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신용카드史에 새 역사가 씌어지게 됐다. 지난 1978년 대한민국에 카드가 도입된 이래 처음으로 비자나 마스타카드 같은 국제 카드사에 의존 없이 순수 토종 브랜드 카드만으로 전 세계에서 통용될 수 있게 하는 획기적인 전기가 마련됐기 때문이다.
비씨카드는 지난 1월22일 미국 LA에서 미국의 신용카드회사이자 글로벌 네트워크 운영사인 DFS(Discover Financial Service)와 글로벌 네트워크 제휴와 관련한 조인식을 가졌다. 양사가 신용카드 네트워크의 상호 공유를 추진키로 합의한 것이다.
이에 따라 비씨카드 회원은 이르면 올 10월쯤부터 비자나 마스타 등 글로벌 카드사와 연계되지 않은 국내 전용카드로도 전 세계 185개국, 약 1400만개의 가맹점에서 해외 결제가 자유로워지게 됐다. 이른바 '비씨카드' 독립선언인 셈이다.
◆어떤 시스템인가
DFS는 미국 내 전업계 카드사다. 그러나 지난 2007년 글로벌 가맹점망을 갖고 있는 다이너스를 인수하고 ATM망을 확대하면서 글로벌 네트워크를 보유하게 됐다. 하지만 마스타, 비자와 같은 회원사 형태의 사업확장 전략이 아니라 보유네트워크의 활성화와 디스커버카드의 해외 사용환경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이에 따라 DFS는 디스커버카드의 사용활성화를 위해 중국의 CUP 및 일본의 JCB와 제휴계약을 맺고 JCB와 CUP카드의 미국사용과 디스커버카드의 중국, 일본사용을 처리해왔다. 이번 비씨와의 제휴도 이러한 연장선상이다.
미국에서는 DFS가 보유한 네트워크망을 사용해 결제를 하게 된다. DFS는 미국 내에서 비자나 마스타와 동일한 수준의 가맹점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미국 내 모든 가맹점에서 사용이 가능하다는 것이 비씨카드의 설명이다. 그리고 일본과 중국에서는 DFS가 제휴한 JCB, CUP의 네트워크망을 사용하게 된다.
중국의 경우 비씨카드는 이미 중국 최대 카드사인 은련과 제휴를 맺고 중국 내에서 국내 전용 비씨카드를 통해 결제가 가능한 상태다. 단 중국 결제를 위해서는 ‘비씨 통(通)카드’를 사용해야 한다. 그러나 DFS와의 제휴를 통해 통카드가 아니어도 중국 내에서 결제가 가능하게 됐다.
미국, 일본, 중국을 제외한 기타 국가에서는 DFS가 인수한 다이너스클럽의 가맹점을 이용하면 된다.
◆소비자에게 어떤 득이 있나
일반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비씨카드가 별도의 글로벌 네트워킹망을 구축하지 않더라도 비자와 마스타카드로 해외에서 이용하는 데 큰 불편함이 없다.
하지만 국내 전용 비씨카드로도 해외결제가 가능해짐에 따라 생각보다 짭짤하게 비용을 아낄 수 있다.
비자나 마스타카드와 제휴된 신용카드로 해외에서 사용할 경우에는 사용액의 1% 정도를 해외 사용 수수료로 지불해야 한다. 즉 해외에서 400만원 정도를 결제했다면 4만원 정도의 수수료가 합산 청구된다. 하지만 비씨카드의 경우는 이처럼 고객이 자기도 잘 모르게 부담해 왔던 해외 사용수수료가 면제된다.
매년 지불하는 연회비에서도 차이가 나타난다. 카드사별로 약간씩 차이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국내 전용카드의 연회비는 3000~5000원 정도. 하지만 비자나 마스타가 붙어 있는 카드는 5000~1만원 정도다. 매년 연회비를 2000~5000원 정도를 아낄 수 있는 것이다.
◆현재 보유한 카드로 사용 가능한가
지금 당장은 국내 전용 비씨카드로 해외에서 결제가 불가능하다. DFS와의 네트워킹망 공동 사용을 위한 전산개발에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비씨카드는 하반기부터는 사용할 수 있도록 전산개발을 완료한다는 입장이다. 빠르면 9~10월 중에 본격 가동이 목표다.
그러나 실제로 비씨카드를 이용해 해외에서 결제를 하는 데는 이보다는 시간이 조금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현재 발급돼 있는 국내 전용 비씨카드는 국내에서만 사용이 가능하다. 비씨카드가 DFS와 네트워킹망을 연결해도 그 네트워킹망을 읽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비씨카드는 DFS와 전산개발이 완료되는 대로 새로운 네트워킹망을 이용할 수 있는 ‘(가칭)비씨 글로벌카드’를 새로 발급할 예정이다. 이 카드는 만기가 도래하는 카드와 회원이 요청하는 카드에 대해 우선적으로 새롭게 발급할 예정이며, 종국에 가서는 모든 국내 전용 비씨카드를 비씨 글로벌카드로 대체해 나갈 방침이다.
따라서 해외 네트워킹망이 개통된 후 비씨카드를 들고 해외에 나갈 계획이 있는 회원이라면 사전에 카드를 교체해야만 이용할 수 있다.
◆국내 카드사의 반응은
이번 비씨카드와 DFS의 제휴에 대해 국내 카드업계는 ‘비씨카드가 큰일을 해냈다’는 반응이다. 글로벌 브랜드 카드사를 견제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그동안 국내 카드사들은 해외 사용에 있어서는 글로벌 브랜드 카드사인 비자나 마스타에 끌려다닐 수밖에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지난해 2월에는 비자카드가 일방적으로 수수료를 인상을 추진한 바 있다. 당시 장형덕 비씨카드 사장은 비자카드 고위자문위원직을 사퇴하면서 비자카드의 인상계획을 철회시켰다. 그러나 카드업계에서는 비자카드가 언제든지 수수료 인상을 언제든지 다시 추진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마스타카드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비씨카드가 DFS와의 제휴를 통해 글로벌 네트워킹망을 구축함에 따라 비자나 마스타가 과거처럼 국내 카드사에 일방적인 조치를 밀어붙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전업계 카드사들이 비씨카드와 지금 당장 조인을 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비씨카드의 이번 글로벌 네트워킹망 구축은 비씨카드의 지향점인 프로세싱 전문업체로 한걸을 다가선 것이기는 하지만, 아직도 ‘카드사’이기 때문이다. 즉 여타 카드사와 마찬가지로 비씨카드는 자체적인 브랜드로 마케팅을 펼치면서 경쟁을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전업계 카드사들이 경쟁사인 비씨카드와 조인을 꺼릴 수 있다.
전업계 카드사 관계자는 “비씨카드가 전업계 카드사들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비씨카드’를 버려야 한다”며 “향후 글로벌 브랜드 카드사와 서비스 등을 비교해서 판단할 문제지만, 현재까지로는 비씨카드를 글로벌 브랜드 카드사에 대한 견제세력 정도로만 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