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저녁, 경기도의 한 대형마트. 복작대는 에스컬레이터 앞에 두 회사의 카드 모집 부스가 차려져 있다. 못들은 척 지나가자 카드모집인은 다시 가까이 다가와서 슬쩍 말을 흘린다.
"카드 만들면 5만원 드려요."
다른 카드부스 역시 마찬가지다. 이 모집인은 10만원인 연회비를 대납해주겠다며 카드를 권했다. '현금 쥐어주기'식의 카드 발급은 마트에서 일어나는 현상만이 아니다. 놀이동산, 행사장, 백화점 등 대형 카드가맹점에는 어디에나 이런 모집인들이 현금을 미끼로 카드 발급을 권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현금을 제공하는 카드모집은 불법이다. 여신전문금융업법 14조에 따르면 신용카드 발급과 관련해 신용카드 연회비의 100분의 10을 초과하는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거나 제공할 것을 조건으로 모집하는 것은 불법이다. 또 도로법 제2조와 사도(私道)법 제2조에 따라 도로 및 사도 등 길거리에서 카드모집을 하는 것 역시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불법 모집을 하다가 감독당국에 적발되면 이후로는 카드모집 영업을 할 수 없다. 카드 모집인 등록 코드가 해지되기 때문이다.
◆카드사 관리인력 태부족…1인당 224명
하지만 불법 카드모집 관행은 쉽사리 사그라들고 있지 않다. 카드사의 과당경쟁과 증가하는 모집인을 단속할 재간이 없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의 자료에 따르면 2010년 3월 3만7608명이었던 카드모집인은 지난해 8월 현재 5만1249명으로 무려 73%나 증가했다. 하지만 전 카드사에서 이들을 관리하는 인력은 총 229명뿐인 것으로 나타났다. 1인당 관리하는 인력이 224명에 달하는 것이다. 관리감독 인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카드모집인들이 불법을 해도 단속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금융감독원은 여신금융협회와 공동으로 한달에 한번 시장 점검에 나선다. 하지만 단속도 그때뿐이다. 여신협회에서도 전업계 카드사들과 함께 합동기동점검반을 두고 매일 모집인 단속을 하고 있다. 하지만 단속인이 30명에 불과해 전국적으로 영업하고 있는 5만여명의 모집인을 일일이 감시하기란 불가능하다. 여신협회 한 관계자는 "불법 영업을 단속해 낼 재간이 없다"며 "여신협회에 사법권이 없기 때문에 모집인에게 위협을 줄 수도 없다"고 토로했다.
김정 의원은 "카드모집인의 불법을 관리·감독해야 하는 관리인원이 이렇게 적다는 것은 카드사들이 실적에만 급급해 모집인들의 불법행위를 방조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카드사들은 모집인 대비 적정한 수준의 내부 관리 인원을 둬야 하며, 금융당국도 카드사들이 일정한 수준의 불법모집 관리인원을 갖출 수 있도록 관련 규정 개정과 감독을 함께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카드모집인, "영업 위해 내 마진 포기"
카드모집인도 영업이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다.
"금융당국의 제재 때문에 예전에 비해서 카드 발급이 많이 어렵습니다. 전과 달리 카드론이나 현금서비스를 이용한 적이 있는 사람에게는 발급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한 카드모집인의 말이다. 주로 여행사를 통하거나 인터넷 카페에 글을 올리는 신혼부부를 상대로 영업을 하는 그는 자신의 영업 행위가 불법임을 인정했다.
"원칙상 금품을 줄 수 없죠. 제가 고객에게 드리는 현금은 제가 받는 수당에서 드리는 거예요. 카드설계사(모집인)에게는 손해지만 현실적으로 그렇게 하지 않을 수 없어요."
카드모집인이 카드사로부터 받는 수당은 크게 두가지다. 우선 카드를 발급할 때 주는 발급수당과 사용 실적에 따른 카드사용 수당이 있다. 설계사가 고객에게 사은품 명목으로 주는 현금은 자신이 받는 발급 수당을 제하는 것이다.
"한달에 100여장을 발급하고 있습니다. 저는 그나마 많이 하는 편이죠. 그만큼 제 수당에서 나가는 것도 많은 셈입니다. 박리다매처럼 카드를 발급하는 거죠."
그는 한달에 10~20명에게 카드를 발급하면 설계사에게 남는 게 많지 않다고 말한다. 이리저리 발품을 팔아도 소득이 없다는 것. 발급 수당이 적더라도 현금을 선물로 주고 카드를 발급하면 향후 카드사용 수당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발급 수당을 포기하는 영업을 할 수밖에 없다는 항변이다.
또 다른 모집인은 판촉물 없이는 영업자체가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카드 연회비가 1만원이라고 볼 때 판촉물은 10분의 1 가격인 1000원을 넘으면 안 된다. 1000원 정도로 고객의 선심을 사기는 어렵다는 게 이 모집인의 말이다.
◆불법모집 방지 대안은 없나
금융당국은 카드 불법모집을 근절하기 위해 불법모집 적발 시 해당 카드사의 담당 임원에게 징계를 내리는 등 중벌을 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카드사에서도 모집인 교육을 보다 철저히 진행하고 있다.
우선 모집질서를 위반한 모집인에게는 여전법 제72조에 의거해 최고 500만원 이내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불법모집인에 대해서 카드사도 책임을 진다. 여전법 제71조 양벌규정에 따라 카드사 역시 모집인 관리상 중과실이 발생했을 시 위법 사항을 보고하지 않을 경우 문책하는 것이다.
한 카드사는 불법모집 행위 등 금융질서 문란행위를 영업점 평가항목에 두었다. 또 카드모집인에 대한 교육을 강화해 매주 1회 이상 모집인 관련한 법률을 준수할 것을 교육하고 있다.
하지만 단속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풍선효과처럼 한쪽을 막으면 다른 한쪽에서 불법이 자행되기 때문이다. 단적인 예로 길거리나 마트 같은 오프라인뿐 아니라 온라인에서도 무차별적으로 카드발급이 이뤄지고 있는 것도 새로운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따라서 관리감독과 함께 이들이 정상적인 영업을 할 수 있는 지원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금융 전문가는 "카드 불법모집은 없어져야 하지만 현재의 여전법 체계가 현실성이 없는 측면도 있다"며 "카드 모집인을 모두 불법으로 내몰아서 일자리를 빼앗기보다는 이들이 법을 지키면서 영업하도록 테두리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