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C카드와 융합 콘텐츠를 개발해 스마트폰 시대의 금융과 통신 결합을 주도하겠다."
 
이석채 KT회장은 지난 10월24일 BC카드와 공동 기자회견 자리에서 이같이 말하며 카드업계의 새로운 출발을 알렸다. 이석채 회장이 추진하는 이러한 전략의 최전방 지휘는 이종호 BC카드 사장이 맡게 됐다. 향후 이종호 사장이 BC카드를 어떻게 변화시키고 진화시켜 나갈 것인지 관심이 모아진다.
 
BC카드의 수장으로서 이 사장에게는 3가지 숙제가 있다. 먼저 KT와의 융합으로 모바일카드시장의 선두로 자리매김하는 것, 장기비전인 프로세싱업무를 강화하는 것, 마지막으로 주인이 바뀌어 혼란이 올 수도 있는 BC카드 조직을 강화시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BC카드에 긍정적인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KT에 인수돼 든든한 배경을 갖췄기 때문이다.  

 
◇BC카드, 모바일카드로 정체성 재검토

BC카드는 은행의 카드사 분사와 독자 사업화 추구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종호 사장은 프로세싱사업의 확대를 위한 새로운 활로 모색을 위해 모바일카드시장을 개척한다는 계획이다.

이 사장은 취임 이후 첫 기자회견에서 "30년 간 보유한 BC카드의 프로세싱 역량과 KT가 가진 스마트 ICT(정보통신기술) 역량을 결합해 프로세싱을 최고 수준으로 높이겠다"며 "이렇게 되면 모바일 결제시장에서는 글로벌 금융사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포부를 드러냈다.

모바일 결제 시스템을 확충해 프로세싱업무의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KT라는 든든한 지원군이 있다. KT는 아이폰과 아이패드 등 각종 스마트기기를 도입해 시장장악력을 높여왔다. BC카드는 KT의 ICT 역량을 기반으로 결제 플랫폼 경쟁력을 갖추고 모든 카드사가 BC카드의 결제 프로세싱을 이용하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BC카드는 카드사들이 모바일카드 도입 시 KT와 결합된 BC카드 결제 프로세싱을 이용하면 클라우드와 스마트폰이나 태플릿PC 등까지 활용할 수 있는 결제 및 매출 처리로 업무 효율성이 높아져 비용절감이 가능해질 수 있다고 설명한다. BC카드는 카드업계 전체적으로 약 9000억원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효과를 통해 BC카드는 도래할 모바일카드시장에서 선두 위치를 점하겠다는 복안이다.

이 사장은 "아직 초기 시장인 국내 모바일카드시장에는 고유의 결제 규격 없이 비자나 마스타가 개발한 규격만이 깔려있는 상태"라며 "BC카드가 국내 표준규격을 연내에 확정지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를 통해 비자나 마스타카드로 빠져나가는 국부유출을 막고, 세계시장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BC카드는 이렇게 마련한 표준규격을 아시아 등 신용카드 인프라가 미흡한 국가에도 적용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이 사장은 "BC카드의 비즈니스모델 특성상 신용카드 프로세싱사업은 인도네시아 등 신용카드 인프라가 미흡한 국가에서는 매우 매력적인 사업"이라며 "글로벌사업을 보다 강화하여 사업성과를 가시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모바일카드시장의 활성화하는 전제가 따른다. 모바일카드가 탑재된 스마트폰 분실 시 제2의 금융사고가 야기될 수 있다. 아무래도 스마트폰이 지갑보다 이용도가 높기 때문에 그만큼 신용카드보다 분실위험이 높을 수밖에 없다. 또한 모바일카드용 카드단말기(동글이)의 보급률이 낮다는 점도 문제다. 현재 전체 카드단말기 중 동글이가 차지하는 비중은 20% 정도에 불과한 상태다. KT는 물론 SKT가 동글이 보급을 위해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이유도 바로 모바일카드 활성화를 위해서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모바일카드로의 변화를 위해서는 인프라 구축과 함께 소비자의 선택에 달려있다"며 "사견이지만 모바일카드에 굉장한 혜택을 부여하지 않으면 모바일카드 발급에 적극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관리적 리더'에서 '소통의 리더'로

이종호 사장은 1948년생으로 청주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1976년 한국은행 입행 이후 국제금융부 조사역 등을 거쳐 금융감독원 비은행감독국과 은행감독국 국장을 역임했다. 1998년 외환위기 직후 금감원 설립멤버로 참여했으며, 금감원 재직 당시 우리은행 설립 등 2차 은행구조조정을 직접 주도하는 등 금융제도개혁 및 금융산업 구조개편을 주도한 바 있다.

금감원을 떠나 2002년 LG투자증권 상임감사, 2004년 LG카드 CFO(부사장)을 역임하다 2007년 LG카드의 마지막 대표이사(부사장)가 됐다. 전 LG카드 직원들 사이에서는 공직에서의 이력 때문인지 이 사장을 "관리적인 리더"라고 부른다.

LG카드가 신한카드와 합병된 이후인 2009년부터는 KT캐피탈 대표이사 사장으로 재직해 왔다. 이사장이 민∙관의 실무경험을 고루 거친 정통금융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이유다.

KT캐피탈 사장 시절 이종호 사장은 CEO로써의 역량을 제대로 보여줬다. KT캐피탈 사장 시절 자산규모를 2조원대로 늘렸다. 또 지난 2008년 49억원에 그친 KT캐피탈의 영업이익을 2010년 4배 이상인 224억원까지 끌어올렸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 역시 34억원에서 178억원으로 큰 폭으로 성장시켰다. 이러한 역량과 카드사 대표 경력이 그를 KT의 BC카드 첫 사장으로 만들어 준 것이다.

이제 BC카드 취임 8개월째. 이 사장이 만들어내는 변화는 은근하게 진행되고 있다. 그는 빠른 의사결정을 위해 지난 10월 초에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기존 CEO-부문장(부사장급)-본부장(상무급)-부장-팀장으로 이루어져 있던 의사결정체계를 간소화해 CEO-본부장-실장-팀장의 4단계 의사결정 구조로 바꿨다.

취임 직후인 지난 4월에는 비서팀을 없앴다. 형식적인 것을 싫어해 비서팀을 두는 대신 직접 내부 스케줄을 챙기고 있는 것.

이 사장은 BC카드로 적을 옮긴 이후 내부소통에 보다 적극성을 띄고 있다는 게 직원들의 전언이다. 이 사장은 직원들과 화합을 위해 가끔 '번개 미팅'을 주도한다. 그는 퇴근 무렵 약속이 없는 직원에게 연락해 맥주를 마시러 간다. 또 매달 직원 간담회를 열어 직원들의 의견 청취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BC카드의 한 직원은 "술자리에서 직원들과 함께 얘기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다"며 "의외로 소탈한 모습을 많이 보여 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