 외부 전문가를 활용해 심도 있게 검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지난해 8개 은행지주의 이사회 의결 안건 993건 가운데 수정 가결은 9건, 보류는 1건에 그쳤다. 나머지 983건은 모두 원안대로 가결됐다. 이 원장은 경영진이 제공하는 자료에만 의존하지 말고 이사로서 충실한 검토와 책임 있는 판단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행 중인 금융지주 자회사 CEO 승계 절차에서도 후보군 선정과 검증·평가, 기록 등 전 과정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강화할 것을 당부했다.

은행권의 사회적 책임도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이 원장은 은행권의 사회공헌 규모가 지난해 2조1600억원으로 당기순이익의 약 9% 수준에 이르는 등 사회적 책임 이행에 진전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5대 금융지주도 향후 5년간 약 70조원 규모의 포용금융 확대 방안을 마련해 추진하고 있다.

지원 규모를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사회적 가치 창출로 이어지는지를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자체 행사 협찬금이나 고객 유치를 위한 이벤트 비용 등을 사회공헌 실적으로 포장하는 이른바 '소셜워싱'을 경계하고, 각 금융그룹의 경영전략과 강점을 반영한 중장기 계획을 마련해 성과를 점검해야 한다는 취지다.

고령층과 금융취약계층의 금융 접근성을 고려한 점포 운영도 주문했다.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 금융서비스 이용에 어려움을 겪는 계층이 소외되지 않도록 점포 운영의 효율성뿐 아니라 소비자의 금융 접근성도 함께 살펴야 한다고 밝혔다.

해외점포의 금융사고 예방을 위한 내부통제와 리스크관리 강화도 당부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국내은행 해외점포에서 발생한 금융사고는 2024년 7건, 1억5000만원에서 지난해 12건, 1249억원으로 늘었다.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도 11건, 840억원의 사고가 발생했다.

그는 해외점포는 국내와 법규 및 거래 관행이 다르고 현지 특화 상품도 존재하는 만큼 새로운 위험 요인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본점의 정책과 관리 수준이 해외점포에도 일관되게 적용되도록 감독체계를 강화하고, 내부통제와 리스크관리 역량을 인사·성과평가에 실질적으로 반영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아울러 기존 내부통제 제도가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는지 점검하고, 운영 과정에서 드러난 미비점을 지속적으로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이사회 의장들은 이번 간담회가 금융권 주요 현안과 감독 방향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자리였다고 평가했다. 경영진과 함께 지속가능한 방향을 제시하고 조직문화를 선도하는 주체로서 이사회의 역할을 강화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금감원은 2023년부터 은행지주·은행 이사회와의 소통을 정례화하고 있으며, 이번 간담회에서도 금융권 현안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고 이사회의 역할과 책임을 논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