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시장이 백호의 해 벽두부터 후끈 달아올랐다. 지난해 반등에서 소외된 채 2류 취급을 받던 코스닥이 첨단 IT 관련 기술들을 전면에 앞세우며 비상하고 있는 것.

선봉장은 스마트폰과 전자책 등 새로운 통신기기들이다. 애플과 구글이 앞장서 모바일, 3D 등 혁명적인 기술을 통신기기에 탑재하면서 한국 코스닥의 숨은 진주들이 덩달아 주목받고 있다. 클라우드컴퓨팅 등과 같이 큰 주목을 끌지 못하던 신기술들도 시장의 각광을 받고 있다.

삼성전자가 사상 최대 실적을 공개하면서 관련 중소형 IT주들도 단비를 맞았고, 바이오도 코스닥 부활의 선봉에 서고 있다.

신년 초 코스닥의 인기를 '1월 효과' 정도로 평가하는 의견도 있다. 펀더멘털과 실적이 무르익지 않은 '아기 호랑이'의 울음에 그칠 수 있다는 것. 코스닥은 과연 올해 부활의 포효를 할 수 있을까.
 
새해 첫날, 백호의 포효

백호의 해 첫 거래일인 4일. 코스닥지수는 그간의 소외에 분풀이라도 하듯 3% 가까이 치솟았다. 삼성전자 현대차의 공급업체나 자산주는 의외로 잠잠했다. 주역은 불과 얼마 전만 해도 생소했던 스마트폰, 3D, 모바일, 클라우드컴퓨팅, 전자책 등 첨단 IT관련주들이었다.

특히 지난해 말 아이폰 출시로 급부상한 스마트폰 열풍은 구글폰, 태블릿PC로 이어지면서 '광풍'으로 번졌다. 그 열기는 한국 코스닥시장에서 숨은 관련기업들의 주가급등으로 분출됐다. 아로마소프트와 디오텍, 인스프리트가 대표적인 예다.

7일 7350원을 찍은 인스프리트는 불과 한달 전만 해도 3000원에 못 미치는 주식이었다. 돌발 급등의 이유는 자회사 인브릭스가 구글의 휴대전화 운영체제(OS)인 안드로이드와 관련된 제품을 생산한다는 것. 인브릭스는 결국 넥실리온으로 우회상장하면서 이 회사 주가도 상한가 행렬에 동참했다.

상장한 지 1개월도 안 된 새내기 디오텍도 7일 2만3450원까지 올라 공모가의 2.6배를 기록했다. 필기인식, 전자사전 솔루션 등을 생산하는 업체인 디오텍은 스마트폰뿐 아니라 애플의 태플릿PC 같은 차세대 디바이스의 '차세대 입력방식에 관한 모든 것을 쥐고 있는 기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일 전만 해도 2000원을 밑돌던 아로마소프트도 지난 5일 5000원을 넘어섰다. 이 회사의 주가를 끌어올린 것도 구글의 휴대전화 운영체제(OS) 안드로이드다. 무선인터넷플랫폼 전문회사인 이 회사는 구글의 안드로이드 플랫폼 상용화를 위한 프로젝트팀을 구성 운영해 오고 있다.
 
구글폰 태블릿PC가 뭐기에

왜 구글폰과 태블릿PC 같은 새로운 기기에 한국의 코스닥시장이 열광하는 것일까. 결국 '새로운 시장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스마트폰을 뛰어넘는 모바일, 3D와 같은 신기술, 방대한 모바일 콘텐츠들이 마이크로소프트(MS)와 기기 제조업체, 이동통신사가 주도해온 기존 역할관계를 허물면서 '새로운 시장'이 열린다는 것. 여기서 코스닥의 발빠른 중소기업들은 새로운 시장에 맞는 기술과 솔루션, 제품을 준비하며 시장의 각광을 받고 있다.

구글이 직접 판매하는 '넥서스원'이 공개된 7일. KB투자증권은 구글폰으로 스마트폰의 대중화는 한층 빨라질 것이고, 사업자들의 스마트폰 라인업 확대는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헤게모니를 다투던 북미와 유럽 통신사업자들이 아이폰과 구글폰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고 있듯이 국내 통신사들도 데이터수익과 결합상품 등으로 가입자를 묶기 위해 아이폰과 구글폰을 적극 도입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무엇보다도 구글폰의 빠른 출시는 애플과의 경쟁수위를 높이면서 향후 아이폰 후속 모델에 큰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

애플의 태블릿PC 역시 '혁명적'시장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미국에서 애플이 신제품 태블릿PC인 '아이패드' 출시를 준비하면서 주가가 급등하고 있고, 디오텍과 같은 한국의 관련주도 열광하고 있다.

최성환  KB투자증권 연구원은 "애플은 개인용 PC를 처음 만들어내고 마우스라는 입력장치를 탄생시켰으며, 사장돼 가던 MP3시장과 스마트폰시대를 개화시킨 장본인"이라며 "이번 태블릿PC에 대한 세상의 기대감은 어느 때보다 크다"고 말했다.
 
휴식 후 갖는 '진정한 종목장'

경인년 첫주. 코스닥지수는 사흘간 5% 급등한 뒤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하지만 현대증권은 지난해 부진했던 코스닥의 강세는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중소형 기관들의 수익률 게임이 극대화되는 진정한 '종목장'이 펼쳐질 것으로 내다봤다.

임상국 현대증권 연구원은 "올해는 외국인과 대형기관들이 대형주로 수익을 올리던 흐름이 약화되고, 자문사 등 작은 규모의 중소형 기관들의 수익률 극대화가 활발히 진행되면서 개별주 위주의 강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대신증권은 지난해 주가가 안좋았던 IT기업들의 실적이 개선되면서 주가가 오르는 것으로 분석했다. 봉원길 연구원은 "실적이 좋아지고, 4분기에 돌아온 고금리 예금상품 만기 자금이 일부 주식시장으로 유입되는 등 유동성도 개선 추세"라며 "물론 일부 종목에 버블은 있지만, 아직 전체적인 과열은 아니다"고 진단했다.
 
급등은 '부담'…테마장은 계속된다

코스닥시장의 반등에는 큰 이견이 없지만 상승속도에 대한 부담감은 곳곳에서 노출되고 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지금은 수익률 게임 중"이라며 "적어도 연초에는 원자력과 바이오, 모바일 등 테마가 순환매하는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그러나 "1, 2월은 실적에 대한 부담감이 덜해 테마가 급부상하는 경향이 짙다"며 "2분기 이후 출구전략이 가시화되면 주춤할 가능성도 높다"고 덧붙였다.

박양주 대신증권 연구원도 "과거 사례를 보면 1월은 항상 코스피시장보다 코스닥시장이 좋았고 연초에 여러가지 테마들이 많이 등장한다"고 지적했다.

대우증권은 코스닥시장이 올해 상반기는 강하지만 하반기는 약한 '상고하저'의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처럼 시장에 대한 낙관과 비관은 엇갈리지만, 국내 증권업계는 올해 '새로운 시장'에 대한 '테마열풍'은 계속될 것이라는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박양주 대신증권 연구원은 "스마트폰이나 전자책, 3D산업 같이 새로운 시장이 형성되면서 주가가 급등하는 종목군은 CES 전시회 등 여러 이슈와 맞물리면서 계속 등장할 것이고, 녹색성장관련주도 올해 내내 계속 화두로 올라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우증권도 올해 상반기 IT부문의 반도체/ LCD 장비, AMOLED, 스마트폰 관련주와 탄소 배출 저감, 2차전지, 원자력, 유동성관련주에는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영곤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올해 테마장은 상반기와 하반기 한차례씩은 폭발적인 위력을 발휘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연구원은 "당분간 코스닥을 중심으로 한 중소형주 장세가 이어질 수 있다"며 "다만 최근 주가 상승 속도가 너무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는 점은 부담스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