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로부터 경영개선명령을 받은 W저축은행 본점에서 만난 한 고객의 말이다. 서울 논현동의 W저축은행 본점에는 한낮 시간이었음에도 20여명의 고객이 꾸준히 드나들었다. 고객들은 거래은행의 퇴출 가능성에 대해서도 비교적 담담한 모습이었다. 위 고객의 말처럼 앞서 대형저축은행의 퇴출을 통해 5000만원 이하의 원금과 이자는 보장받을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간혹 예금 인출을 위해 주민등록증을 꺼내 들고 예금을 이체하는 고객도 눈에 띄었다. W저축은행의 전신인 영풍저축은행 시절부터 거래를 해왔다는 한 60대 고객은 미리 상황을 파악하고 일찌감치 돈을 인출했다. 이 고객은 "상황을 항상 주시하고 있다가 불안한 기미가 보여서 돈을 다른 저축은행에 넣었다"며 "5000만원 이내여서 상관없었지만 적은 돈을 넣어놓고 전전긍긍하기 싫어서 예금을 인출했다"고 말했다.
예금액을 이리저리 옮기는 '메뚜기'고객도 눈에 띈다. 이는 업계에 불신이 쌓일 만큼 쌓였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사진_류승희 기자
금융위가 지난 10월 경기저축은행에 이어 11월 W저축은행에 경영개선명령을 내리며 빚어진 풍경이다. 양사는 45일 이내에 증자 등의 방법으로 경영정상화를 이뤄내야 퇴출을 면할 수 있다.
이들 저축은행에 가장 문제가 된 건 국제결제은행(BIS)기준 자기자본 비율이다. 지난 6월 말 기준 BIS비율은 W저축은행과 경기저축은행이 각각 -0.4%와 -2.86%다. 고정이하여신비율도 W저축은행이 16.35%, 경기저축은행이 46.35%로 나타났다. 고정이하여신비율이 높으면 회수가 불가능한 부실채권의 비중이 많다는 얘기다.
W저축은행은 예금자보호가 되지 않는 5000만원 이상 수신 고객이 500명 정도로, 12억원에 달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퇴출 시 사실상 투자금을 돌려받을 수 없는 후순위채다. W저축은행의 후순위채권 발행액은 150억원, 경기저축은행은 850억원으로 후순위채 투자자의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저축은행중앙회 관계자는 "저축은행들이 증자를 위해서 노력하고 있지만 상황이 좋지 않은 것은 맞다"고 말했다.
문제는 앞으로 지속적인 구조조정이 예상된다는 점이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BIS비율이 충족되지 않는 저축은행이 이미 영업 정지된 토마토2저축은행과 경영개선명령을 받은 W저축은행·경기저축은행을 포함해 11곳에 달했다. 앞으로 금융당국은 이들 저축은행에 대해서도 경영평가를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시연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앞으로 추가 구조조정이 불가피해 결과적으로 살아남는 저축은행이 극히 드물어질 것"이라며 "서민금융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위해서 저축은행뿐 아니라 비은행 금융기관의 재정립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5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