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은 호랑이 해다. 내년은 60주기로 돌아가는 갑자라서 1950년에 태어난 사람들이 환갑을 맞는 해다. 지난 60년의 호랑이 해를 돌이켜 보면 그렇게 운수 좋은 해는 아닌 것 같다.
1950년은 6.25 사변이 터진 해다. 1962년은 군사 쿠데타 시절 참으로 어둡고 못 살던 때다. 1974년은 1차 오일 쇼크 후유증으로 전 세계가 불황 속에서 헤맸다. 1986년은 비교적 사건 없이 넘어 갔다. 1998년은 IMF 외환위기가 한참 진행되던 해다. 러시아의 국가부도 사태로 미국의 투자회사인 Long Term Capital Management가 파산했다.
이제 6.25 동란 이후 다섯 번째 호랑이 해가 시작된다. 호랑이와 관련된 사자성어 중 가장 가슴에 닿는 말이 바로 호시우행(虎視牛行)이다. 호랑이 같은 무서운 눈으로 살피되 소처럼 천천히 조심해 걸어간다는 뜻이다.
새해 증시에 참가하는 투자가들은 세가지를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
첫째, 환율이다. 환율이 우리 기업들의 수지상황에 얼마나 큰 영향력이 있는지는 이제 삼척동자도 안다. 그런데 환율을 예측하는 것은 증시 예측만큼 어렵다. 장기로 보면 그 나라 경제의 펀드멘털이 결정짓지만 단기로 보면 금리와 구매력 차이 혹은 시장의 심리와 수급이 복잡하게 상호작용한다. 일단 내년 원/달러 환율은 대부분 절상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미국 달러화의 약세 추이도 한 원인이고 우리 원화의 지나친 약세(?) 현상도 균형점을 향해 움직일 것이기 때문에 올해보다는 좀 강해지지 않겠느냐는 생각이다. 그러나 행여 유럽발 금융위기가 발생하거나 중국의 자산 버블이 꺼지면서 충격이 오면 그래도 안전자산이라고 믿는 미국 달러화의 수요가 일시적으로 폭등할 수 있어 달러화의 약세가 마냥 갈 것이라고 방심해서는 안 된다.
이런 측면에서 올해 수출 중심의 대형우량주가 큰 시세를 냈지만 환율 움직임에 따라 여전히 추가 상승여력도 있다. 물론 주력은 중소형 가치주다. 이들 중소형 가치주는 올해 철저히 소외 당했다. 대형주의 절반 값 정도로 거래된다. 내년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 인덱스는 일정 박스권 내에서 움직이면서 중소형주들이 나름대로 약진할 수 있다.
둘째, 금리다. 출구전략과 관련해서 벌써 금리가 들썩인다. 세계 경기회복이 느리면 금리 인상 시기도 늦춰지겠지만 선진국 중에서도 비교적 경제 상황이 양호한 호주는 이미 세번이나 금리를 인상했다. 인플레이션을 막고 자산 버블 재발을 예방하겠다는 뜻이다.
우리나라도 저울질하고 있다. KDI가 내년 경제성장률을 5.5%로 예상할 정도니 분명 경기호전 속도가 빨라질 것 같다. 게다가 작년 이후 시중에 공급된 유동성이 건수를 찾아 여기저기 기웃거리고 있다.
또 내년에는 토지보상비가 40조원이나 풀린다. 잘못하다간 우리 세대의 마지막(?) 부동산 버블을 만들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일이 참 '더럽게' 꼬인다. 미국도 일본도 유럽도 부동산 버블로 망했다. 고용 없는 성장에 노령화사회로 급속히 이전하고 있는 나라에서 부동산 버블이 터지면 백약이 무효다.
우리 정부도 이를 모를 리 없다. 그래서 기미만 보이면 금리를 인상해 막을 것이다. 금리가 올라가면 증시는 당연히 주춤거린다. 물론 기업이익 증가가 금리 상승으로 인한 비용증가보다 훨씬 높으면 주가는 올라가겠지만 투자가들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안전한 고금리 채권에 눈이 간다. 아마 내년 투자의 또 다른 화두로 채권 투자가 인구에 회자될 것이다. 공사채 수익률이 6%를 넘어가면 부자들은 채권투자로 방향을 전환할 확률이 매우 높다.
셋째, 신규상장과 유상증자 물량이다. 코스피시장에서 2009년의 신규상장과 유상증자 15조원은 지난 10년 이래 거의 최저 수준이다. 코스닥은 7.3조원으로 작년 3.3조원에 비해 많이 증가했다.
그런데 새해 1월부터 신규상장 러시다. 2010년 코스피시장에서 상장을 준비하고 있는 30개(확정된) 업체의 예상시가총액이 대략 47조원이다. 여기에 유상증자 물량을 더하면 대략 55조원은 넘을 것 같다. 한편 코스닥시장의 신규상장 물량도 증가할 것이다. 지난 10년 동안 코스닥시장의 연 평균 상장물량은 대략 7조원이다.
또 채권 발행도 주목해야 한다. 2009년 회사채 발행은 55조원으로 사상최대 금액이다. 2010년 기업들의 자금수요가 2009년처럼 될지는 두고 봐야 할 일이지만 다소 준다고 하더라도(저금리를 이용해 자금확보 차원에서 발행한 회사가 많다) 최소 40조원은 될 것이다. 물론 외국인 매수가 2009년처럼 지속되고 개인금융자산 2000조원 중 추가로 10%만 증시로 유입되면 수급 문제는 해결되겠지만 그게 시장상황에 따라 달라질 것이니 지금으로서는 막연한 기대뿐이다.
이처럼 내년 증시의 거시변수가 우호적이지는 않다. 또 과거 통계로 봐도 금융위기 첫번째해는 너무 빠진 것에 대한 반발 매수로 시장이 무차별적으로 반등하지만 두번째해는 투자가들의 심리가 안정이 되면서 기업가치 평가가 좀 더 객관적이 된다. 따라서 실제 기업가치에 따라 주가가 차별화 되고 또 상당히 '인색하게' 움직인다.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지는 2010년을 대공황의 공포에서 탈출한 '대 안정의 해'(The Great Stabilization)로 명칭했다. 이런 측면에서 2010년 상반기 시장은 매우 흥미로운 시장이 될 것이다. 불확실성과 기대감이 교차하면서 일진일퇴를 거듭할 것이다. 그래도 미래에 대한 꿈을 다시 꾸는 해가 될 것 같아 자못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