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원들이 ‘분사=구조조정’이라는 등식을 강조하며 분사 철회요구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반면, 사측은 ‘분사가 아닌 자회사 설립’이라는 명분을 내걸며 이에 맞서고 있다.
‘을지로(SK텔레콤)를 지나 서린동(SK그룹)까지….’
분사 저지를 향한 SK텔레콤 노조의 시위행렬이 결국에는 그룹 본사까지 조준했다. 노조원들은 오는 7월11일 서울 서린동 SK그룹 본사 앞에서 ‘고용 안정 확보를 위한 분사 반대’를 주장하는 대규모 집회를 가질 예정이다.
사진/류승희 기자
앞서 노조는 이미 7일과 8일, 그리고 17일, 총 세차례에 걸쳐 SK텔레콤 T타워 1층 로비에서 시위를 벌인 바 있다.
◆격화되는 시위…SKT 넘어 그룹본사로
지난 7일 노조는 비대위 대의원을 중심으로 피켓 시위에 나서며 출근하는 직원들에 분사의 부당함을 알렸고, 8일과 17일에는 300여명의 노조원들을 대거 참여시켜 조직적인 시위를 벌였다. 특히 17일 시위는 서진우 플랫폼부문 사장이 해외 일정을 마치고 귀국하는 시점에 이뤄져 ‘시나리오 시위’ 성격도 강했다.
SK텔레콤 노조 관계자는 “회사가 내세운 정책은 결국 ‘구조조정’이라는 종착역을 향하고 있다”며 “현재 전국적으로 분사 반대를 위한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으며, (분사 저지를 위한) 시위는 앞으로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원들은 SK텔레콤 분사가 사실상의 구조조정을 의미한다는 관점을 시위 명분으로 내세운다.
당초 사측은 오는 10월1일자로 차량용 내비게이션 서비스인 'T맵'과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스토어 'T스토어' 등의 콘텐츠 사업을 맡고 있는 플랫폼 사업을 분사해 SK텔레콤이 100% 지분을 갖는 자회사로 만든다는 계획을 밝혔다. 현재의 SK텔레콤은 통신서비스 사업만 맡고, 나머지 컨텐츠와 서비스개발 부문은 자회사가 담당한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4500여명에 달하는 전체 직원 중 플랫폼 사업 소속 직원들을 중심으로 600~700명 정도의 인력이 ‘분사된’ 회사로 옮겨갈 것으로 추산되는 만큼, 노조원들은 이 과정에서 사측이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감행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여기에 설령 고용이 보장되더라도 새 분사회사에서 획기적인 수익 발판을 마련하지 못할 경우 기존 SK텔레콤 재직 시보다 급여수준이 현격히 낮아질 것이라는 우려감도 노조원들 사이에선 팽배하다. SK텔레콤이 80년대부터 승승장구한 무선통신 분야와 달리 플랫폼 사업은 쉽게 성공을 장담할 수 없을 뿐더러 아직 구체적인 경영계획이 없다는 관측 때문이다.
이 외에 1차 분사 후 추가 분사, SK브로드밴드와의 합병설 등 꼬리에 꼬리를 무는 루머가 양산되고 있는 점도 노조원들에겐 '분사 딜레마'로 다가가고 있다.
노조측의 이같은 우려에 대해 SK텔레콤 홍보팀 관계자는 "2개 회사로 분사되는 개념이 아닌 100% 자회사인 플랫폼 회사를 별도로 소유하게 되는 개념으로 봐야한다"며 "해당 자회사의 임직원도 100% 고용이 보장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사측이 분사회사로 이동하는 직원에 대해 3년 연봉을 보장했다’는 설과 관련해서는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고 말을 아꼈다.
◆'당근' 든 하성민 "400% 보너스 주겠다”
노사간 첨예한 대립관계가 지속되고 노조원들의 그룹 본사 시위가 예정되는 등 좀처럼 갈등국면이 수그러들 기색이 없자 결국 하성민 총괄 사장은 ‘당근책’을 들고 진화에 나섰다. 플랫폼 자회사 직원들에게 별도의 보너스를 지급하기로 약속한 것이다.
지난 22일 하 총괄 사장은 서진우 플랫폼부문 사장과 함께 사내 방송을 통해 “오는 10월1일 플랫폼 사업 부문을 별도의 자회사로 분사할 방침이며 신설 자회사로 가는 직원에게는 격려금 차원의 400% 보너스를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두 대표는 또 질의응답 시간을 함께 가지며 본사에서 플랫폼 자회사로 가는 인원을 최소화할 것이라는 계획과 자회사에 모든 권한을 위임해 스피드한 조직으로 운영하겠다는 뜻도 함께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SK텔레콤측은 이에 대해 “분사를 앞두고 불안해하는 직원들을 안심시키기 위한 수습차원”이라고 해석했다.
통신업계 최고 연봉과 복리후생으로 다른 경쟁사 직원들의 부러움을 사왔던 SK텔레콤이 과연 임원발 ‘당근’을 필두로 노조의 집단반발을 잠재울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