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에 나온 <매일매일 자라기>라는 책이 있다. 도시, 건축, 환경, 디자인 분야 전공자들에게 스스로 성장하는 법을 이야기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도시·건축 전문가이자 수많은 일들을 왕성하게 벌이고 해치워온 에너지덩어리 같은 저자가 늘 자기 좌우명처럼 여기는 지론이 ‘매일매일 자라기’ 곧, 일상 속에서 성장해나가는 사람이 돼야 한다는 것을 역설했다.

이 책의 개정판 <인생을 바꾸는 건축수업>은 독자 대상을 일반인 모두로 넓혔다. 우리 모두가 전문가로 살아가자고 역설하는 책이다. 그 방법으로 그가 제시하는 비결이 ‘건축적 사고’다. 자신이 배워야 할 모든 것들은 ‘건축수업’에서 배웠으며, 건축수업에서 익힌 것들은 전공자들만이 아니라 일하며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요긴할 것이란 이야기다.


 
그런데 정말로 건축 전공자가 아닌 우리 모두에게 건축적 사고가 필요할까? 저자는 건축이 우리네 인생과 꼭 닮았다는 점을 생각해보라고 말한다. 건축가가 건물을 설계하듯 우리는 자기 인생을 설계하면서 꿈을 찾고 이뤄나가며, 건축이 가장 추구하는 ‘창조’란 가치를 우리 역시 가장 중요하게 여길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무엇보다도 여러 가지 유관 분야의 지식과 정보, 요소를 조합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건축의 ‘구성’처럼 자기 일과 삶을 잘 구성해야 우리는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지은이는 자신이 건축을 통해 배운 것들, 그리고 전문가로 평생 살아오면서 체득한 일처리 방법, 목표 만드는 법을 건축과 도시라는 소재를 통해 들려준다.

미처 몰랐던 건축과 도시의 역할과 문화적 의미, 그리고 이 두 분야를 즐기는 법을 일러주는 앞부분도 재미있지만, 진짜 흥미로운 부분은 책의 취지에 맞게 ‘전문가 김진애가 가르쳐주는 건축적 일 처리법’을 논하는 뒷부분이다. 하루를 48시간으로 살아가는 사람처럼 활동하는 지은이의 생산성이 어떤 생각과 어떤 방법을 통해 가능했는지 구체적으로 엿볼 수 있다. 인생 선배가 후배에게 일과 직장, 꿈에 대해 생각해볼 것들을 콕콕 찍어서 옆에서 이야기하듯 설명해준다.

책은 수많은 질문을 던진다. 누구나 말을 잘 하고 글을 잘 써야 하는 시대다. 그러면 도대체 말이란 뭘까? 말과 이야기는 다른 것일까? 좀 더 나아가 글쓰기는 말하기와 어떤 차이가 있을까? 전문가라고 하면 토론을 잘 해야 한다는데 그럼 토론 연습은 어떻게 해야 좋을까? 이런 것들을 자신의 실제 경험을 통해 정리해서 얘기해주기 때문에 ‘말 잘하는 법’ 등의 실용서보다 더 쉽고 더 실용적이다.

건축이나 디자인 전문가들은 ‘넘버 1’이 아니라 ‘온리 1’이 되어 최고가 된다. 그들이 전문가로 자기를 단련하고 일을 처리하는 방법은 다른 일을 하는 데에도 그대로 적용 가능할 수 있다. 많이 아는 게 능사가 아니라 자기만의 ‘틀’을 세우는 방법, ‘콘셉트’를 잘 세우기 위해 개념도를 그리면서 프로젝트를 이해하고 남들을 설득하는 논리를 찾아내는 것, 새로운 생각을 얻어내기 위해 남들의 사례를 조사하고 연구하는 ‘모방의 기술’ 등이 지은이가 건축수업에서 특히 강조하는 것들이다. 그리고 단순히 구호로 제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이런 일들이 갖는 진짜 가치, 곧 그런 일들은 개인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며 그런 과정에서 어떻게 성장할 수 있는지를 이해하도록 돕는다. ‘생각’ ‘상상력’ 등 막상 생각해보면 어렵기 짝이 없는 것들에 대한 지은이의 분석은 특히 돋보인다.

이런 점 때문에 이 책은 ‘본래의 의미에 충실한 자기계발서’라고 할 수 있다. 일과 삶에서 우리가 알아야 할 세밀한 기술적 측면이 아니라 늘 고민하게 되는 굵직한 것들에 대해 구체적으로 이야기해준다.

■김진애 지음 / 다산북스 펴냄 / 1만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