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홍근 "내년 총지출 800조+α, 올해보다 10%↑"…50조 지출 구조조정
정부가 2027년도 총지출을 올해 본예산보다 10% 이상 늘어난 '800조원+α'로 역대 최대 규모로 편성한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2년 예산 증가율(8.9%)을 웃도는 '슈퍼 확장재정'을 통해 반도체·피지컬AI·AI데이터센터 등 3대 메가프로젝트에 집중 투자한다는 구상이다. 정부는 동시에 역대 최대 규모인 약 50조원을 지출 구조조정해 재정 효율성을 높인다는 방침이다.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은 13일 청와대에서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2026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2027년의 국세 수입은 당초 전망 412조원을 훌쩍 넘어 500조원+알파(α)로 사상 최대 세수가 예상된다"며 "이런 세입 여건 등을 감안해 내년도 총지출은 올해 본예산(728조원) 대비 10% 이상 늘어난 800조+α, 역대 최대 규모로 편성할 것"이라고 말했다.계획대로 내년도 본예산이 편성되면 총지출 증가율은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확장재정을 폈던 2022년 이후 5년 만에 가장 높아진다.박 장관은 세입 여건과 관련해 "반도체 슈퍼사이클과 AI 확산세에 힘입어 법인세를 중심으로 유례없는 국세 증가율이 예상된다"면서도 "반도체 업황의 지속 시기를 두고 전망이 엇갈려 세수 변동 위험은 여전하다"고 말했다.법인세는 기업 실적에 연동되는 세금이다. 반도체 기업들의 이익이 사상 최대 수준으로 불어나면 이듬해 걷히는 법인세도 함께 급증하는 구조다. 다만 반도체 경기가 꺾이면 세수도 같은 폭으로 줄어들 수 있어 박 장관이 세수 변동 위험을 함께 거론한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정부는 '미래대응기금' 신설 카드를 꺼냈다. 박 장관은 "천재일우의 기회이자 대한민국의 미래 20년을 준비할 천금 같은 재원을 한꺼번에 허투루 쓸 수는 없다"며 "대규모 추가 재원을 두고 적극투자론부터 재정안정판이 필요하다는 신중론까지 다양한 목소리가 있는데, 이를 모두 담아낼 해법이 미래대응기금"이라고 말했다.미래대응기금은 반도체 대호황에 따른 추가 세수를 적립해 미래·청년·지방·교육 등 4대 분야에 집중 투자하는 중장기 투자 플랫폼이다. 세수 결손이나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이 필요할 때 여유자금을 활용하는 재정 안정화 장치로도 쓰인다.박 장관은 "시민사회와 전문가가 함께 모든 사업을 제로베이스에서 검토해 재량지출 15%, 의무지출 10%, 사업 폐지 10%까지 역대 최대 수준으로 감축하겠다"며 지출 구조조정 규모를 전년의 2배인 50조원 수준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재량지출은 정부가 필요에 따라 규모를 조정할 수 있는 예산이고 의무지출은 연금이나 교부금처럼 법률에 따라 반드시 지급해야 하는 예산이다. 손대기 어려운 의무지출까지 감축 대상에 올린 것은 이례적이다. 정부는 교육교부금과 기초연금 개편 등 지출 구조 자체도 손질할 계획이다. 대표적 지출 효율화 사례로는 수도권 공무원 통근버스 폐지와 17개 부처 99개 사업에 걸친 4조원 규모의 중소기업 지원사업 정비 등을 들었다. 박 장관은 향후 5년간의 중기 재정운용과 관련해 "늘어난 국세수입을 바탕으로 2027년 총지출 증가율을 10%+α로 설정해 선제적이고 확장적으로 재정을 투입하겠다"고 했다. 이어 "2028년부터는 투자 성과가 나타나는 시기인 만큼 지출 증가율을 단계적으로 안정화하겠다"며 "관리재정수지는 모든 연도에서 당초 계획보다 개선하고, 국가채무비율은 2030년에 당초 2029년 목표보다도 낮은 수준으로 관리하겠다"고 했다.관리재정수지는 나라의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에서 국민연금 등 사회보장성기금 수지를 제외한 지표다. 정부가 당장 쓸 수 있는 돈을 기준으로 나라살림의 실질 상태를 보여준다. 돈을 대폭 풀면서도 이 지표를 개선하겠다는 것은 세수 증가와 지출 구조조정으로 재정건전성 악화를 막겠다는 의미다.정부는 재정투자의 중점 방향으로 ▲국가 성장 패러다임 전환 ▲지방 주도 성장 ▲양극화 구조 개선 ▲국민 안전과 평화 기반 구축 등 4대 과제를 제시했다. 특히 반도체와 AI데이터센터, 피지컬AI 등 3대 메가프로젝트에 재정을 최우선으로 투입한다. 정부는 기업 투자가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부지 확보와 인허가를 신속히 지원하고 전력과 용수 공급, 교통·물류 인프라 구축, 정주 여건 개선도 병행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