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시행령에 담긴 내용이 일부 대형 증권사나 투자회사만을 위한 것일 뿐 중소형 증권사들의 입장이나 능력은 전혀 배려하지 않았다는 게 이유다. 특히 오래 전부터 헤지 펀드 도입에 대비해 관련 작업을 진행해왔던 중소형 증권사들은 크게 상심하고 있다. 아울러 금융위가 제시한 최소투자금에 대해서도 이견이 있어, 헤지펀드 정식 도입을 앞두고 논란이 끊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형 헤지펀드 밑그림
우선 금융위는 우선 헤지펀드 가입자의 범위를 개인으로까지 확대했다. 현재 적격투자자대상 사모펀드 가입자는 은행, 보험사, 금융투자업자, 연기금·공제법인 등 적격투자자 일부로 제한돼 있다.
하지만 다양한 투자기회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개인까지 헤지펀드 가입을 허용토록 한 것. 단 최소투자금은 5억원으로 제한했다. 또 펀드오브펀드형태인 재간접펀드에 대해서는 최소가입금액(1억~2억원) 및 분산투자요건(5~10개 헤지펀드 편입) 등을 포함한 가이드라인을 3분기 중에 발표할 계획이다.
자산운용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높이기 위해 구조조정기업에 대한 의무 투자비율(50%)도 폐지하기로 했다. 증권·파생상품, 실물 등 경제적 가치가 있는 재산에 탄력적으로 투자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금전차입 한도 및 파생상품 거래제한도 완화된다. 시장상황에 관계없이 절대수익을 추구하는 헤지펀드의 특성상 공매도·레버리지 등 다양한 전략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헤지펀드 운용업무를 위한 별도의 인가단위도 신설된다. 금융투자상품의 범위는 다양한 투자대상에 자유로이 투자할 수 있는 펀드특성을 감안했으며, 별도의 운용대상 제한을 받지 않는 '혼합자산 펀드'로 설정토록했다.
최저 자기자본의 경우 인력·설비 등 소요비용, 여타 자산운용업 인가단위의 자기자본 요건(증권 40억원, 종합 80억원) 등을 감안해 60억원으로 정했다. 운용경험(Track Record)은 자기자본, 일임재산·펀드 운용규모와 실적 등을 고려해 결정할 예정이다.
일단 금융위가 제시한 예는 자산운용사의 경우 수탁고 규모 4조원, 증권사 자기자본 1조원, 투자자문사는 일임계약액 5000억원 수준이다.
규제는 대폭 완화된 편이지만 리스크관리를 위해 보고의무 등 감시, 감독은 강화하겠다는 게 금융위의 방침이다. 운용의 자율성을 인정하는 만큼 투자자보호, 시스템리스크 방지 등을 위해 필요한 세부 보고사항 등을 구체화하겠다는 것이다.
◆중소형 증권사 불만 폭발
증권업계가 그토록 기다리던 헤지펀드 도입안이 발표됐지만 마냥 환영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헤지펀드 운용자격의 기준이 논란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자칫 헤지펀드 도입이 대형 증권사 배만 불릴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일단 금융위는 자기자본이 1조원 이상 되는 증권사에 대해서만 헤지펀드 운용자격을 주는 방안을 제시했다. 증권업계에선 자기자본 2조~3조원 수준으로 기준이 올라갈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만약 자기자본 1조원 이상으로 결정된다면 대우증권, 삼성증권, 현대증권, 우리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미래에셋증권, 대신증권, 하나대투증권, 동영종합금융증권 등 10개사만이 헤지펀드 운용자격을 얻게 된다.
2조원으로 기준이 상향된다면 현재로선 대우증권, 삼성증권, 현대증권, 우리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5개사로 압축된다. 신한금융투자와 미래에셋증권 등은 자기자본이 1조8000억~1조9000억원 수준이다.
당연히 중소형 증권사에서는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다. 많은 중소형 증권사들이 대형 증권사와 마찬가지로 2~3년 전부터 헤지펀드 관련 부서 및 팀을 구성해 준비를 해왔기 때문에 이들의 반발은 더욱 거세다.
한 증권사의 헤지펀드 담당 연구원은 "단순히 자기자본으로 증권사의 진입을 제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헤지펀드는 엄연히 경제상품이므로 시스템과 인력 등 전반적인 면을 보고 평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개인적으로 재간접 헤지펀드도 문제가 있다고 본다"며 "단일 헤지펀드도 아직 이해하기 어려운데 그것을 여러개 묶어서 가져간다는 것은 시기상조다"고 덧붙였다.
한 중소형 증권사의 프라임브로커리지 담당자는 "여러 중소형 증권사가 각각 헤지펀드 운용을 준비해왔는데 자기자본만으로 진입장벽을 둔다면 공정성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며 "시장이 조성되기 전에 제약부터 하기보다는 다양한 측면에서 평가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소투자금 5억원에 대해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개인들에게 투자기회를 늘려주기 위해선 최소투자금을 낮춰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준서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2011년 상반기 자산운용연구회 심포지엄'에서 "향후 가입요건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 최고 투자금액을 3억원으로 낮추는 게 좋다"고 강조한 바 있다. 개인투자자 최소 투자금액이 5억원이면, 금융자산이 50억원은 돼야 하지만 국내에는 그 정도의 자산가가 1만명도 안 된다는 게 이 교수의 견해다.
이와 관련 한 투자자문사 대표 역시 "최소 투자금에 대해선 의견이 다를 수밖에 없는데, 어쨌든 양질의 금융서비스가 부자들을 위한 것만은 아니지 않느냐"며 "사모펀드가 공모화 되는 것은 막아야겠지만, 차츰 최소투자금을 낮출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삼성증권, 헤지펀드 도입 '최대 수혜주'
한국형 헤지펀드가 도입되면 삼성증권이 가장 큰 수혜를 입을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김지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에 제시된 헤지펀드 운용업 인가 기준을 충족하는 금융기관은 현재 증권사 10곳, 운용사 10곳, 투자자문사 6곳 정도”라며 "헤지펀드에 증권 대여, 자금지원 등 종합 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라임브로커 업무 역시 일정 자기자본 기준을 충족하는 증권사에 한정적으로 허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골드만삭스 등 대형 IB의 경우 수익 20% 이상이 프라임브로커리지에서 창출되고 있어 해당 업무를 수행하는 대형 증권사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대형증권사 중에서도 삼성증권에 특히 긍정적"이라고 덧붙였다.
삼성증권은 프라임브로커 서비스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증권대여 풀(POOL)이 크고, 헤지펀드 잠재 투자자인 고액자산가 확보가 업계 내 가장 많기 때문이다. 아울러 기존 고객 주식자산 회전율이 낮아 수익성 개선 폭이 크다는 게 김 연구원의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