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퇴직연금 시장에서 상장지수펀드(ETF) 투자가 빠르게 늘어나자 금융감독원이 상품 위험등급 안내를 강화한다. 일부 퇴직연금사업자가 원금손실 가능성이 있는 ETF를 '투자한도 100%'로만 표시하면서 가입자가 원리금보장형 상품으로 오인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2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말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은 558조3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원리금보장형 상품은 360조3000억원, 실적배당형 상품은 198조원이다. 실적배당형 상품은 2023년 말 49조1000억원에서 303.3% 증가한 반면 원리금보장형 상품은 같은 기간 8.1% 늘어나는 데 그쳤다.
특히 ETF 투자액은 2023년 말 9조원에서 올해 상반기 말 99조8000억원으로 10배 이상 급증했다. 전체 실적배당형 상품에서 ETF가 차지하는 비중도 18.3%에서 50.4%로 확대됐다.
ETF 투자 규모가 커졌지만 위험 안내는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 조사 결과 일부 퇴직연금사업자는 모바일과 인터넷 매매화면에서 ETF의 위험등급을 표시하지 않고 투자한도만 안내했다.
현행 퇴직연금 제도에서는 정기예금 등 원리금보장형 상품과 주식 편입 비중이 50% 미만인 ETF 등 투자위험을 낮춘 상품에 적립금의 100%까지 투자할 수 있다. 일반적인 주식형 ETF 등 위험상품의 투자한도는 70%다.
문제는 원금손실 가능성이 있는 ETF도 원리금보장형 상품과 동일하게 '투자한도 100%'로 표시한다는 점이다. 투자한도는 법령상 투자 가능 비율을 의미할 뿐 원금이나 수익을 보장하지 않는다. 실제 한 국고채 30년물 투자 ETF는 2022년 8월 위험등급이 5등급이었으나 올해 8월 3등급으로 높아졌다.
이에 금감원은 내년 1월부터 퇴직연금 ETF 매매화면과 상품 검색화면에 투자한도와 위험등급을 함께 표시하도록 개선한다. 퇴직연금사업자가 제공하는 상품제안서에도 위험등급을 추가한다.
가입자가 보유한 상품의 위험 수준을 확인할 수 있도록 적립금운용현황보고서 양식도 개정한다. 상품별 매입원금과 평가손익 등에 위험등급을 추가해 투자자산의 위험성을 점검할 수 있도록 한다.
개선안은 내년 1월 시행하며 일부 사업자는 전산 개발 일정에 따라 상반기 중 적용한다. 금감원은 오는 11월 퇴직연금 가이드북도 발간할 예정이다.
금감원은 "투자한도 100%는 상품의 안정성이나 원리금 보장성을 의미하지 않는다"며 "가입자는 투자한도뿐 아니라 위험등급을 함께 확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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