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혹독한 겨울을 보내고 있다. 경기 침체 등 대내외 여건 악화로 수익이 줄어들면서 지점 통·폐합과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은행에서 시작된 지점 통폐합은 현재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추세다.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 하나은행은 물론 그동안 입단속에 나섰던 신한은행도 지점 통·폐합에 합류했다. 기업은행은 아직 내부 조율중이다. 하지만 현재 흐름을 볼 때 지점 통·폐합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은행들이 이처럼 지점 줄이기에 나서는 이유는 경기 둔화로 이익이 대폭 줄어들고 내년 경기 전망도 좋지 않기 때문이다. 저금리 기조로 새로운 투자처를 찾지 못해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는 마당에 금융 감독당국의 규제마저 강화돼 영업환경이 좋지 못한 실정이다. 이에 따라 인력과 지점 구조조정을 통해 비용절감을 하겠다는 전략이다.
◆지점 통·폐합 내년까지 이어질 듯
시중은행의 지점 통·폐합은 연말부터 본격화 될 전망이다. 은행별로는 신한은행이 올해 25곳의 개인 및 기업점포를 통·폐합 할 예정이다. 또 일부 지점은 아예 폐쇄할 방침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올해 25개의 점포를 통·폐합 할 예정"이라며 "내년에도 점포 효율화를 위해 필요하면 계속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 외환은행도 줄줄이 지점을 축소했다. 국민은행은 11월27일 현재 9개의 지점을 통·폐합했다. 또 내년 초까지 추가적으로 지점을 합칠 예정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올해는 점포수가 20곳 정도 늘었지만 내년에는 영업점 숫자가 올해 말과 비슷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하나은행은 올해 4개 영업점을 열고 6개를 닫았다. 내년에도 역시 신규와 통·폐합 영업점 숫자를 비슷한 수준으로 맞출 계획이다.
올해 10개 점포를 열고 9개 점포를 닫은 외환은행도 영업점 수를 늘리기보다는 영업점 배치의 효율화를 추구할 방침이다. 경기둔화로 '양적 성장'을 꾀하기는 어려운 만큼 외환부문의 강점을 살릴 수 있는 공단이나 기업체 밀집지역에 신설 점포를 늘린다는 계획이다.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은 지점 매각을 통해 조직을 슬림화 하고 있다. 올 들어 3개 지점을 폐쇄했고 부동산에 매물로 내놓은 지점만 20여개에 달한다. 임대료가 비싼 지역에서도 속속 빠져나오고 있다. 최근 서울 강남 남부터미널역지점과 을지병원지점을 정리했으며, 청량리역지점과 노량진동지점은 임대로 내놨다.
SC은행은 지점규모를 줄이되 전체 점포수는 유지하면서 스마트센터 등 채널 다각화에 투자할 방침이다. 기업은행은 지점 통·폐합 여부를 두고 고민 중이다. 아직 통합하거나 폐쇄할 지점에 대해 확정하지는 않았지만 부분적으로 줄일 것으로 보인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지점 통폐합과 관련) 아직 결정된 것은 없지만 내부적으로 협의 중인 것은 맞다"고 설명했다.
반면 우리은행은 올해 5곳의 출장소를 통·폐합 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매년 5~6개의 지점이나 출장소를 통·폐합하는데 올해도 그 수준에 맞춘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내년 초까지 추가적으로 지점이나 출장소를 줄일지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지점 폐쇄 결정에 지점장 '희비'
은행 지점이 통·폐합될 경우 해당 지점장들은 본점의 전략에 따라 울고 웃는다. 기업은행의 경우 본점에서 전략적으로 운영하기 때문에 지점이 통·폐합된다 하더라도 지점장이나 내부 직원에게 큰 불이익이 돌아가지는 않는다.
점포환경이 열악하거나 외부적 환경에 의해 지점의 수익이 낮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다만 직원과의 소통부재와 외부 평가가 좋지 못할 경우 상황에 따라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지점장은 오히려 더 좋은 기회를 맞게 된다는 게 내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수도권지역의 한 기업은행 지점장은 "지점이 없어지면 인근의 다른 지점장으로 보내거나 인원편성표가 마땅치 않으면 본점 기업개선부로 발령을 내 새로운 지점장 자리가 나올 때까지 현장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해준다"면서 "개인에 따라 해외지점에 보내는 경우도 종종 있다. 점포 통합이 오히려 개인에게는 더 많은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되는 셈"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일부 은행은 지점이 통합되거나 폐쇄될 경우 지점장에 일부 책임을 묻는 경우도 있다. 물론 지역적인 특성을 고려해 인사 여부를 판단하지만 '폐쇄 지점장'이라는 꼬리표를 달게 되는 셈이다.
A은행 관계자는 "은행에서 지점을 새로 설립하려면 금융위원회에 별도 허가를 받아야 하고 임대료와 부대비용 등 지출도 많이 나간다"면서 "이 때문에 해당 지점장에게 일부 책임을 지게 하는 것은 불가피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은행들의 추운 겨울나기는 이 뿐만이 아니다. 지점 통폐합과 함께 감원바람도 불고 있다.
한국씨티은행은 조만간 근속기간이 만 10년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을 계획이다. 11월 말 현재 200여명이 신청했다. NH농협은행은 본부 인력 상당수를 영업현장으로 보낸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와 함께 임원 수를 감축하고 희망퇴직 대상을 확대할 예정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금융시장이 안좋고 내년 경기전망도 어두워지면서 은행 직원들이 어느때보다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다"면서 "앞으로 지점 통합과 구조조정이 더 확산될 것 같아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5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