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법은 적을 속여 세우고 이익에 따라 움직이며, 병력을 나누기도 하고 합치기도 함으로써 변화를 꾀한다. 그러므로 군사를 움직일 때는 질풍처럼 날쌔게 하고, 나아가지 않을 때는 숲처럼 고요하게 있고, 적을 치고 빼앗을 때는 불이 번지듯이 맹렬하게 하고, 적의 공격으로부터 지킬 때는 산처럼 묵직하게 움직이지 않아야 한다(故其疾如風, 其徐如林, 侵掠如火, 不動如山).
'풍림화산(風林火山)'에 관한 얘기다. 이종휘 우리은행장이 이렇게 강력한 풍림화산 병법을 손에 들었다.
이 행장은 지난 1월11일 열린 '우리은행 창립 111주년 기념식 및 2010년 경영전략회의'에서 전 임직원들에게 풍림화산(風林火山)의 자세로 올해 금융대전에 임해 줄 것을 당부했다.
이 행장은 "올해 금융권 재편 등 복잡한 경영환경에 적극적으로 대응해달라"며 "호랑이처럼 집중력을 발휘해 올해 재무성과를 극대화하고 움직일 땐 바람처럼, 머물 땐 숲처럼, 공격할 땐 불처럼, 지킬 땐 산처럼 풍림화산의 자세로 임해줄 것"을 강조했다.
마이너스 7000만원 성과급 등 시련 속 전진
올라야 할 산이 높으면 골도 깊은 법이다. 이종휘 우리은행장은 연초부터 커다란 수난에 휘말렸다.
예금보험공사가 이 행장에게 2008년 경영실적 미달과 징계를 이유로 7000여만원을 다시 내놓으라고 요구한 것이다.
2008년 경영실적이 예보와 맺은 경영이행약정(MOU)을 달성하지 못했고, 부채담보부증권(CDO)·신용디폴트스와프(CDS) 투자에 따른 손실 때문에 예보로부터 징계를 받았기 때문이다.
우리은행 안팎에서는 이러한 마이너스 성과급에 대해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예보가 실적이 좋지 않았던 2008년 경영 성적에 대해서는 마이너스 성과급을 엄격하게 적용하고, 실적이 우수했던 2009년에는 11월에 돌연 연간 목표를 상향 조정해 성과급 규모를 줄이려했다는 것이다.
또한 CDO/CDS 등의 경우 이 행장이 당시 누구도 손대기 꺼려하던 파생상품 투자에 대해 선제적이고 과감하게 손실 처리해 추가부실 우려를 잠재웠음에도 불구하고, 연초부터 불미스런 일로 이름이 오르내리는 비운을 감내하게 됐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이종휘 행장은 우리은행장에 취임하던 직후부터 가시밭길 행보를 거듭해왔다.
2008년 6월에 취임한 이 행장은 취임한 지 불과 3개월 만에 리먼 브러더스 사태라는 글로벌 악재를 만났다. 몸집만 불리려다 리스크관리는 실패해 국가적 위기를 불렀다는 비판이 은행권에 집중됐다.
이에 대해 이 행장은 정공법을 선택했다. 고통스러운 자구계획을 직원들에게 솔직하게 꺼내 놓으며 이해를 구했다. "Change before you have to !(어쩔 수 없이 해야만 하는 상황이 오기 전에 먼저 변화하라.)"
우리은행은 경비절감과 인력ㆍ조직의 효율화, 급여 삭감ㆍ반납, 점포 구조조정, 자산매각 등의 뼈를 깎는 자구 노력을 실천에 옮겼다.
그 결과 2009년 9월까지 결산 결과 순영업수익은 3조 7383억원, 당기순이익은 7498억원을 달성했다. 특히 3/4분기 중 영업수익은 1조 564억원에 달했고, 당기순이익은 전분기 대비 2397억원, 140% 늘어난 4110억원을 기록했다.
'일보 후퇴는 더 큰 도약을 위한 새로운 준비다.' 이 행장은 거듭되는 시련에 굴하지 않고 묵묵히 체질 개선을 주도하며 이보 전진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2010년에는 민영화로 가는 험난한 여정이 기다리고 있다. 이 행장은 연초 신년사를 통해 "민영화는 우리은행에 위기와 기회라는 양면을 갖고 있으며 우리은행 역사와 전통을 유지 계승하기 위한 험한 여정이 될 것"이라며 역량 집중을 당부했다.
위기와 도약의 분수령에서, 이 행장이 이끄는 우리은행이 모색하는 새로운 길이 과연 기업 및 서민 경제에 도움이 되는 새로운 전기가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정도(正道)영업'으로 지속성장 기반 다져
올해는 4대 은행의 '리딩뱅크'를 향한 한치 양보 없는 경쟁도 더 가열될 전망이다.
국민은행은 ‘우량고객에 대한 시장 선도적 지위 확대', 신한은행은 ‘핵심 고객층 확대’, 하나은행은 ‘영업력 회복’을 기치로 내세웠다.
이러한 때에 이종휘 행장이 이끄는 우리은행은 '정도(正道)영업'으로 무장을 단단히 했다. 부문별 사업 포트폴리오의 균형 있는 성장을 통한 지속성장 기반을 구축하고, 직원 역량 향상을 통한 고객행복 경영을 실현하겠다는 것이 주요 전략이다. 또한 정도 영업을 통한 고객신뢰 회복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이 행장은 "올해 7% 수준의 적정 성장과 전 사업포트폴리오의 균형 발전 등 내실성장을 지속해 달라"고 말했다.
'To the basic'. 이 말은 이종휘 행장이 취임 당시부터 입버릇처럼 강조해온 말이다. 그는 취임 이후 내실경영을 화두로 우리은행 경영의 큰 줄기를 외형에서 내실로 돌려놨다. 이에 맞춰 은행 내 평가 기준부터 바꿨다. 영업점 경영성과 평가기준에서 외형평가 지표를 폐지하고 수익성ㆍ건전성 중심의 지표를 강화했다.
"느리게 가더라도 체질부터 완전히 뜯어 고치겠다"는 이 행장의 굳은 의지는 그의 인생경험에서 얻은 믿음에 바탕을 둔다.
이 행장은 "무리해서 빨리 간다고 성공하는 경우는 보지 못했다. 결국 페이스에 맞춰 제 속도로 달리는 사람들이 성공한다는 이치를 인생경험을 통해 깨달았다"고 말한다.
이종휘 행장은 소통을 중시하는 행장으로도 유명하다. 자신을 낮추고 남의 얘기를 경청한다. 어려울수록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함께 호흡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중소기업 사장, 중소상인, 영업점 등 고객이 있는 곳, 직원들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달려간다. 직원의 가족이 아플 땐 직접 병원을 찾아가기도 한다. 특히 사회적으로 소외된 계층에 대한 관심이 크고, 지나가는 이야기도 놓치지 않고 꼭 피드백을 한다.
지난해 1월 남대문시장에서 가진 영세상인 간담회가 좋은 일례다. 이 행장은 당시 영세 상인들의 애절한 사연을 듣고 "신용도가 낮아 은행대출이 어려웠던 저소득 근로자나 영세사업자를 위한 상품을 출시하겠다"고 약속했고, 후속조치로서 연소득 2000만원 이하인 저소득근로자와 자영업자를 위한 신용대출상품인 '우리이웃사랑대출' 상품을 출시했다.
이외에도 서민과 중소기업 지원, 청년 인턴제도 등을 통한 일자리 창출에 발 벗고 나서며 믿음직한 고객의 동반자상을 심어가고 있다.
"고객은 어디에서나 우리은행을 위해 충언을 해줄 준비가 돼 있다. 내가 듣는 자세만 갖추면 되는 것이다." 현장에서 고객과 기쁨과 슬픔을 나누겠다는 이 행장의 약속이 앞으로 어떤 결실로 돌아올지 기대가 모아진다.
■ 이종휘 우리은행장은
이종휘 우리은행장은 1949년 대구광역시 출생. 1966년 경북대 사범대학부속고 졸업한 뒤 1970년 서울대 경영학과를 나왔다. 대학 졸업 후 바로 한일은행에 입행해 은행원으로 첫 발을 내디뎠다.
이후 1991년 돈암동지점장, 1997년 여의도중앙지점장, 1998년 포스코센터지점장 등을 맡으며 현장 영업 경험을 두루 쌓은 뒤 1999년 한빛은행 재무기획팀장을 거쳐 2001년 한빛은행 상무로 발탁되며 은행 임원생활을 시작했다.
2002년 한빛은행 집행부행장, 2002~2004년 우리은행 집행부행장, 2004~2007년 우리은행 수석부행장을 역임했다. 2008년 6월 우리은행장으로 취임했다.
2003년 재정경제부장관 표창장(금융산업발전 유공), 2006년 동탑산업훈장(중소기업금융지원 유공) 등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