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악화로 '무보수 경영'을 선언했던 데브시스터즈 경영진이 수억원대 평가차익이 발생하는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을 행사해 주목된다. 주가 상승 시 늘어나는 소득세 부담을 줄이기 위한 절세 목적의 행사인 것으로 확인되면서 시장에 오버행(잠재적 매도 물량) 부담을 떠넘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김종흔 데브시스터즈 이사회 공동의장은 지난 3일 스톡옵션을 행사해 보통주 4만주를 취득했다. 행사가격은 주당 9000원으로 취득 규모는 총 3억6000만원이다. 김 의장의 보유 주식 수는 기존 56만1620주에서 60만1620주로 늘었다.
이번에 행사된 물량은 2022년 7월30일부터 행사가 가능했던 스톡옵션이다. 만기(2027년 7월29일)를 1년가량 남긴 시점까지 약 4년 동안 행사되지 않은 채 남아 있었다.
스톡옵션 행사 시점은 신작 호재로 주가가 반등하던 흐름과 맞물렸다. 지난달 30일 출시된 '쿠키런: 크럼블'은 국내 애플·구글·원스토어 인기 순위 1위를 석권하고 출시 나흘 만에 누적 이용자 100만명을 돌파하는 등 초기 흥행에 성공했다. 한국거래소 기준 지난 5월 1만원대였던 주가는 이달 2만원 선을 회복했고 11일 2만2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행사가격 대비 주당 1만3000원의 격차가 벌어지면서 김 의장이 거둔 평가차익은 총 5억2000만원이다.
이번 스톡옵션 행사의 배경을 두고 회사 관계자는 "스톡옵션 행사 시 부여 당시 주가와 행사 시점 주가의 차이만큼 소득세가 부과된다"며 "주가가 저점이라고 판단되는 시점에 행사해야 개인 부담을 줄일 수 있어 행사 기간 내 선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행 소득세법상 일반 법인 임직원이 스톡옵션을 행사하면 행사 당시 시가와 행사가격의 차액이 근로소득에 합산돼 최고 49.5%(지방소득세 포함)의 종합소득세율을 적용받는다. 주가가 더 오른 뒤 스톡옵션을 행사하면 부담해야 할 세금이 늘어난다.
이 같은 셈법이 경영진의 책임 경영 의지와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적 악화에 따른 경영 쇄신을 진행하는 국면에서 절세를 위해 오버행 부담을 키웠다는 것이다.
데브시스터즈는 올해 1분기 174억원, 2분기 16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지난해 3분기 7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이후 4개 분기 연속 적자다. 매출 역시 1분기 585억원, 2분기 52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4.4%, 42.7% 감소했다. 지난해 매출은 2947억원으로 전년 대비 25%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62억원으로 77% 급감했다.
이에 지난 5월11일 조길현 대표를 비롯해 이지훈·김종흔 이사회 공동의장은 경영 안정성이 확보될 때까지 임금 전액을 반납하는 무보수 경영을 선언했다. 주요 임원진 역시 보수의 50%를 삭감했다. 전사 대상 희망퇴직을 실시하고 필수 직무를 제외한 신규 채용을 동결하는 등 고강도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투자자들의 우려가 커지는 이유는 경영진의 과거 대규모 주식 매도 전력 때문이다. 2021년 11월 당시 공동대표였던 김 의장은 '쿠키런: 킹덤' 흥행으로 주가가 고점권에 머물던 시기에 행사가 500원 스톡옵션 34만주를 행사한 뒤 주당 13만3830원에 매도해 453억원에 달하는 시세차익을 거뒀다.
이지훈 의장이 매도한 10만주를 더해 총 44만주, 588억8520만원 규모의 시간외 대량매매였다. 당시 회사는 김 의장에 대해 기간만료 물량 행사에 필요한 세금 등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매도였다고 설명했다. 경영진의 대규모 물량 출회 소식에 데브시스터즈 주가는 하루 만에 5.78% 급락한 바 있다.
이번 행사를 계기로 경영진의 잔여 스톡옵션 물량까지 시장에 나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잠재 매물이 주가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어 경영진의 실제 매도 여부와 주가 부양 의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회사 관계자는 "해당 스톡옵션은 과거에 부여받은 물량으로 정해진 기간 내 개인이 선택해서 행사한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