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를 구입해 이용하다 고장이 잦아 서울 근교의 허름한 정비공장을 찾아 수리를 부탁했다. 당시 자동차정비공장엔 요즘처럼 첨단 전자장비가 없어 의심이 가는 부분을 다 뜯어내 점검하고 수리하는 수공업의 형태를 벗어나지 못했다. 정비기사는 고장이 의심되는 부분을 한참 분해하더니 원인을 찾아내 손을 보고는 다시 조립을 했는데 조립을 끝내고 나니 볼트가 하나 남았다. 정비사는 고개를 갸우뚱하다 내 얼굴을 보더니 별 것 아니라는 표정으로 “타고 다니시다 문제가 있으면 다시 오세요”하며 장갑을 벗었다.
나는 속으로 ‘제대로 조립했다면 볼트가 남을 리가 없는데’라고 생각하면서도 다시 분해하고 조립하려면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릴 것 같아 차를 몰고 떠났다. 내 우려는 3일 후 현실로 나타났다. 수리한 부분에서 전에 없던 이상한 소음이 나더니 그 소리가 점점 커졌다. 사고라도 나면 큰일이다 싶어 다시 그 정비공장을 찾아 수리부분을 다시 뜯었다. 정비기사가 다시 분해작업에 들어간 지 30여분 만에 남은 볼트의 자리를 찾아냈다. 정비기사는 남은 볼트를 제자리에 넣고선 겸연쩍은 듯 “자동차를 정비할 땐 볼트와 너트가 남아도 안 되고 모자라도 안 돼요”라고 말했다.
골프를 할 때도 볼트와 너트가 모자라도 남아돌아도 안 된다.
골프의 모든 동작엔 유의해서 꼭 지켜야 사항들이 있는데 이것들이 바로 볼트와 너트인 셈이다. 한번의 샷을 하는데도 에이밍, 어드레스, 백스윙, 다운스윙, 팔로우스윙 등의 여러 과정을 거치는데 각 과정마다 서너개씩의 볼트와 너트가 필요하다고 보면 틀림없다.
볼을 날려 보내야 할 목표지점을 설정하는 에이밍을 할 때도 정확한 거리 산정, 볼이 떨어질 지점의 지면 상황, 목표지점과 볼을 연결하는 가상의 선 그리기를 꼭 거쳐야 한다. 어드레스를 할 때도 목표선과 평행하게 스탠스를 취하기, 지면이 전후좌우 어디로 기울었는지 판단하기, 볼과의 정확한 거리 유지하기 등의 유의 사항이 있다. 이 중에 하나라도 생략하거나 잘못 설정하면 소기의 결과를 얻을 수 없다.
특히 그린에서는 더 많은 볼트와 너트가 필요하다. 볼과 홀컵 간의 거리, 오르막인지 내리막인지 판단하기, 라인 좌우의 기울기 읽기, 잔디의 결 읽기, 잔디를 깎은 시간이 얼마나 지나 잔디가 얼마나 자랐는지 알아내기, 습기를 얼마나 머금었는지 느끼기, 동반자들의 퍼팅에서 힌트 찾아내기, 정확한 스탠스 취하기, 시계추 같은 일정한 리듬의 스트로크를 만들어내기 등 상당히 많은 점검사항이 있는데 이 중 하나라도 소홀히 하면 홀컵은 볼을 외면한다. 일단 볼이 그린에 올라갔다면 주머니에 예닐곱 쌍의 볼트와 너트가 주머니에 있다고 생각하고 퍼팅을 하기 전에 남는 볼트와 너트가 없도록 필요한 사항을 모두 점검해야 한다는 뜻이다.
골프의 모든 과정마다 이렇게 많은 볼트와 너트가 필요하니 웬만큼 집중하지 않고선 남기는 경우가 허다하다.
드라이버나 아이언 샷을 날리고 나서 ‘아!’하고 비명을 지르는 것은 바로 샷을 한 뒤 볼트나 너트를 다 조이지 못하고 느슨하게 남겨 둔 자신의 잘못을 깨닫는 순간의 자연적 반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