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에서 이태한 선거관리위원회 특별검사팀 관계자,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직원, 여야 참관인이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공개검증을 준비하고 있다. /뉴시스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등을 수사하는 이태한 특별검사팀이 2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에서 투표지 247만여 장에 대한 공개 검증에 착수했다. 사태 발생 147일 만이자, 특검 수사 개시 52일 만이다. 이날 경기장 밖에서는 부정선거와 재선거를 주장하는 시위대의 집회가 이어졌고, 내부에서는 참관인의 영상 촬영 허용 여부를 둘러싸고 언쟁이 벌어지는 등 현장은 매우 혼란스러웠다. '민주주의의 꽃'이라 불리는 선거 제도가 신뢰를 잃고 만신창이가 된 씁쓸한 단면이다.

검증 작업은 시작 전부터 진통을 겪었다. 국민의힘 측 참관인이 검증 과정을 영상 촬영하겠다고 요구한 것을 특검이 불허하자 참관인단이 철수를 통보한 것이다. 검증장은 순식간에 고성으로 얼룩졌고 질서가 흐트러졌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특검 측 요구를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여야 참관인들 사이에 실랑이까지 벌어졌다. 결국 언론사 카메라 두 대를 통한 전경 녹화와 여야 참관인별 촬영 장비 대여라는 타협안이 마련된 뒤에야 검증이 시작됐다. 당초 예정보다 3시간 이상 늦어진 오전 11시 49분이었다.



이날 검증은 공직선거법상 재검표가 아니라 투표지 전체 수량과 인쇄 상태를 확인하고 이상 투표지가 발견되면 별도로 분류해 정밀 감정하기 위한 것이다. 이상이 없다고 판단된 투표지는 서울 송파구 선관위로 이송돼 보관하고, 이상이 있다고 판단된 투표지는 수사 자료로 활용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145일째 이어지는 '올공 시위'도 사실상 종료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특검팀은 일체의 정치적 고려 없이 오직 객관적 사실과 물증으로 이상 유무를 확인해야 한다. 동시에 정치권도 정쟁을 부추기거나 근거 없는 음모론으로 선거 불복을 자극하는 행태를 중단해야 한다.

5개월 가까이 이어진 '올공'사태는 우리 사회의 갈등 중재와 문제 해결 능력이 얼마나 취약한지를 드러냈다. 정치권은 사태의 해법을 제시하기보다 오히려 정쟁의 소재로 이용하는 행태를 보였다. 그 사이 우리 선거 제도에 대한 신뢰는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최근 이태한 특검팀은 기존 5개 지역 외에 전국 25개 지역 선관위에서도 선거 관리 및 투·개표 보고 시스템에 시간대별 투표자 수를 허위로 입력한 정황을 확인했다. 허위로 작성된 시간대별 투표율이 실시간으로 공표된 것은 선거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훼손한 중대한 문제다. 이런 문제가 드러났는데도 자발적인 개혁에 나서지 않는 선관위의 태도는 국민적 답답함을 더욱 키우고 있다.

선거 불신은 민주주의의 존립 기반을 위협한다. 혼란을 바로잡으려면 무엇보다 선관위를 개혁해 유권자들이 선거 시스템을 믿고 투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 출발점은 지금까지 제기된 각종 의혹에 대한 사실관계를 철저히 규명하고, 확인된 잘못에 대해서는 응분의 책임을 묻는 것이다. 이번 공개 검증이 '올공'사태를 마무리짓는 전환점이 되길 바란다. 이를 통해 선거 제도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가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