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방에서 20년 넘게 조선부품업체를 운영해 온 A 사장(77)은 4년 전 외아들에게 대표이사 자리를 물려주었다. 그 아들은 회사의 변신과 개혁을 명분으로 임직원을 감원하고 친구를 영입해 은행대출로 신규사업을 벌였다.
신규사업은 3년째 지지부진해 회사의 손실을 확대시켰고, 10년 넘게 이어온 연속흑자는 적자로 반전했다. 설상가상으로 회사를 떠난 임직원들이 유사한 업체를 만들어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다. A 사장은 회사의 장래를 생각하면서 연신 가슴을 친다.
#2. 30여년간 화학업체를 운영해 온 B 사장(75)은 성공적인 가업승계로 주위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후계자인 아들을 초등학교 시절부터 틈틈이 회사로 데리고 나와 회사 사정을 꼼꼼히 보여주었고 임직원과도 스킨십을 다졌다. 특히 아들은 국내 명문대학에서 화학을 전공했는가 하면 미국 유명대학에서 MBA과정을 밟는 등 전문성을 다졌다. 이 회사는 최근 성공적인 신제품 개발로 매출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두 사례는 가업승계의 타이밍과 준비과정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보여준다.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92.3%는 가족기업이다. 대부분 창업자인 아버지가 경영권과 소유권을 갖고 있다 보니 가업승계는 곧 창업자의 은퇴로 받아들여지곤 한다. 창업자 입장에는 심리적으로 곤혹스러울 수 있으며 후계자가 먼저 나서 가업승계를 거론하는 것도 쉽지 않다. 그러다 보니 적정시기를 놓치게 되고 적절한 후계자를 선정하지 못해 회사가 위기에 처하는 사례를 종종 목격하게 된다. 게다가 회사가 너무 커져버린 상황에서 승계를 진행하려다 과중한 세금부담으로 회사를 위기에 빠뜨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필자가 만난 대다수 중소기업 사장들은 가업승계 시점을 너무 늦게 잡고 있었다. 50대 중반부터 가업승계를 준비하고 있는 회사는 그리 많지 않다.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40~50대 사장들의 경우 자신의 모든 것을 회사에 투자하고 가족을 돌볼 시간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이러다 보니 부부간 대화뿐만 아니라 자녀와 대화도 많이 부족하다. 평소 자녀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또 미래에 어떠한 꿈과 포부를 갖고 있는지 무심한 경우가 많다.
대부분의 사장들은 '내 자식이니까 나중에 내가 회사를 성공시킨 뒤에 데려와서 후계자로 삼으면 되지 않겠느냐'고 쉽게 생각한다. 그런데 가업승계는 단순히 내가 운전하는 자동차 뒷자리에 후계자를 태우는 것이 아니다. 자녀를 어릴 때부터 좌석 옆자리에 앉혀 평소 아버지가 운전하는 모습과 노하우를 틈틈이 보여주고, 어느 정도 성인이 됐을 때 자리를 바꿔 후계자가 직접 운전할 수 있도록 '강사' 역할을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후 운전을 맡길 단계가 되면 뒷자리로 옮겨 간섭을 최소화하다 최종 은퇴시점에서 뒷자리에서 내리면 된다.
중소기업 사장들이 자녀를 후계자로 생각하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하지만 자녀가 30~40대가 될 때까지 무작정 기다렸다가 갑자기 운전대를 맡긴다면 이미 늦다. 단순히 자신의 건강에 이상이 없는 한 후계자 선정을 포함한 가업승계 논의 자체를 꺼리다가 은퇴 시기가 임박해서야 부랴부랴 승계작업을 준비한다면 그야말로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가업승계는 시기만 불확정적일 뿐 언젠가 거쳐야 할 과정이다. 미래의 가업승계 상황을 미리 대비하는 것이야말로 중소기업의 위험관리 차원에서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