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증권에서 외부 해킹 공격으로 고객 3800여명의 계좌번호와 임직원 3만5255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은 지난 7일 서울 중구의 미래에셋증권 본사 모습./뉴시스


금융권 해킹 사고가 잇따르는 가운데 업계 1위인 미래에셋증권에서도 피해가 발생했다. 지난주 휴대전화 인증을 통한 로그인 서비스와 사내 업무시스템이 연쇄 공격을 받아 고객 3800명 계좌번호와 임직원 3만5천명의 이름·사번 등이 유출됐다. 미래에셋은 현재까지 금전적 피해가 없다고 밝혔지만 안심할 일이 아니다. 유출 정보가 다른 개인정보와 결합해 피싱 등 2차 피해로 이어지지 않도록 후속 조치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다른 증권사들에 이어 미래에셋까지 뚫린 상황이어서 개인투자자들 우려는 클 수밖에 없다. 특히 어떤 세력이 왜 해킹에 나섰는지 공격자 정체와 목적이 베일에 가려 있어 불안감을 더한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사이버 공격이 금융권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최근 유럽에서는 냉장·냉동 설비를 겨냥한 해킹으로 식품을 폐기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사이버 공격이 정보 유출을 넘어 시민의 일상까지 위협하는 것이다. 공격 수법도 갈수록 지능화하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취약점 탐색과 공격 자동화가 확산하면서, 더 빠르고 광범위한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공격 양상이 근본적으로 달라졌다면 대응 방식도 과거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금융위원회는 최근 580개 금융회사를 전수 점검하고, 보안관리 방식도 쇄신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고가 날 때마다 급하게 대책을 찾는 땜질식 처방은 한계가 뚜렷하다. 특히 해커들은 하나의 기업이나 기관만 노리지 않는다. 금융회사를 겨냥한 공격 수법이 통신사나 공공기관 공격에도 활용될 수 있다. 그런데 부처마다 위협 정보를 따로 수집하고 대응한다면 피해 확산을 막을 골든 타임조차 놓칠 수 있다.

무엇보다 국가 차원의 유기적인 공동 대응 체계를 갖추는 것이 시급하다. 현재 청와대 국가안보실이 사이버 안보를 총괄·조정하지만 현장 대응에 필요한 조직, 예산은 제한적이다. 실무 대응도 공공은 국가정보원, 민간은 과학기술정통부, 금융은 금융위로 나뉘어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분산된 보안 기능을 총괄할 '사이버 보안 차르(Czar)' 기구의 구성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일본은 지난해 내각 사이버보안센터를 국가 사이버통괄실로 확대 개편했고, 독일과 싱가포르 등도 사이버 보안 전담 기구를 운영하고 있다.

다만 조직 신설만으로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핵심은 기존 기관의 전문성을 살리면서, 이들을 실질적으로 조정할 권한을 확보하는 데 있다. 국회에는 이미 사이버안보위원회 설치 법안이 올라와 있다. 법안의 검토 보고서에 따르면 과기정통부는 국정원의 민간 영역 개입을 우려한다. 또 금융위는 중복 규제를, 국방부는 군에 대한 다른 기관의 통제를 걱정한다. 부처별 권한 다툼을 조정하지 못하면 사이버 보안 차르도 이름뿐인 기구에 그칠 수 있다. 조정 권한과 책임부터 명확히 하고 이를 뒷받침할 법적 근거를 갖춰야 한다. AI로 무장한 해커들은 영역과 수법을 가리지 않는데 정부만 칸막이에 갇혀 있어서는 국민의 정보와 재산을 지킬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