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용인에 사는 직장인 윤모(28)씨는 최근 수익이 난 펀드 환매를 고려하고 있다. 하지만 환매한 돈으로 딱히 어디에 투자할지 몰라 고심 중이었다.
 
그러던 중 친구의 말을 듣고 최고 연 10% 적금이 나왔다는 사실을 듣고 깜짝 놀랐다. 윤씨는 "펀드 등 투자 상품처럼 손실이 날 걱정이 없는데다 두둑한 이자까지 얹어주는 적금이 나왔다니 좋은 가입 기회인 것 같다"고 말했다.
 
고금리 적금이 화려하게 귀환하고 있다. 한동안 찬밥 신세를 면치 못했던 시중은행들의 적금이 근래 불붙은 고금리 경쟁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최고 연 10% 적금 등장"
 
최근 고금리경쟁의 선두에 나선 것은 우리은행. 7월 초 '연 7%'라는 파격적인 금리의 적금상품인 '매직(Magic) 7 적금'을 출시하며 고금리적금 시대의 포문을 활짝 열었다.
 
이 상품은 기본 금리는 연 4.0%이지만, 카드 사용실적에 따라 추가 금리를 제공해 최고 7%의 금리를 주는 것이 특징이다.
 
단 우대금리를 받으려면 신용카드 결제계좌를 우리은행 계좌로 지정하고, 신용카드를 이전보다 더 많이 써야한다는 조건이 붙어있다. 이를테면 신용카드 추가 이용액이 연평균 300만 원 이상이면 연 6.0%, 연평균 500만 원 이상이면 연 7.0%의 금리를 제공한다. 가입금액은 매월 50만 원 이하이며, 1인 1계좌만 가입할 수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계약고 기준 2조5000억원 한도로 오는 12월 말까지 한시적으로 판매할 예정인데, 출시 2주 만에 이미 1조원이 판매되는 등 반응이 폭발적"이라고 전했다.
 
이에 뒤질세라 국민은행은 지난 7월20일 KB국민카드와 손잡고 최고 연 10%의 고금리적금을 선보이며 인기몰이에 나섰다.
 
'KB굿플랜적금'과 'KB국민 굿플랜카드'가 다양한 금융 혜택을 복합적으로 제공하는 신개념의 금융시너지 상품이다. 적금 만기 시 연 4.0%의 적금 이율과 'KB국민 굿플랜카드'가 제공하는 연 6.0% 이율 상당의 포인트리를 합해 최고 연10%에 상당하는 혜택을 제공한다.
 
특히 카드 전월 이용금액(현금서비스 제외)의 20% 상당액(월 최대 30만원까지)이 카드결제계좌에서 적금계좌로 이체돼 자동 저축되도록 설계된 점이 이색적이다. 많이 소비하기만 하고 모으는 게 없다고 한숨 쉬는 이들에게 저축의 재미를 일깨우는 상품이다. 이른바 카드는 소비라는 인식을 깨는 역발상 시도인 셈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카드사용액에 따라 일정부분 저축이 늘어날 수 있도록 설계했기 때문에 목돈 마련에 관심이 많은 주부 및 20~30대 젊은 직장인들에게 큰 관심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기부적금, 영·유아적금도 고금리시대
 
기부적금, 영·유아 전용 적금 등 특화상품도 고금리경쟁의 물결을 탔다.
 
하나은행이 7월21일 출시한 '바보의 나눔 적금'은 개인 고객이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는 자유적립식 적금으로, 적용이율은 3년제 기본이율 4.7%이지만, 출시기념 우대이율 연 0.2%포인트를 더해 연 4.9%의 이자를 제공한다. 여기에 장기기증희망을 등록하면 우대이율 연 0.5%포인트를 더해주고, 만기에 해지금액을 '바보의 나눔' 재단으로 전액이체 선택 시 우대이율 연 0.5%(일부이체 선택시 연 0.3%)를 추가 지급해 최대 연 5.9%까지 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다.
 
만 5세 이하 영·유아를 둔 가정이라면 기업은행의 'IBK탄생기쁨적금'을 눈여겨볼 만하다.
이 적금은 자녀를 위한 생애 최초 재테크 상품으로 첫째 자녀에게 연 0.1%포인트, 둘째 자녀에게는 연 0.2%포인트의 우대금리를 제공한다. 또 첫 거래고객에게는 연 0.2%포인트, 자동이체를 할 경우 연 0.2%포인트의 금리를 추가로 준다.
 
월 2만원 이상 30만원 이하로 적립 가능하며 고객이 자유롭게 통장 이름을 지어서 사용할 수 있다. 또한 7·8월에 태어난 고객에게는 첫 1년간 연 0.2%포인트를 추가 우대해 최고 연 4.4%의 금리를 제공한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기존 'IBK탄생기쁨통장'을 리모델링한 상품"이라며 "IBK탄생기쁨통장이 가입 대상을 부모로 했던 반면 'IBK탄생기쁨적금'은 가입 대상을 자녀로 해 영·유아 우대상품으로 차별화했다"고 설명했다.
 
◆고금리적금 출시경쟁, 이면엔…
 
그간 기준금리 인상에도 예·적금 금리 인상에는 인색하던 시중은행들이 '고금리' 경쟁으로 돌아선 이유는 무엇일까.
 
업계는 우선적으로 예대율을 주목하고 있다.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종합대책에 따라 당초 2013년 말까지 100% 이하로 유지해야 하는 예대율을 내년 6월 말까지 1년6개월 앞당겨 달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당장 대출을 줄일 수 없는 은행들이 예·적금 수신액을 늘리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시각이다.
 
최근 시장 상황이 불확실한 가운데 안전한 적금 상품이 재테크시장의 '대세'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라는 견해도 있다.
 
대형은행 관계자는 "과거 펀드 붐이 일면서 너도나도 펀드로 몰려갔던 것처럼 최근 시장의 흐름이 적금으로 기울고 있다"면서 "안전하게 목돈을 모으고자 하는 고객의 니즈가 커지고 있는 만큼 은행들도 이러한 기대에 맞춰 고금리적금 상품을 내놓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신규 고객 창출이 절실한 은행들의 상황이 맞물리며 적금시장 경쟁이 가열화되고 있다는 것. 장기간 은행에 거래하는 '충성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예금보다 적금이 유리하고, 본격적으로 재테크를 시작하는 젊은 고객을 유치하는데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현재 정기적금 잔액 규모는 사상 최대 수준. 한국은행에 따르면 5월 말 기준 은행권의 정기적금 잔액(말잔 기준)은 총 22조2088억원으로 올해 1월(21조9596억원)과 비교할 때 2492억원이 늘었다. 2008년 1월 12조원대까지 쪼그라들었던 적금이 되살아나는 추세가 완연하다.
 
한편 은행이 무리한 미끼 상품을 내세워 고객을 현혹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최근 은행들이 내놓은 고금리적금 상품은 특판 예금으로 대상이 한정적이고, 신용카드 사용액 등 조건이 까다롭기 때문이다. 실제 우리은행의 '매직7 적금'은 최고 7% 금리를 받기 위해서 전년보다 카드를 500만원 이상 더 써야하고, KB굿플랜적금도 카드사용액에 따라 적금액이 늘어나는 만큼 신용카드 연계 사용이 필수적이다.
 
한 자산관리 전문가는 "적금이라고 무조건 높은 금리를 선택하기보다는 가입기간과 가입조건을 꼼꼼히 따져보고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