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철 국방부 장관이 지난 26일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강 장관은 이날 "전작권이 전환되면 마치 우리나라가 망하는 것처럼 말하는 건 너무 과하다"며 한미간 정보 공유도 잘되고 있다고 주장했다./사진=뉴스1


강신철 국방부 장관이 지난 26일 국정감사에서 "북한과 전쟁이 일어났을 때 미군은 믿을 수 있나"라고 말했다. 야당 의원이 미국도 이란과의 전쟁을 끝내지 못하고 있다며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에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하자 반문한 것이다. 논란이 커지자 국방부는 야당 논리대로라면 미군도 믿지 못한다는 것이냐고 되물은 취지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대화의 맥락을 감안하더라도, 동맹에 대한 불신으로 읽힐 수 있는 표현은 국방 책임자로서 신중하지 못했다. 게다가 같은 날 대통령 국방정책특보인 김병주 민주당 의원은 한미안보협의회의(SCM)에서 전환 시기 합의가 불발되면 독자적인 전작권 행사 선언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작권 전환에는 지휘체계와 작전계획, 미군의 지원 역할을 함께 정리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선언만으로 연합방위체제가 완성되지는 않는다. 그런데 군사적 대비태세와 조건 검증이라는 본연의 논의가 한미 간, 그리고 여야 간 정치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여당은 자주국방을 명분으로 임기 내 환수를 압박하고, 야당은 "미국에 대한 이혼 통보이자 동맹 해체"라며 안보 공백을 경고한다.



우리 군이 한반도 방위를 주도할 역량을 갖추고 그에 걸맞은 책임을 져야 한다는 방향은 타당하다. 목표 시기를 정해 준비를 독려하는 일도 필요하다. 그러나 목표 연도를 먼저 정하고 군사적 평가를 거기에 끼워 맞춰서는 안 된다. 반대로 전환 논의 자체를 동맹 약화로 모는 주장도 생산적이지 않다. 따질 것은 전환 이후에도 대북 억제력과 전쟁 수행 능력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느냐다.

한미 간 이견도 정확히 짚어야 한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은 최근 안보 환경과 작전계획의 변화를 들어 새로운 전작권 전환 기준을 언급했다. 이후 미 고위 당국자는 양국이 합의한 전환 조건에는 변화가 없다면서도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아직은 미국이 조건을 공식적으로 바꿨다고 단정할 상황은 아니다. 기존 조건의 충족 여부와 달라진 위협을 평가에 반영하는 방식에서 양국 판단이 어떻게 다른지 확인하는 것이 먼저다.

정부는 우리 군의 준비 수준을 객관적 자료와 검증 결과로 설명해야 한다. 양국 평가가 엇갈리는 항목은 무엇이고, 부족한 능력은 어떤 전력과 훈련으로 메울지 협의해야 한다. 전환 이후 미국이 제공할 지원의 범위와 방식도 분명히 해야 한다. 군사기밀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준비 상황과 남은 과제를 국민에게 설명할 필요도 있다. "자신 있다"거나 "동맹을 믿으라"는 말만으로 안보 우려를 해소할 수는 없다.



이번 주 필리핀 아세안 확대 국방장관회의를 계기로 한미 국방장관의 첫 대면 회담이 조율되고 있다. 회담이 성사되면 조건 충족 여부를 둘러싼 이견을 좁히고 후속 검증 절차를 구체화해야 한다. 전환 시점을 둘러싼 정치적 압박이나 동맹 불신을 부르는 발언은 협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정부가 보여줘야 할 성과는 서둘러 받아낸 날짜가 아니라,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전환의 조건과 실행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