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통일부 장관과 조현 외교부 장관이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의 종합감사에서 대화하고 있다./뉴시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북한군 매설 지뢰에 우리 군이 다친 사고를 두고 "지뢰는 방어용 무기"라고 재차 주장했다. 외교부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의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군사분사계선(MDL) 이남 북한의 지뢰 매설을 정전협정 위반으로 규탄한 가운데 정 장관이 정부 입장과 다른 개인 의견을 낸 것이다.

정 장관은 27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서 박충권 국민의힘 의원으로부터 해당 발언을 취소할 의향이 있는지 질의를 받고 이같이 밝혔다. 정 장관과 박 의원은 지난 7일 통일부 국정감사에서도 탈북민 북송 회유 의혹을 두고 설전을 벌인 바 있다.



박 의원은 "오늘 이 국정감사는 아마 처음부터 끝나는 순간까지 북한이 모니터링하고 있을 것"이라며 "김여정 총무부장이 또다시 담화문을 통해 '정동영이도 방어용이라고 인정했다'고 얘기할 것 같은데 북한 정권에 자꾸 도발 책임을 우리 측에 뒤집어씌울 빌미를 제공한 발언"이라고 했다. 이어 "취소할 의향이 있습니까"라고 물었다. 정 장관은 "그럴 생각이 없다"며 "북한 지뢰가 방어용이라는 것이 아니라 지뢰는 기본적으로 방어용 무기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북한 지뢰 모형을 들어 보이며 "허락해주신다면 이 지뢰를 정 장관님 앞에 좀 놔드리고 싶다"고 했다. 정 장관은 피식 웃으며 "그건 안전합니까? 사양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이런 지뢰를 앞에 가져오는 것조차 사양하는 분께서 어떻게 북한의 지뢰 도발에 대해 '공격이라 단정하기 어렵다. 방어용' 이런 말씀을 하느냐"고 했다.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은 "외교부는 얼마 전에 유엔 대사를 통해 안보리 의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북한이 MDL 이남 지역에 지뢰를 설치했고 명백한 정전협정 위반이며 북한의 행태를 규탄했다"며 "이게 정부 입장인데 정 장관은 지금 우리 정부 입장과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는 지난 22일 안보리 의장국인 그리스 대사 앞으로 북한의 사과와 책임 있는 조치를 요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권 의원은 "지뢰 폭발이 도발이라는 부분에 대해서는 동의하면서 고의 여부를 모르겠다는 취지로 얘기하면서 MDL 이남인지 여부에 대해 여전히 확인해야 한다고 얘기하셨는데 이건 도발이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얘기랑 똑같은 얘기"라고 했다. 그러면서 "제가 야당 의원이지만 정동영 장관님은 이재명 정부에 오히려 부담만 주시는 것 같다"며 "차라리 그렇게 편하게 얘기하실 거면 그만두고 그냥 의원으로 편하게 얘기하시는 게 더 낫지 않겠나 이런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정 장관의 발언은 앞서 한동훈 무소속 의원이 '지뢰 공격'이라는 표현을 쓰자 "국어적으로 보면 지뢰 공격이라는 말은 성립하기 어렵다. 지뢰는 방어용 무기"라고 답하면서 나왔다.

한 의원은 "자기 땅에 심으면 방어라고 할 수 있지만 남의 담을 넘어 현관, 안방에 심으면 공격이고 몰래 심은 것은 고의"라며 "제가 정 장관 댁에 몰래 들어가서 지뢰 심으면 지뢰 공격 아니냐"고 했다. 정 장관이 "현재로선 고의성을 특정하기 어렵다"고 하자 한 의원은 "합참(합동참모본부)은 북한이 우리 영토를 넘어와서 심었다고 했다. 정 장관은 왜 제3자처럼 이야기하냐. 대한민국 입장이 통일부 장관과 다르면 안 되지 않나"라고 했다.

이날 국감에서 조현 외교부 장관은 지난 26일 미셸 스틸 주한미국대사와 조찬에서 '터뷸런스(난기류)'라는 말이 나왔다며 "비행기가 터뷸런스를 통과할 때는 시트벨트(안전벨트)를 단단히 매면 아무 문제가 없다고 했더니 동의했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대한민국은 비무장지대(DMZ) 남쪽 철책선에서 시작한다'는 등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의 최근 발언에 대해서도 스틸 대사를 통해 항의 의사를 전달했다고 했다.

조 장관은 북미 대화와 관련해 "미국은 '알겠는데 조금 긴밀하게 소통은 해나가는데 너무 한국이 앞서 나가지 않기를 바란다' 하는 것이 지금까지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는 정부가 자임한 '페이스메이커' 역할에 관한 설명이라며 미국이 한국의 이니셔티브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