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센글로벌이 발행한 400억원 규모 전환사채(CB)의 리픽싱(전환가액 조정)이 최대주주의 지배력 강화에 유리하게 흘러가고 있다. 주가 하락으로 기존 주주의 잠재적 희석 부담은 커졌지만 최대주주가 콜옵션을 통해 확보할 수 있는 주식 수는 오히려 늘어나 지배력이 강화되는 구조다.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아이티센글로벌은 지난 10일 제16회차 CB의 전환가액을 5만4315원에서 리픽싱 하한선인 3만8021원으로 조정했다. 지난 4월30일 발행을 결정하고 5월8일 납입을 마친 지 약 3개월 만이다.
전환가액이 약 30% 낮아지면서 400억원 규모 CB의 전환 가능 주식 수는 73만6444주에서 105만2050주로 31만5606주 증가했다. 리픽싱 후 전환 가능 주식 총수는 발행주식총수 2320만4527주의 약 4.53%에 해당한다. 향후 전환이 이뤄질 경우 기존 주주 주당 가치와 의결권 희석은 물론 오버행(잠재적 매도 물량) 부담도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환청구 개시일이 2027년 5월8일이고 주가(지난 11일 종가 2만8150원)가 조정된 전환가액을 밑도는 만큼 관련 리스크가 당장 현실화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콜옵션 조항이 이 구조의 핵심이다. 이번 CB에는 회사가 원금의 24.62%인 98억4800만원 규모를 회사 또는 회사가 지정한 제3자에게 매도하도록 요구할 수 있는 콜옵션이 부여됐다. 공시에 따르면 매수인은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이 될 수 있다.
콜옵션으로 확보할 수 있는 잠재 주식 수는 리픽싱 전 약 18만1312주에서 조정 후 약 25만9014주로 늘었다. 같은 금액으로 최대주주 측이 확보할 수 있는 주식이 약 7만7700주 증가한 것이다. 약 26만주는 발행주식총수의 1%를 웃도는 규모다. 최대주주 측 지분율이 올해 3월 말 기준 24.85%(강진모 12.31%, 아이티센코어 10.02%, 소프트아이텍 2.26% 등)로 절대적이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의미 있는 물량이라는 평가다.
주가가 하락하면 전환 가능 주식 수가 늘어나고, 콜옵션으로 최대주주 측이 확보할 수 있는 주식 수도 함께 늘어난다. 주가 부진에 따른 희석 부담은 일반주주가 떠안는 반면 최대주주는 낮아진 전환가액으로 더 많은 주식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회사의 주주환원 정책에도 비판이 제기된다. 아이티센글로벌 주가는 지난 4월30일 5만4100원에서 7월30일 1만8460원으로 약 65.9% 급락했지만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조치는 사실상 없었다.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고도 결산배당을 실시하지 않았으며 2023년 이후 자사주 취득도 이뤄지지 않았다.
회사는 지난 5월20일과 6월17일 두 차례 기업설명회(IR)를 개최했지만 주주환원 방안은 내놓지 않았다. 반면 최대주주 콜옵션이 포함된 CB 발행은 지난 4월30일 이사회에서 사외이사 3명이 모두 참석해 만장일치로 의결됐다. CB 발행과 콜옵션 부여는 신속히 승인하면서 정작 주주가치 제고에는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아이티센글로벌 관계자는 "최대주주 콜옵션 부분은 증권의 발행 및 공시 규정에 맞춰 진행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