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에서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70대 A씨는 최근 심각한 고민에 빠져 있다. 20대 후반에 창업한 뒤 50년 가까이 애지중지 사업체를 일군 결과 현재 공장부지와 현금 등 200억원 이상의 재산을 보유하고 있는 그에게 걱정거리를 안긴 주범은 뭘까? 5년쯤 뒤에 회사를 정리하고 편안한 여생을 보내려는 계획에 차질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에게는 3명의 자녀가 있지만 2세들에게 회사를 대물림하고 싶은 생각이 별로 없는데다 무엇보다 자녀들이 회사경영에 관심을 보이고 있지 않고 있다. 그는 고민을 거듭하다 사업체를 청산할 경우 어느 정도의 비용이 소요될 지 따져보고서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전문가의 자문을 받아 양도소득세와 증여세 등을 계산해 보니 총자산의 46%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는 답이 나왔다.
A씨는 평생을 피땀 흘려 일궈온 '자식보다 소중한' 기업을 스스로 죽여야 한다는 참담함과 그로 인해 부담하게 될 엄청난 세금 앞에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서 "자식들이 사업체를 물려받아 잘 키워나가면 좋으련만 도무지 회사운영에 관심이 없으니…"라며 연신 한숨을 내쉬었다.
이처럼 기업을 정리(청산)한다는 것은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엄청난 손실을 초래하기 마련이다. 우리나라 기업의 99%가 중소기업이고, 고용의 약 88%를 중소기업이 담당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사례로 든 회사의 경우 150여명의 직원과 50여개의 거래처를 두고 있는데, 만약 이 기업이 문을 닫는다면 직원과 가족뿐만 아니라 거래처 직원 및 가족의 생계문제까지 영향을 미칠 게 뻔하다.
A씨의 사례처럼 우리나라의 경우 1950~60년대 한국전쟁의 폐허 속에서 맨주먹으로 창업한 중소기업 1세대의 은퇴시기가 도래하면서 가업승계 문제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어떻게 하면 평생 동안 피땀 흘려 키운, 자식보다도 더 소중한 분신과도 같은 기업을 성공적으로 물려줄 것인가? 은퇴를 앞두고 있는 모든 창업자의 한결 같은 고민이 아닐 수 없다.
일반적으로 가업승계란 한 기업이 동일성을 유지하면서 창업자의 고령화 등으로 자발적으로 기업을 계속 유지하면서 증여나 상속을 통해 그 기업의 경영권과 소유권을 후계자에게 넘겨주는 것을 말한다.
그렇다면 가업승계와 일반적인 재산상속과는 어떻게 다를까? 재산상속이 '고기 잡는 배'만 물려주는 것이라면, 가업승계는 '고기 잡는 방법'이라는 경영권과 '고기 잡는 배'라는 소유권을 함께 물려주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즉 가업승계는 항구에 정박해 있는 배가 아니라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험난한 바다로 나가 고기를 잡아와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물려주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가업승계는 부의 대물림이 아니라, 업의 대물림이며 책임의 대물림이라고 할 수 있다.
일본의 경우 100년이 넘는 장수기업이 5만여개나 되고 200년 이상 된 초 장수기업만 해도 3000개 이상이라고 한다. 산업화 역사가 짧은 우리나라에서는 200년 이상 된 기업은 한곳도 없으며 100년 이상 된 기업도 손에 꼽을 정도다.
일본이나 독일의 중소기업이 성공적인 가업승계를 통해 명문 장수기업으로 성장해 국가경제를 지탱하는 미드필더로 활약하듯 우리나라 중소기업들도 가업승계를 철저히 준비하고 정부도 이를 적극 지원해 세계적인 강소기업들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