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 찾고 비밀 찾아 떠나는 '수학여행'…캐도 캐도 남은 전설은 '숙제'
삼국시대 하면 생각나는 것? 고구려는 만주벌판을 호령한 정복의 역사가, 신라는 삼국통일의 업적이 떠오르는데, 백제는 강하게 생각나는 게 없다. 그래서 어물쩍 넘어가는 말이 ‘신비한’이다. 이래서는 안되겠다. 수학여행이라도 떠나야겠다. 공주로 백제의 봄을 만나러 간다.
◆순성의 즐거움, 공산성
백제는 격변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BC 18년부터 660년까지 이어온 백제는 수도를 세번이나 옮겼다. 한성을 시작으로 웅진 및 사비로 옮겨갔는데, 그러니까 서울-공주-부여로 그 중심지를 이동한 셈이다. 아, 그래서 곳곳에서 백제를 만날 수 있었구나!
공주는 백제의 두번째 도읍이었던 웅진이다. 그 중에서도 공산성은 이곳이 한 나라의 중심이었음을 증명한다. 금강을 끼고 2.7km의 아름다운 아웃라인을 그리는 공산성은 백제부터 조선까지 군사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그렇지만 역사적인 의미를 따지지 않더라도 성을 돌며 구경하는, 이른바 ‘순성’의 즐거움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높은 곳에 올랐으니 공주 시내가 시원하게 내려다보이고, 금강에서 불어오는 강바람이 제법이다. 쌍수정쯤에 이르면 만개한 봄 꽃 아래 연인들의 모습도 로맨틱하다. 산성 길을 따라 아장아장 걷고 있는 어린아이와 단체로 수학여행 온 학생들이 줄을 지어 가는 모습도 에너지가 넘친다.
백제 때는 토성이었다고 하는데, 지금 밟고 있는 것이 석성인 이유는 조선시대까지 개축됐기 때문이다. 이름도 백제시대는 웅진성으로, 고려시대에는 공주산성, 조선시대에는 쌍수산성이라 불렸다. 쌍수정 사적비는 조선의 인조가 이괄의 난을 피해 이곳에 머물렀던 것을 말해주고, 명국삼장비는 정유재란 때 이곳을 도운 명나라 장수를 기리고 있다.
그런데 군사시설이 다가 아니다. 금강을 향해 있는 '임류각'은 백제 때 신하들의 연회장소였고, 성내 연못이었던 연지와 만하루 역시 이곳이 풍류를 즐기기에 좋은 장소였음을 증명한다. 게다가 웅진시대 왕궁터로 추정되는 ‘추정왕궁지’가 있으니 이 자리가 어떤 명당 자리였는지 더 말 안해도 알겠다. 영은사는 임진왜란 때 승병의 합숙소로 사용됐다 하고, 백제 멸망 직후 의자왕도 머물렀다. 조선시대 인조가 머물렀던 6일 동안에는 공주떡 인절미가 유래되기도 했다. 은근히 사연 많은 성이다.
공산성에서는 봄부터 가을 사이 ‘웅진성 수문병 교대식’이 열린다. 이것은 백제왕성을 호위하던 수문병과 성곽을 지키는 호위병의 근무를 재현한 프로그램이다. 백제시대의 문화·의복·의식을 살펴볼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로 공산성에 올 때는 놓치지 말아야 할 볼거리다.
◆보물 대발견, 무령왕릉
송산리고분군에는 백제의 왕릉으로 추정되는 7개의 무덤이 있다. 이것이 단지 추정일 뿐인 이유는 모두 도굴됐기 때문이다. 단 하나, 일곱번째 발굴된 무령왕릉을 빼고 하는 말이다. 그렇다면 왜 6개의 무덤이 ‘빈 무덤’이었을까? 당시 유행하던 백제 고분양식의 특성 때문이다. 백제는 자연에 순응하는 무덤을 만들었다고 한다. 신라가 평지에 ‘사후의 집’을 만든 후 그 위로 봉분을 축조했다면, 백제는 이미 언덕이 있는 곳을 찾아 그곳을 파내어 들어가며 완성했다고 한다. 이 경우 무덤의 입구가 있다. 그러니 입구만 찾으면 발굴이 가능하고, 다른 말로 하면 도굴도 쉽다는 결론이다.
그렇다면 무령왕릉은 어떨까. 무령왕릉 앞에는 송산리 고분의 5호와 6호에 해당하는 무덤이 있다. 학자들은 그 뒤로 나란히 붙어 있는 무령왕릉이 고분이 아닌 언덕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5·6호 분의 보존을 위해 배수로 공사를 하던 중 우연히 발견된 무령왕릉은 침입자의 습격 없이 깨끗하게 보존돼 있었다. 게다가 터널형으로 벽돌을 쌓아 만든 아름다운 묘실을 가지고 있었으며, 이 무덤의 주인이 누구인지 분명히 알려주는 묘지석까지 있었다. 이와 함께 발견된 108종, 4600여 점의 유물은 그야말로 ‘보물’. 엄청난 보물찾기에 성공한 셈이다.
그렇지만 지금은 무령왕릉의 굳게 닫힌 문 앞에서 발길을 돌려야 한다. 문화재의 영구보존을 위해 1997년부터 일반인의 관람을 중지했기 때문이다. 대신 ‘송산리고분군모형전시관’에서 무령왕릉을 1대 1로 재현해 놓은 것을 볼 수 있다. 묘실의 디자인, 사용된 벽돌, 출토된 유물을 보면서 백제인들의 우아한 취향과 색감에 빠져들기에 충분하다. 여기서 조금 더 욕심을 낸다면 국립공주박물관을 찾아 출토된 유물을 보면서 백제의 찬란한 문화와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다.
◆공주의 시작, 고마나루
'고마'는 곰의 옛말, 한자로는 웅진(熊津)이다. 그렇다. 백제 수도의 옛이름인 웅진이 바로 이것이다. 그러니까 고마나루는 공주의 근원을 알 수 있는 곳이다. 여기에 웅진당터가 있는데, 금강의 용왕신에게 제사를 지내던 곳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곳, 곰나루의 전설이 고조선의 건국신화처럼 암곰과 인간의 이야기인 점도 재미있다. 어쨌든 삼국시대 백제역사의 중심이며 교통의 관문이었던 곳이 바로 고마나루다.
지금 이곳 일대는 공원으로 조성돼 있고 솔바람이 불어오는 산책로가 있다. 특히 곰사당까지 이어지는 소나무 길이 편안하면서도 상쾌하다. 천천히 흐르는 금강을 보며 소나무 사이를 걸어 곰사당에 도착하면 사당에는 제를 지내기 위한 곰조각상이 있다.(진품은 국립공주박물관 소장) 이것은 백제시대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보통 옛 조각상이라 하면 불상을 떠올리게 되는데, 동물의 모습을 한 조각상을 보는 것이 신선하다.
곰사당을 나오니 어느덧 해가 기운다. 금강을 향해 마지막 빛을 발하고 있는 해를 보며 백제를 생각한다. 혹자는 백제가 삼국을 통일했다면 우리 역사가 많이 달라졌을 거라고 한다. 역사에 만약은 없지만…. 잠시 떠올린 백제의 흥망성쇠는 금강을 향해 떨어지고 있는 일몰과 맞물려 왠지 모를 쓸쓸한 감성을 불러일으킨다.
한 나라를 둘러보기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었지만 짧은 시간 동안 678년 백제의 역사를 만났다. 그러고 나니 더 많은 역사이야기와 더 많은 전설이 궁금해진다. 숙제를 남긴 여행이었다. 그 핑계로 또 다른 여행을 계획할 수 있으니 참으로 기분 좋은 숙제다.
[여행 정보]
[승용차]
경부고속도로 한남 IC - 천안논산고속도로 - 당진상주고속도로 - 공주 IC교차로에서 ‘대전, 논산, 자동차검사소’ 방면 - 금벽로 - 전막교차로에서 ‘무령왕릉, 공주시청, 공주우체국’ 방면 - 웅진로를 따라 공산성으로 진입
[버스]
서울고속버스터미널 - 공주종합버스터미널 - 100번 버스 - 공산성 정류장 하차
[주요 지역 내비게이션 정보]
공산성 : 검색어 ‘공산성’ / 충청남도 공주시 금성동 65-3
송산리고분·무령왕릉 : 검색어 ‘무령왕릉’, ‘송산리고분’ / 충남 공주시 금성동 산5-1
고마나루 : 검색어 ‘고마나루’ / 충청남도 공주시 웅진동 440
<여행지 주요정보>
공산성
http://history.gongju.go.kr/history/sub02_02.do
관람시간 : 오전 9시~오후 6시(입장시간 : 관람종료 30분 전까지)
관람요금 : 일반 1200원 / 청소년 800원 / 어린이 600원
공주 웅진성 수문명 교대식 : 4월20일~10월6일 (혹서기 7,8월 제외) 오전 11시~오후 5시
무령왕릉·송산리고분군
http://tour.gongju.go.kr/tour/sub01_01_08.do
관람시간 : 오전 9시~오후 6시(입장시간 : 관람종료 30분 전까지)
관람요금 : 어른 1500원 / 청소년 1000원 / 어린이 700원
전화 : 041-856-0331
고마나루
http://tour.gongju.go.kr/tour/sub01_01_03.do
전화: 041-856-7700 / 041-1330
< 음식 >
농가식당 : 공주의 특산물인 밤을 주재료로 한 음식을 맛볼 수 있다.
밤묵밥 6000원/밤두부전골 2만5000~3만5000원/밤피자 1만5000~3만원
충남 공주시 미나리3길 6-5 / 041-854-8338
고가네칼국수: 진한 사골 국물에 우리밀 칼국수가 푸짐하여 토박이들에게 인기가 높다.
국수전골 6000원 / 보쌈수육 1만5000~2만원 / 해물파전 1만원
충남 공주시 중동 187-5 / 041-856-6476
새이학가든 : 공주에서 유명한 국밥전문점으로 시내에 본점이 있고, 공주한옥마을 내에 2호점이 있다.
공주국밥 8000원 / 한우사골곰탕 7000원 / 공주국밥정식 1만3000원
충남 공주시 금성동 173-5 / 041-854-2030
<숙소>
공주한옥마을 http://hanok.gongju.go.kr
전통가옥을 머물기 좋게 재현해 편리하고 쾌적하면서도 따뜻한 구들방을 체험할 수 있다. 마을 곳곳을 아기자기하게 꾸미고 보안도 철저하여 가족단위 여행자뿐 아니라 수학여행 학생들에게도 인기가 높다.
1박 : 3만5000~25만원
단체숙박동 별도 운영 (전화 문의)
문화체험 : 백제차, 공주알밤으로 과자만들기, 백제 책엮기, 한지 공예 체험 등 유료체험 프로그램은 5000~1만5000원 / 무료체험 프로그램으로는 대형윷놀이, 굴렁쇠, 제기차기 등이 있다.
충남 공주시 관광단지길 12 / 041-840-8900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7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