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간선거 후폭풍으로 코스피가 6.02% 내린 6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거래소 전광판에 급락한 지수 종가가 표시돼 있다./뉴스1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압승한 '블루 쓰나미'의 충격이 한국 증시를 덮쳤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건설에 부정적인 민주당 후보들이 대거 당선되면서 데이터센터에 메모리 반도체를 공급하는 한국 기업들의 실적에 악영향이 올 거란 우려가 커진 것이다. AI 쇼크가 장기화할 가능성에 대비해 우리 증시의 취약한 체질을 보강하고, 반도체 초호황에 과도하게 의지해온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도 재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6일 코스피는 개장 후 2분 30초 만에 5000선이 무너졌다. 장중 코스피 5000선이 깨진 건 2월 6일 이후 9개월 만에 처음이다. 하락폭이 8%를 넘어서자 거래를 20분간 중단시키는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역대 17번째, 올해 들어 11번째 서킷브레이커다. 이후에도 급락세가 이어지면서 매도 사이드카까지 발동된 뒤 반등하며 낙폭이 줄었는데도 결국 전 거래일보다 6.02% 하락한 5059.69로 장을 마쳤다. 특히 AI 쇼크의 직격탄을 맞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6.35%, 10.44% 하락했다.

간밤 미국 증시에서 발생한 AI 관련 주식 '패닉셀'이 한국 증시로 옮겨붙었다. 현지시간 5일 AI 대장주인 엔비디아는 9.26%, 메모리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은 17.19%, 파운드리업체 AMD은 17.26% 폭락했다. 중간선거와 동시에 치러진 데이터센터 관련 지역투표 41건 중 40건에서 개발을 막거나, 제한하는 쪽이 승리한 영향이다. 특히 데이터센터 건설 물량이 집중돼 있는 텍사스, 오하이오, 조지아 주지사를 민주당이 탈환하면서 미국 전체 데이터센터 계획 물량의 25∼35%에 급제동이 걸릴 거란 전망이 나왔다.

장 초반 증시가 급락하자 정부는 긴급 시장상황 점검회의를 열어 신용융자에 대한 증권사의 담보비율 유지의무를 3개월간 면제한다고 발표했다.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투자한 개미들이 주가 급락으로 강제 반대매매를 당하면서 증시 변동성이 더 크게 증폭되는 걸 막으려는 조치지만 결국 대증적 처방일 뿐이다. 고수익을 노리고 단기투자에 집착하는 개미투자자들을 장기투자로 유도하고, 올해 들어 200조 원 넘게 팔고 떠난 외국인 투자자의 발길을 돌릴 근본적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수출과 성장률의 절반을 반도체 외끌이 엔진에 의존하는 한국 경제가 글로벌 AI 산업의 흔들림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건 불가피한 면이 있다. 그렇다 해도 대외적으로 큰 쇼크가 발생했을 때 국내에 미칠 충격을 줄여줄 완충 장치는 보강돼야 한다. 국내주식 투자 비중을 과도하게 늘려둔 탓에 증시 급락기에 버팀목 역할을 못하는 국민연금부터 정상 궤도로 돌려놔야 한다. AI와 반도체 산업의 중장기 호황을 전제로 짜둔 내년 이후 정부의 지출, 투자 계획도 면밀히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