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금융감독원은 금융투자협회와 함께 '고령자를 위한 ELS 관련 상품 판매현황 및 보호방안'을 발표했다. 고령자를 중심으로 주가연계증권(ELS) 관련 상품의 판매가 급증하자 고령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를 마련한 것이다.
이에 대한 금융업계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효과에 대해서는 전반적으로 의문을 표하고 있다.
금감원 보호방안, 뭘 담고 있나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 1년간(2011년 7월~2012년 6월) 금융회사의 ELS 관련 상품(ELT, ELF 포함) 판매액은 총 24조4000억원이며 이중 65세 이상자를 대상으로 판매한 규모는 4조2000억원으로 전체판매액의 17.1%에 달했다.
권역별로는 은행이 2조4500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증권사에서만 판매되는 ELS를 제외하면 펀드(ELF), 신탁(ELT) 기준으로 고령자 판매액의 대부분(86.3%)이 은행에서 이뤄진 셈이다. 저금리 기조로 인해 은행 예금을 통한 이자수익이 예전보다 하락하면서 ELS 관련 상품에 투자하는 고령자들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ELS는 원금을 보장해주지 않는 투자상품이기 때문에 그만큼 리스크도 크다. 특히 고령자는 손실이 발생할 경우 청장년층에 비해 충격이 클 수밖에 없다. 따라서 고령 투자자에 대한 보호방안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이번에 발표한 보호방안을 보면 우선 영업점장 확인제도가 도입됐다. 파생상품에 투자경험이 없거나 1년 미만인 만 65세 이상 고령투자자에게 상품을 판매할 때는 반드시 영업점장의 확인절차를 거치도록 한 것이다. 해당지점 점장은 적합성 원칙준수, 부당권유 여부 등을 심사한 뒤 원금손실 가능성 등 상품의 정확한 설명을 들었는지, 상품설명서를 받았는지를 점검해야 하며, 나아가 가입신청서상 복수결재자란에 결재해야 한다. 이를 통해 무경험 고령투자자에 대한 무리한 실적 독려를 억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투자숙려기간 제도도 생긴다. 파생상품에 처음 투자하는 고령투자자의 경우 상담 당일 가입을 받지 않고 하루 이상 가족과 상의할 시간을 준 후 다음날부터 가입을 허용하도록 했다. 신중한 투자를 유도해 고령투자자의 자산을 보호하겠다는 의미다.
아울러 ELS 관련 상품에 처음 투자하는 만 80세 이상의 초고령자에게 상품을 팔 때는 단독적인 투자판단으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 '초고령자 가족 조력제도'가 도입된다. 이는 금융회사가 초고령 투자자에게 가족의 도움을 받는 절차를 활용할지 묻도록 의무화하는 것이다. 가족이나 후견인 등의 동석 또는 통화를 통해 고위험 상품 투자를 다시 한번 고려하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다.
또 투자결과에 대한 안내도 강화한다.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면 금융회사가 고령자에게 전화나 면담 등으로 알리도록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에서 판매하는 투자상품이 증가하면서 고령자들이 위험상품을 안전상품으로 오해할 가능성이 있다"며 "저금리 기조 속에 대체 투자수요로 ELS 관련 금융상품의 판매가 크게 증가하고 있는 만큼 고령자들을 위한 안전장치가 필요하다"며 이번 보호방안 도입배경을 밝혔다.
고령자는 파생상품을 잘 모른다?
이러한 보호방안에 대해 금융권은 전반적으로 필요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ELS 관련 상품들은 상품 자체가 복잡하기 때문에 상품에 대한 보다 자세한 설명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고령자일수록 이해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이를 통해 불완전판매를 막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고령자에 대해서는 투자적합도를 더욱 심도 있게 파악해서 판매해야 한다"며 "특히 80세 이상 초고령자의 경우에는 파생상품 투자 자체가 생소할 수도 있기 때문에 가족 조력제도를 도입키로 한 것은 잘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번 조치에 과한 부분이 있다는 의견도 많다. 물론 ELS 등의 파생상품이 여타 상품에 비해 복잡한 것은 사실이지만 나이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투자를 제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또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ELS 자체가 복잡하기 때문에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은행만 믿고 가입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이 때문에 고령자 중에서 피해를 당한 사람이 많지만 65세 정도에 가입하는 사람이라면 펀드 등에 투자를 해봤을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이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숙려기간을 두는 것은 투자자를 무시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또한 업권별로 고객 특성에 차이가 있는데 이를 반영하지 않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고객과 금융기관 양쪽의 책임을 강조하면서 이를 일반화한 나머지 이번 대책이 나온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증권사를 이용하는 고객은 단순히 예금에 가입하는 고객과는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금융회사에 동일한 잣대로 고령자에 대한 조치를 취하라고 한 것은 문제"라고 강조했다.
판매채널에 대한 교육 선행돼야
금융권에서는 고령자뿐만 아니라 ELS에 투자하는 모든 투자자의 피해를 줄일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고령자가 상대적으로 손실에 대한 충격이 클 수밖에 없는 것은 사실이지만, 상대적으로 젊다고 해서 피해가 없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임시방편적인 대책보다는 판매채널의 교육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주로 문제가 된 것은 은행창구에서 대면관계가 없는 고객에게 충분히 설명하지 못하고 안전한 것처럼 판매한 것"이라며 "따라서 고객이 이해하고 가입할 수 있도록 판매자에 대한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판매자도 잘 모르니 고객은 더더욱 모른 채 가입할 수밖에 없는 것이 문제"라며 "제대로 자격을 갖춘 사람만이 ELS를 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조치가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금융당국에서 단순히 감독을 통해 후행적으로 대처할 것이 아니라 선행적으로 문제 발생 가능성을 낮출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5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