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방문한 BGF푸드 진천 푸드센터에서 쌀을 담은 솥에 취반용 물이 공급되고 있다. CU는 밥의 식감을 개선하기 위해 연수기로 미네랄 성분을 걸러낸 물을 사용한다./BGF리테일


쌀이 담긴 커다란 사각 솥에 금속관을 통해 물이 쏟아졌다. 쌀과 물을 채운 솥들은 대형 취반 설비를 따라 줄지어 이동했다. 여느 밥 짓기 과정과 다를 바 없어 보이지만 이곳에서는 물의 성분까지 따져 밥을 짓는다. 밥맛을 과학적으로 관리하는 CU의 간편식 생산 현장이다.

지난 28일 찾은 충북 진천의 BGF푸드 진천 푸드센터에서는 밥 짓기부터 김밥·삼각김밥·샌드위치 완제품 생산까지 간편식 제조공정을 살펴볼 수 있었다. 이곳에서는 전국 CU 매장에 공급할 간편식을 하루 약 33만식 생산한다. 송영민 BGF푸드 대표는 "국내 FF(신선 간편식) 공장 중 최대 생산 규모다. 시설·설비 면에서도 가장 현대화된 공장"이라고 소개했다.

고물가 속 편의점 간편식이 한 끼 식사의 대안으로 자리 잡으면서 맛과 품질에 대한 소비자들의 눈높이는 높아졌다. CU의 간편식 매출은 올해 상반기 전년 동기 대비 16.0% 늘었다.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은 이에 대응해 푸드테크 전담 조직을 꾸리고 식자재부터 제조공정, 매장 조리까지 기술을 접목했다.
BGF푸드 진천 푸드센터의 간편식 제조공정.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연수 경도 측정기, 대형 취반 설비, 삼각김밥 성형 공정, 김밥 제조 공정. /BGF리테일


CU는 밥맛을 높이기 위해 연수기로 수돗물의 칼슘·마그네슘 등 미네랄 성분을 걸러낸 물을 사용한다. 핵심은 냉장 보관 과정에서 밥이 딱딱해지는 현상을 완화하는 데 있다. 편의점 삼각김밥과 도시락은 제조 후 냉장 유통을 거치는데 이 과정에서 전분이 노화하면서 식감이 떨어진다.

임형근 BGF리테일 상품본부장은 "갓 지은 밥은 큰 차이가 없지만 냉장 보관한 이후에는 연수로 지은 밥이 더 부드럽다"고 설명했다. 자체 실험에서 10℃로 이틀간 보관한 밥의 경도를 측정한 결과 일반 물로 지은 밥은 53.1, 연수로 지은 밥은 42.0이었다. CU는 이날부터 쌀이 들어가는 간편식 전반에 연수 취반 기술을 적용했다.
BGF리테일이 개발한 조리기기 '스마트쿠커'(왼쪽)와 조리 방식별 비교 시식./고현솔 기자


제조 단계에서 시작한 품질 개선은 매장에서의 취식 경험으로 이어진다. BGF리테일은 전자레인지·오븐·에어프라이어 기능을 결합한 조리기기 '스마트쿠커'를 개발해 매장에 도입했다. 상품 바코드만 스캔하면 미리 설정된 조리법에 따라 가열 방식과 시간을 자동으로 조절한다. 올해 약 500대를 도입하고 내년에는 5000~1만대로 확대할 계획이다. 2028년까지 전 점포에 설치하는 것이 목표다.

현장 시연에서는 바코드를 스캔하자 기기가 전자레인지와 에어프라이어 기능을 차례로 활용해 조리를 마쳤다. 이어 전자레인지와 스마트쿠커로 각각 조리한 음식을 시식했다. 조리 방식에 따른 식감 차이는 뚜렷했다. 스마트쿠커로 조리한 피자는 기존 전자레인지로 데운 것보다 도우가 한결 부드러웠고, 치킨은 튀김옷이 더 바삭했다.

BGF리테일은 앞으로 AI를 활용한 고객 맞춤형 상품 개발과 제조시설 고도화, 매장 조리 기술 개선에 투자를 확대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소비자의 다양한 식사 수요에 대응하고 편의점 간편식의 선택 폭과 품질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임 본부장은 "제조 기술부터 상품, 매장 조리 기술까지 연결해서 편의점에서 가장 맛있는 상품을 경험할 수 있도록 투자의 범위를 넓히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